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부터 계속해서 일기 예보를 주의 깊게 들었습니다. 오늘 서울 둘레길 길 안내를 맡은 사람으로서 여러모로 신경이 쓰입니다. 비 오는 날 걷는 것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산속에서 갑자기 큰 비를 만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저를 믿고 따라오시는 분들이 혹시나 자그마한 사고라도 나거나, 길이 유실이 되어 오도 가도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늘의 뜻을 누가 감히 예측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최첨단 장비로 날씨를 예측하여 알려주기도 하지만, 반드시 예측대로 되지는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늘은 수서역에서 대모산, 구룡산을 걷고 양재천을 지나 양재 시민의 숲 역에서 마치는 약 11km에 달하는 코스를 약 4시간에 걸쳐 걷는 날입니다. 지난주에 사전 답사를 다시 한번 다녀온 길이었지만, 큰비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중간에 빠질 수 있는 길이 두 군데 있긴 합니다. 로봇 고등학교로 내려오는 길은 미리 사전 답사를 했기에 그 길에 대한 이해를 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진출로는 확인하지 않아서 길의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만약 큰 비를 만날 경우 제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곳의 진출로로 내려오는 방법이 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양재천이 비로 인해 넘쳐나면 구룡산을 내려와 버스로 이동하는 방법 외에 딱히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물론 오늘 함께 걷는 분들 중에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분이 계셔서 내심 조금 마음이 놓이기는 했습니다.
수서역에서 모여 간단하게 인사를 한 후 걷기를 시작했는데, 다행스럽게 끝나는 시간까지 비가 내리지는 않았습니다. 하늘님께서 우리의 무모한 도전을 어여삐 생각하셔서 편한 일기를 내려주신 것 같습니다. 대신 습도가 높은 길을 걸으며 온 몸은 땀으로 젖었습니다. 하지만, 땀을 흘린 만큼 웃음과 건강이라는 보상을 받습니다. 서로 준비해 온 음식물을 나눠먹는 아름다운 문화는 우리가 앞으로도 계속 유지해야 할 풍습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여름에 과일이나 과일 주스를 준비해오면서 시원함을 유지하기 위해 특별한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분들의 마음은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우리는 사소한 일에 감동을 받습니다. 하지만 결코 사소하다고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성이 있어야 행동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그런 정성은 결코 사소한 것이 될 수는 없습니다.
힘든 분들에게 격려와 유머를, 마음이 어두운 분들에게 밝은 수다를, 서로에게 배려와 존중을 하는 따뜻한 마음 역시 결코 사소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또한 길동무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반성하며 변화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모습에서 보이는 단점은 실은 자신의 단점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군가의 장점이 보인다면, 그 점은 바로 우리 자신의 장점도 된다는 얘기입니다. 결국 길동무는 우리의 거울입니다. 타인에 대한 비판, 평가, 비난을 하는 것은 실은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것과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판단은 실은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설사 그런 마음이 올라온다고 해도, 길을 걸으며 그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자신이 성숙하고 발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길을 걸으며, 우리는 단순히 몸 건강만 챙기는 것이 아닙니다. 힘든 상황에 처할 때, 걷기를 통해 몸이 회복이 되면서 피폐해졌던 정신이 바로 돌아오게 됩니다. 몸과 마음이 자리를 잡으면서 저절로 웃음과 행복이 찾아옵니다. 그 웃음과 행복을 함께 걷는 길동무님들과 나누면 그 즐거움은 배가 됩니다. 결국 걷기는 우리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자신의 행복이 바로 주변 사람들의 행복이 되는 길입니다. 우리가 걷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