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 주일 전부터 소변을 보는 느낌이 다르고, 나중에는 복부가 눌리는 통증을 느낄 수 있었다. 비뇨기과에 가서 진찰을 받아보니 전립선 비대증 초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며, 소변 검사와 피검사를 받았다. 다행스럽게 소변에는 염증이나 세균이 발견되지 않아서 일주일간 먹을 약을 처방받았다. 이삼일 지나자 복부 통증이 사라졌고, 소변도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오늘은 피검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에 갔다. 다행스럽게 아무런 이상 징후가 없다고 하며 약을 한 달 치 처방해 주었다. 의사 선생님은 이 약은 평생 복용해야 한다고 했다. 갑자기 우울해졌다. 혈압약을 평생 먹는 것 자체도 부담인데, 전립선 약도 평생 먹어야 한다니. 마치 약에 의존하며 살아야만 된다는 생각이 들면서 뭔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열심히 걷고, 음식도 맵거나 짜지 않게 먹고 과식도 하지 않는다. 몸의 얘기에 귀 기울여 들으며 몸이 피곤하지 않게 관리하고 있다. 혈압은 본태성이라고 하니 포기하고 약을 먹기로 했다. 근데 이제는 나이 들어가면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기는 전립선 비대증으로 또 하나의 약을 평생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싫었다. 예방의학과 전문의, 제약 회사 30년 영업 전문가, 제약 회사 기획실 출신 세 명에게 문의를 했다. 평생 이 약을 먹어야 하는지 그들의 확인을 받고 싶었다. 의사 선생님에 대한 불신이라기보다는, 이 약을 평생 먹지 않고 지낼 수 있는 방법을 듣고 싶었다.
예방의학 전문의는 의사답게 신중하게 얘기하며 좀 더 알아보겠다고 했다. 다른 두 친구들은 아무 이상 없으니 그냥 먹으라고 한다. 그중 한 친구는 자신도 그 약을 이미 먹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1년 정도 복용하고 상태가 나아지면 언제든 끊어도 된다고 한다. 또한 그 약을 먹는 것이 다른 질병을 예방할 수도 있다고 한다. 중간에 끊을 수도 있다는 말에 기분이 나아졌다. 결론은 앞으로 1년간 그냥 먹기로 했다.
몸에 피곤이 몰려왔다. 아침 일찍 큰 비를 맞으며 나가서 병원 들렸다가 점심 식사도 못하고 상담 세 사례를 진행하고 집에 오니 오후 3시 반. 식사하고 나니 오후 4시. 피곤해서 낮잠을 잤다. 자고 일어났지만 피곤함이 남아있다. 기분은 많이 안정이 되었다. 일단 약을 먹기로 했으니, 이제 그 생각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오늘 걷기 동호회 화요 저녁 걷기가 있는 날이다. 집에 있으면 오히려 몸이 더 힘들고 무기력해질 것 같아 참가 신청 댓 글을 달고 나갔다.
비가 물러가며 무더위가 찾아왔다. 언제 비를 뿌릴지 몰라서 우산도 챙기고, 비를 맞을 준비로 반바지에 기능성 티를 입고 나갔다. 예상보다 많은 23명이 참석했다. 혜화역에서 만나 성균관대를 지나, 삼청동과 시내를 관통해서 회현역에서 마치는 시내 저녁 걷기다. 길동무들을 만나 즐겁게 떠들며 걸었다. 몸이 땀에 젖으며 기분은 점점 더 좋아지고, 낮에 있었던 일들은 어느덧 기억조차 남지 않는다. 걷기의 효과다. 또한 함께 걷는 사람들의 밝은 에너지 덕분에 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남대문 사진을 찍었다. 남대문은 수많은 세월을 견뎌내며 지금도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역사는 세월이 만들어 낸다. 세월의 흔적은 영광과 상처를 남긴다. 우리의 삶 역시 세월을 견디며 영광과 상처를 남긴다. 노화로 인한 질병이나 신체적 변화는 세월이 만들어 내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약에 의존한다는 생각보다는 의학의 발달 덕분에 약이 있어서 살아있는 동안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것이다. 병과 처방은 의사에게 맡기고, 나는 의사의 말을 따르며 내 할 일을 하면 된다. 앞으로도 얼마든지 이런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 거부하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전립선 비대증은 내게 하나의 선물이 될 수도 있다. 일상생활의 경고 역할을 하며 나의 건강을 지켜 줄 것이다.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로써 성인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서 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보왕삼매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