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적 사고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전화, 메일, 카톡, 문자를 보냈는데, 답장이 오지 않으면 신경이 많이 쓰이고, 가끔은 불편해지고, 불쾌해지기도 하고 심지어는 화가 나기도 한다. 사업을 할 때보다는 이런 증세가 많이 약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어제 세 사람과 연락을 취하면서 다시 한 번 이 문제를 생각하게 되었다. A는 상담을 신청한 분으로 통화를 하여 일정을 확정하기로 했는데, 문자를 보내도 답변이 없었다. 상담을 하기 싫은가? 원래 연락을 하는 것을 귀찮아하는 사람인가? 내가 먼저 다시 연락하기를 기다리나? 아님 그냥 바쁜가? 별별 생각이 많이 들었다. 오후에 다시 전화를 했더니, 아무 일 없듯이 반갑게 전화를 받으며 일정을 확정 지었다.
B는 독서에 관심이 많은 후배로, 블로그에 어제 글 하나를 쓰고 나서, 그 친구가 생각이 나서 블로그 내용을 전달하며 인사를 전했다. 오후 이른 시간에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것도 후배가 답변이 없자 은근히 신경 쓰이지 시작했다. 나를 무시하나? 오랜만에 연락을 취하며 글을 보내는 것이 불편한가? 나 혼자 친한 후배로 생각을 하고 있나? 아니면 바빠서 그런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밤 10시 넘어 커피 교환권과 함께 최근의 일상을 포함한 친절한 답을 보내왔다.
C는 현재 진행중인 업무가 있는 고객사의 대표로, 어제 문자를 보내 목요일에 인사차 방문하고 싶다고 연락을 취했는데 답이 없었다. 비교적 내가 보낸 메일이나 문자에 바로 답변을 하는 분인데, 연락이 오지 않으니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문제가 생겼나? 아니면 갑질을 하는 것인가? 혹시 외국에 나가 있거나 바빠서 그런가, 등 별의별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오늘 아침에 직접 전화를 했더니, 아무 일 없듯이 전화를 받으며 방문 약속을 하였다. 단지 바빠서 연락을 취하지 못했고, 또 며칠 후 방문하겠다는 문자에 대한 답변을 굳이 서둘러 할 필요도 없었다는 것이다.
어제 밤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왜 나는 연락을 취한 것에 대한 답변이 오지 않으면 불안해하고, 불편해 하고, 심지어는 화가 나기도 할까? 어제 세 명의 상황을 봐도, 아무런 일도 없었고, 다만 그들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연락을 바로 취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런 상황은 전에도 많이 있었지만, 나중에 알고 나면 실은 아무 일도 없었고, 단순히 바쁘거나, 깜빡 잊었거나, 또는 굳이 답변할 내용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데 왜 나는 이런 부분이 신경이 쓰이는 것일까?
아마 사업을 시작하면서, 아니면 그 이전에 직장생활을 하면서 시작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 생활하며 시간과 약속에 대한 강박이 있었고, 그 이후 사업을 하면서 많은 ‘갑’질을 당하며 만들어진 불안과 강박 같은 것으로 느껴진다. 특히 사업을 하면서 고객사의 불공평한 태도는 나를 많이 힘들게 하였고, 연락을 일방적으로 취하고, 일방적으로 거절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분노를 느꼈던 적이 있었다. 나는 사업 수주를 위해 고객사들의 요청에 바로 대응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고, 고객사 입장에서 나는 그냥 하나의 하청업체에 불과하여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태도를 취하는 모습을 보며 지내왔던 많은 세월이 나로 하여금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 연락에 답변이 없으면 나를 무시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여 화를 내고 마음이 불편하고 불쾌했던 거 같다. ‘무시당했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나를 힘들게 만들었고 화를 나게 만들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상대방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와 비슷한 상황을 마주치게 되면 무시당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직접적으로 불쾌한 감정을 표현은 하지 못하면서 수동적으로 불편함을 표현하기도 했고, 관계를 단절하기도 하였다.
이제는 그런 불편함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나 자신을 위해서, 또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오해를 당하는 분들을 위해서. 연락을 기다리는 힘은 많이 생성된 것 같다. 며칠 정도는 아무 일 없듯이 불편함을 안고 기다릴 수 있다. 이제는 그런 불편한 생각이 올라오는 자동적 사고를 미리 차단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런 생각이나 감정이 들면 이것을 빨리 알아차리고, 더 이상 생각이 진전되지 않도록 미리 차단하는 방법. 많은 사람들과의 경험을 통해서, 그분들이 일부러 나의 연락을 피하거나 늦게 연락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확인이 되었다. 어떤 분들은 아마 내 연락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내가 생각했던 ‘나를 무시하는’ 태도를 취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런 자동적 사고를 차단함으로써 이런 불편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런 연습을 통해 비록 연락이 늦게 오더라도 불편한 마음이 들지 않게 될 것이다.
또 하나는, 내가 취하는 연락이 반드시 필요한 연락이었는가에 대한 자문이 필요하다. 과연 그 연락을 꼭 그 시간에 그 사람에게 하여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한 번 하고 그 후에 연락 여부를 결정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연락은 반드시 그 시점에 필요한 연락이 아니었던 것 같다. 어쩌면 내가 먼저 소통하고 싶고, 누군가와 얘기하고 싶고, 마음을 나누고 싶어 하는 이유 때문에 연락을 취한 적도 많았다. 그 이면에는 외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외로움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혼자 있어도 그다지 불편한 점도 없고, 오히려 누군가와 약속을 하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만큼 변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먼저 연락을 취하는 것도 하나의 습관일 수도 있기에 그 습관의 변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반드시 지금 이 시간에, 이 사람에게 연락을 취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자문과 검토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이제 누가 나를 무시해도 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그 사람의 생각일 뿐이다. 타인의 판단과 기준이 내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물론 일반적인 사회의 규정을 지키고, 타인의 밀을 귀 기울여 들을 필요는 있지만, 그 기준을 반드시 따라야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나의 삶에 대한 판단과 기준은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독선적이고 독단적인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한 마음의 균형을 잡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타인의 기준에 따르지 않고, 내가 정한 기준을 타인에게도 강요하지 않으면서 균형 잡힌 삶을 사는 것은 많은 노력과 성찰이 필요하다. 연락에 대한 불편함이 나에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