[걷고의 걷기 일기 0085] 인연

by 걷고

코스: 20200707 (합정역 – 한강변 – 월드컵공원 – 문화 비축기지 – 월드컵경기장역 7km)

누적거리: 1,277km

평균 속도: 4km/h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3월에 만나기로 했던 약속을 코로나로 인해 연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쉬움을 참기 어려워 어제 모임을 감행했습니다. 상담심리사로 활동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입니다. 벌써 만난 지 10년이 되었습니다. 처음 만남이 기억납니다. 상담 공부하기 전 우연한 기회에 집단 상담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고, 그 집단에서 만난 분들입니다. 두 분은 상담 분야에 있어서 제 선배가 되는 분들입니다. 그 집단 상담이 기회가 되어 상담 공부를 하게 되었고 저도 지금은 상담심리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람 인연은 우리가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10년이 지난 지금도 만나는 것을 보면, 인연은 인연인가 봅니다. 어쩌면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업으로 인해 인연이 이어질 수도 있고, 또는 만나야 할 이유가 있기에 만나고 있을 겁니다. 이유야 어떻든 인연과 만남은 소중합니다.


합정역에서 만나 절두산 성지 가는 길에 작은 책방이 있습니다. 이름도 아주 수수한 ‘수수 책방’입니다. 최근에 오픈한 그 책방은 괜히 제 마음을 끌어서 제가 보던 책 중에 몇 권을 기증하기도 했고, 좋은 친구들 만나면 데리고 가서 책을 선물해 주기도 합니다. 그 책방에서는 작은 문화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시간 되는 대로 참석해 보려고 합니다. 어제 친구들과 함께 책방에 들려 책 한 권씩 선물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뭔가를 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받을 때도 좋지만 그 즐거움은 금방 사라지는데, 주는 즐거움은 여운이 오래갑니다.

마침 방문했을 때, 한 작가 분이 자신의 그림을 책방에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책방에서 화가 분들의 작품이나 소품을 전시하고 판매도 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그 책방의 매력입니다. 방문할 때마다 책방 분위기가 그림으로 인해 변화되기 때문입니다. 그 책방을 자주 찾는 분들을 위한 ‘힐링 걷기 프로그램 WMC’를 제안했고, 그 안내문이 책방 내에 붙어있었습니다. 오랜 기간 준비해왔던 WMC는 걷기 (Walking), 명상 (Meditation), 상담 (counselling)을 접목한 걷기 프로그램입니다. 코스를 정해서 걷고 중간에 침묵 속 걷기 명상을 하며, 종소리 명상으로 걷기를 마치게 됩니다. 그 후에 한 시간 정도 차를 마시며 느낌을 나누는 집단 상담을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연말까지 운영을 하고 피드백을 받은 후에 내년에 본격적으로 ‘WMC 8’이라는 8주 프로그램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책방을 나와 한강변을 걸었습니다. 마침 노을이 지고 있었고, 성산대교 아래로 떨어지는 붉은 해는 마치 눈 앞에 펼쳐 보이듯 유난히 크게 보였습니다. 둥글고 붉은 큰 해가 우리를 품어주고 있었습니다. 따뜻한 온기를 모든 준재에게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차고 강한 바람보다, 따뜻한 온기와 사랑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어제 강물 속으로 사라지는 둥근 해는 자신의 온기를 모두 나눠준 후 숭고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내일 아침에 다시 떠올라 모든 존재에게 따뜻함을 전해 줄 것입니다. 사라진 해는 잠시 휴식 시간을 갖은 후에 충전을 하여 내일 다시 나타날 것입니다.

하루 일과를 마친 후에 걷는 것 역시 이런 과정입니다. 친구들은 하루 종일 상담을 하느라 심신이 지쳐있을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즐거운 수다와 함께 자연 속을 걸으며 충전을 했을 겁니다. 자연은 말없이 우리를 안아줍니다. 친구들은 서로에게 묵언의 위로와 따뜻한 마음을 보냅니다. 오늘 일과 오늘의 자신은 오늘로 죽음을 맞이합니다. 내일의 일과 내일의 자신은 다시 새로운 일과 새로운 자신으로 태어납니다. 어쩌면 매 순간 우리는 죽음과 삶을 맞이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결국 윤회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걷기를 마친 후에 전철역 앞 편의점 벤치에서 시원한 캔 맥주를 사서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이어갔습니다. 서로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만남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한 친구의 말이 생각납니다. ‘십일조’라는 헌금도 중요하지만, ‘시간 십일조’도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헌금보다 직접 몸으로 봉사하는 일이 더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얘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몸으로 봉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WMC 도 제가 할 수 있는 봉사입니다. 타인만을 위한 봉사가 아닙니다. 함께 길을 걸으며 저 역시 심신이 건강해질 수 있고, 참석하신 분들을 통해 배울 수 있기에 자신에 대한 봉사이기도 합니다. 자리이타 (自利利他)입니다. 반가운 친구들 만나 기분 좋은 저녁 시간을 보냈습니다. 모두 늘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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