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늙어가는 것이란?’이란 제목으로 글을 썼다. 나이 들어가면서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하니 선택과 집중을 잘하며 사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내용이다. 글을 쓴 후 하루, 이틀 지나고 나면서 이 글에 뭔가 아쉬운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해야 선택과 집중을 잘할 수 있는지, 그 방법론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여서 글을 마무리 짓고 싶다. 사람마다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고, 추구하는 삶의 모습이 다르기에 정답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그런 면에서 ‘나의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전제 조건은 필요할 것 같다. 모든 분들이 각자 추구하는 자신만의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선택과 집중’을 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는 올바른 선택이 필요하다. 감정에 휘말려 있거나, 분노가 가득하거나, 악의에 찬 상태에서 내린 결정은 대부분 후회를 초래하게 된다. 오염된 마음 상태에서 내린 결정이 현명한 결정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그런 면을 고려할 때, 결정을 내리는 순간의 마음가짐은 매우 중요하다. 차분하고, 안정되고, 자신과 타인에 대한 선의를 갖고, 미래 지향적인 방향을 갖고 내린 결정은 일반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마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생활 태도와 습관이 매우 중요하다. 일반인이 생활 속에서 바른 마음과 몸가짐을 갖는 기준을 불교의 오계 (五戒)에서 찾고 싶다.
불교에서는 불자들이 닦아야 하는 세 가지 근본 수행법으로 삼학 (三學), 즉 계(戒), 정(定), 혜(慧)를 얘기한다. 계율이 잘 지켜지면 고요하게 되고, 고요함이 성취하게 되면 지혜가 발현한다고 한다. 그릇이 틈이 없이 온전해야 그 그릇에 물을 담을 수 있고, 그릇이 바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물의 흔들림이 없어서, 그 물에 얼굴을 비출 수 있다. 그릇이 바로 계율이고, 물의 흔들림이 없는 상태가 바로 선정이고, 고요한 선정이 있어야 지혜, 즉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세 가지 수행법 중에 가장 기본이 계율(戒律)이다. 가장 기본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계율을 지키지 못한다면 선정과 지혜는 이미 이루어질 수가 없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삶의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무질서하게 되고, 그 무질서로 인해 몸과 마음이 산만하고, 그 산만함을 안정시키기 위한 불필요한 에너지와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자신만 힘든 것이 아니고, 주변 사람들에게 직, 간접적으로 많은 피해를 줄 수가 있다. 불교에서는 오계(五戒)라 하여 일반 신도가 지켜야 하는 다섯 가지 기본적인 계율을 정해 놓고 있다.
불살생 (不殺生)은 살아있는 목숨을 죽이지 말라는 의미보다는 모든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니라는 의미다. 물리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폭력을 하거나 괴로움을 주는 행위도 엄격하게 얘기한다면 여기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과 존재에게 사랑을 베풀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로 이 계율을 지키는 방법이다. 이런 생활을 한다면 쓸데없는 시비에 시달릴 일이 없어서 시간과 에너지를 보다 더 의미 있는 일에 유용할 수 있다.
불투도 (不偸盜)는 주지 않은 물건에 손을 대지 말라는 의미다. 내 것이 아닌 것에 욕심을 내지 말라는 말이다. 보다 더 근본적인 의미는 힘든 사람들을 도우며 살라는 적극적인 의미다. 자신의 노력만큼 받은 보상에 감사하며, 그 보상 중 일부를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누는 보시행을 하라는 말씀이다. 우리는 주위 사람들과 비교하여 자신의 부족함을 스스로 느끼고, 상대방을 질투하고, 심지어는 빼앗으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로 인해 많은 힘든 상황이 발생하게 되고, 이런 상황 때문에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불사음 (不邪淫)은 청정한 부부 관계 외에 삿된 마음을 갖지 말라는 계율이다. 자신의 배우자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불건전한 관계를 맺고 유지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다. 동시에 배우자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며 생활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올바른 부부 관계를 유지하게 되면 저절로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 낭비를 하지 않게 되고, 늘 편안한 마음으로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불망어 (不妄語)는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의미다. 하나의 거짓말은 다른 거짓말을 만들어 나중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또한 신뢰를 잃게 되어 원만한 대인 관계를 맺기가 어렵게 된다. 부드러운 말, 바른말, 또는 침묵으로 불필요한 거짓말을 대신하는 것이 사람들과 화합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이다.
불음주 (不飮酒)는 과음을 하지 말라는 의미다. 과음은 때로는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엉뚱한 언행을 하게 되어 자신과 가족, 심지어는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유혹에 빠지지 말고 맑은 마음을 유지하며 편안한 일상생활을 하라는 의미다.
오계를 살펴보면 딱히 어려운 일은 없다. 또한 우리를 괴롭히는 대부분의 일들은 오계만 잘 지킨다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오계는 ‘...... 를 하지 말라’는 수동적인 의미가 아니다.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 낭비를 하지 않고, 보다 편안하고 즐거운 삶을 위한 기본 방편이다. 이런 기본적인 규칙을 잘 지키면서 내린 선택과 결정은 옳은 결정이 가능성이 높다.
나이 들어가면서 굳이 화를 내고 악한 마음을 지닐 필요가 없다.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을 대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대한다면 외롭지 않고 사람 속에서 편안하게 늙어갈 수 있을 것이다. 재물이든, 재능이든, 갖고 있는 것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남의 것을 빼앗거나 욕심내며 살아가는 것보다 훨씬 더 행복할 것이다. 나이 들어서 불필요한 남녀 관계에 휘말리게 되면 배우자와 자식들에게도 외면받지만, 스스로도 그런 일로 불필요한 일을 겪으며 일상이 불편할 수 있을 것이다. 쓸데없는 일로 굳이 불편함을 자초할 이유는 없다. 모든 사람들을 가족처럼 대하면 우리가 모든 사람들의 가족이 될 수 있다. 부드러운 말과 도움이 되는 말, 그 외에는 침묵을 해도 될 만큼 이미 충분히 말을 하고 살아왔다. 조용히 자신의 내면과 대화를 하며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이가 늘어나면서 주량은 저절로 줄어들고 있다. 이 사실만 수용해도 과음은 피하게 된다. 과음하지 않으면 다음 날 일상이 편안하다. 굳이 이 좋은 일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나이 들어가면서 기본적인 오계를 지키며 편안한 하루하루를 맞으며 살아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