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의 힘
코스: 20200813 – 20200816 38km
누적거리: 1,605
평균속도: 3.3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긴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됐다. 수해를 당한 분들의 고통을 생각하며 잠시 기도한다. 코로나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격상되었다. 이제는 마스크 쓰고 다니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밀폐된 장소가 아닌 길가에서도 사람들은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 수해까지 겹쳐서 많은 사람들이 지치고 힘들어한다. 특히나 코로나와 싸우고 있는 의료진의 노고를 생각하면 미안하고 고맙고, 얼마나 지쳤을까라는 안타까움이 들기도 한다. 그분들이 빨리 코로나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와 예방 조치를 잘 취했으면 좋겠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보이지 않는 적을 상대로 싸우는 일은 힘들다는 말로서는 표현이 부족하다. 보이지 않는 어둠 속 긴 터널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이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며칠 전 선배를 만났다. 전립선 비대증을 자신만의 이상한 상상으로 해석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대부분 발생하는 증상이고 의사 말씀대로 약을 먹기로 했다는 말이 자신의 상상과 달라서 재미가 없었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상상을 했던 것일까? 얘기 들어보니 이 증상을 부부 관계와 연결하고 있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생각과 상상이었고, 그런 반응과 태도에 순간 실망과 함께 화가 치밀었다. 순간 잘못 들은 것은 아닌지 내 귀를 의심하기도 했다. 평생 약을 먹어야만 된다는 의사 말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재미’를 운운하는 모습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부분 나이 든 남성들이 겪는 증상이니 걱정하지 말아라.’라고 얘기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사람이 보이는 태도일 것이다.
어제는 서울 둘레길을 후배와 다녀왔다. 그 후배는 늘 내게 도움을 주는 친구다. 반면에 나는 업무에 필요한 서류 작성이나 디자인 요청을 하거나, 잘 모르는 상황에 대해 질문을 하며 도움을 받는다. ‘나는 왜 걷는가?’라는 주제로 책 발간을 위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책이 발간된 후 혹시나 면담자들이 저작권에 대해 요구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어떤 방식으로 준비를 해야 하는지 고민만 하고 있었다. 그 후배에게 고민을 얘기했더니, 저작권 협회에 직접 문의를 해서 장문의 답변을 받아 내게 전해 주었고, 면담 동의서라는 양식까지 만들어 보내 주었다. 어제도 걷기 마친 후 술 한잔하는데, 최근에 지방에 면접관으로 다녀와서 수입이 생겼다며 후배가 비용을 지불했다. 그 후배를 생각하면 늘 고맙고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랜 기간 알고 지내 온 고등학교 선배 한 분은 나의 버팀목 같은 분이다. 전립선 비대증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하니, 여러 학설을 찾아보고 대안을 얘기하며 최종적으로 당분간은 의사 말을 듣는 것이 어떻겠냐며 진심 어린 조언을 해 주셨다. ‘브런치’라는 글 쓰는 공간을 추천해서 글을 써보라며 격려해 주신 분이며, 유튜브를 해야 한다며 ‘이휘재의 인생 2막의 재구성’이라는 채널을 만드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도움을 주신 분이다. 최근에 화상 상담에 관한 얘기를 하며 필요성을 강조하셨고, 안내문을 직접 디자인해서 보내 주시기도 했다. 만나면 책 얘기를 하기도 하고, 나의 좁고 편협한 사고를 다양하고 폭넓게 만들어 주기 위해 친절하게 방향을 우회적으로 알려주시기도 한다. 반면 나는 늘 필요할 때만 연락드리는 편이다.
나의 질병 증상을 ‘재미’로 느끼는 선배를 보며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면 늘 도움을 받고 있는 후배나 다른 선배에게는 나의 모습이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자신이 느끼는 남의 모습은 이미 내 안에 있는 나의 모습’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내 안에 있는 모습이 투영되어 상대방의 언어나 행동을 보고 상대방에게 화를 내는 투사다. 이런 생각을 하니 비록 그 선배의 태도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화를 낼 이유가 없어졌다. 오히려 나를 늘 도와주는 선배나 후배에게 내가 어떻게 대해왔는지 반성하는 기회가 되었다.
호흡 명상과 자애 명상을 매일 하고 있다가 최근 이 삼일 하지 못했다. 특별히 바쁜 일도 없는데, 주말에는 괜히 그런 수행도 쉬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직업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규칙적인 일을 하는 사람도 아닌데, 아직도 사회생활했던 습관이 남아 있어서인지 주말이나 공휴일이 되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선배를 만난 토요일 아침에도 수행하지 않고 집에서 쉬고 있다가 나갔다. 하루 마음공부를 하지 않으면 마음 밭이 거칠어진다. 그 거칠어진 마음에 상황이 발생하면, 반응 역시 당연히 거칠어진다. 결국 마음이 만들어 낸 환상에 속아 반응하고, 화를 내며, 기억을 곱씹고 있었다. 상황에 따라 반응하는 마음을 빨리 알아차리고, 그 당시의 마음을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동시에 매일 꾸준히 마음공부를 하며 마음 밭을 늘 가꾸어야 상황을 제대로 볼 수 있고, 반응을 달리할 수 있다. 마음공부를 다시금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불편한 선배에게 감사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