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다리와 섬과 길)

다리(橋) 와 섬(島) 과 길(道)

by 걷고


섬과 섬을 이어주는 다리가 길이 됩니다. 만약 다리가 없거나 길이 열리지 않으면 섬은 고립된 상태로 머물게 됩니다. 고립된 상태에서 섬 고유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다른 세상과 왕래를 할 수 없으니 별다른 변화와 발전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리가 세워지고 길이 열려 왕래를 하게 되면 소통과 교류가 시작됩니다. 발전과 변화로 인한 어느 정도의 부작용도 있을 수는 있지만 다른 세상을 접하면서 발생하는 변화는 또 다른 세상을 열어주기도 합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는 말이 있듯이, 옛 것을 알고 새로운 것을 알게 되면 균형 있는 발전을 이루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균형이 결과적으로는 안정감을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또한 그 섬은 새로운 문물의 도입으로 활기에 넘칠 수 있습니다. 부작용 역시 나중에는 선순환을 위한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각자는 하나의 섬입니다. 길을 걸으며 우리는 길동무들과 함께 마음의 다리를 건설하여 타인과 소통과 교류를 하게 됩니다. 개개의 섬은 자신의 고유의 모습을 유지하며 교류를 하여야 하는데 가끔은 타인의 섬이 자신의 섬 안에 너무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자신의 섬의 본래 모습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 반면에 어떤 분들은 자신의 삶이 사라질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담장을 높게 쌓으며 외부와 단절할 채 외롭게 살아가기도 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섬의 중요함을 존중하듯이 타인의 섬 또한 존중해야 합니다. 그런 존중과 배려가 타인의 섬에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또한 길과 다리는 교류를 위한 수단이지 타인의 섬을 침범하거나 조종하려는 방편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인간 중심 상담의 창시자인 칼 로저스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무지개가 아름다운 것은 우리가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지개는 자신의 모습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 낼 수 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마음을 열고 그 무지개를 기쁨으로 받아들이고 감상을 하면 된다.” 조종하는 순간 이미 원래의 모습은 사라지게 됩니다. 타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 주며,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 됩니다. 그리고 상호 간에 마음을 열고 서로 감상하기만 하면 됩니다. 어떤 편견, 고집, 감정, 판단, 평가라는 오염이 존재하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가 없게 됩니다.


어제 한 직장에서 36년간 근무를 하시다가, 곧 퇴임을 맞이하는 분과 야간에 길을 걸으며 얘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 긴 세월을 한 직장에서 보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 안에서 끊임없이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고, 만들고, 개발하면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을 겁니다. 그렇기에 그분의 걷기는 그냥 단순한 운동 차원의 걷기가 아닌,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타인과 소통하고 세상 속에서 어울리며 살아가는 법을 체득하기 위한 걷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道)을 걸으며, 길 위에서 삶의 도(道)를 찾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자의 섬을 유지하며 걷기를 통해 마음의 다리를 건설하여 다 함께 아름답고 조화롭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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