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과 감정치유

by 걷고

불교에서는 ‘인생을 고해 (苦海)’라고 한다. 삶 자체가 고통이고 그 고통의 바다를 건너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건너가는 것을 깨달음이라고 한다. 고통은 둑카 (dukkha)를 번역한 용어로, 둑카의 의미는 불완전함 또는 불편함이라는 의미다. 몸을 갖고 태어났기에 질병과 노화가 있고, 먹고 자고 즐거움을 추구한다. 몸을 유지하고 아름답게 치장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과 돈을 사용한다. 이런 이유로 돈을 벌기 위한 일을 해야 하고, 일을 하면서 힘든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물론 젊음을 즐기고, 사랑을 하며, 승진하고, 가정을 이루는 행복도 있다. 하지만, 이런 행복은 영원하지 않다. 영원하지 않은 것을 영원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지만, 결과는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이런 불완전함 때문에 불편함이 발생한다는 것이 불교에서 얘기하는 둑카의 의미다. 불교에서 얘기하는 고통은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고통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고통 (pain)과 괴로움 (suffering) 은 구별할 필요가 있다.



“고통은 삶의 일부분이어서 필연적인 것이다. 괴로움은 우리가 고통을 받아들이는 것을 거절할 때 생겨나는 감정이다.” (본문 중에서)



고통을 인정하거나 수용하지 않고, 거부하고 저항하기 때문에 고통으로 인한 부수적 감정인 괴로움이 발생하는 것이다. 여름은 덥고 습하다. 그런 날씨가 여름이다. 여름은 당연히 덥고 습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더위나 장마, 습기로 인해 짜증을 내거나 불편을 호소할 필요가 없다. 그냥 그런 날씨를 여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덥고 습해서 짜증이 나고, 화가 나고, 견디기 힘들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괴로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날씨를 상대로 이길 수 없는 불필요한 싸움을 하는 것이다. 이런 싸움으로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한다. 또한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폭식, 알코올 중독, 성 중독 등에 빠져 살기도 한다.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행동과 생각들이 결국 자신을 더 괴롭게 만들고, 이런 악순환은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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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과 감정치유’라는 책은 변증법적 행동치료 기법과 원리를 설명한 책으로, 혼자 공부하고 실습할 수 있는 매뉴얼 같은 책이다.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의 핵심은 우리의 감정과 생각, 행동이 연결되어 있어서, 그중 하나를 변화시키면 다른 두 가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 방법으로 마음챙김과 수용을 안내하고 있다. 우리가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오염된 해석을 하면서 자신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런 경험이 누적되어 미래의 생각, 감정,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생각의 변화는 감정과 행동의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다른 요인들도 상호 작용을 한다.


존 카밧진은 “마음챙김은 판단함이 없이 지금 이 순간에 의도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마음챙김은 과거나 미래가 아닌 지금-여기에서 하고 있는 생각, 감정, 행동을 비판단적이고 있는 그대로 자각하는 것이다. 자각을 하게 되면 지금까지 취해 왔던 방법과는 다른 보다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생각, 감정,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경험이 누적되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고, 결과적으로 자신을 변화시키게 된다. 책에서는 마음챙김 방법을 호흡과 신체에 대한 마음챙김을 안내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사념처(四念處)라고 몸, 느낌, 마음, 제반 현상에 대한 마음챙김을 가르치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신념처 중 몸, 즉 호흡과 몸의 감각에 대한 마음챙김을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수행을 위한 책이 아니고, 현실에서 독자 스스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수용은 현실을 부정하는 것을 멈추고 그것을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리네한, 1993) 예를 들면, 날씨를 부정하거나 변화시키려고 하는 쓸데없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수용이다. “현실을 수용한다고 고통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것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여 생겨나는 감정의 괴로움을 줄여준다. 고통은 우리 삶의 자연스러운 부분이다.” (본문 중에서) 즉, 수용을 통해서 삶 자체가 고통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그로 인한 부수적 감정인 괴로움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우리가 노력해야 할 지점이 바로 이 지점이다. 고통은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없애려 하거나 저항하면 할수록 괴로움은 점점 더 커진다.


이 책은 주어진 상황을 해석하는 과정을 통해서 감정이 발생한다는 괴로움의 진행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경험하는 감정은 우리의 해석에 반응한 결과다. 우리의 생각과 감정은 사실이 아니고 경험을 반영하거나 상황에 대한 우리의 인식일 뿐이다” (본문 중에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거의 경험이라는 색안경을 쓰고 상황을 바라보고 오염된 방식으로 판단하고 해석한다는 것이다. 괴로움이 발생하는 지점이 바로 이곳이다. ‘날씨가 춥다’는 것은 그냥 추운 것일 뿐이다. 추운 날씨와 관련된 과거의 온갖 부정적인 경험을 끌어내어 해석한 후, 더 부정적인 감정을 만들어 인식의 창고에 쌓아놓는다. 마음챙김은 바로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냥 ‘날씨가 춥다.’라고 느끼고 지금 이 순간 하고 있는 일로 돌아와서 더 부정적인 감정이 쌓이지 않도록 만들어 준다. 상황에 끌려다니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각하고, 물 흐르듯 흘려보내는 것이다. 모든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한 판단을 내려놓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판단은 사실이 아니다. 그러므로 사실이 아닌 판단은 현실이 아니다.” (본문 중에서)


마지막으로 ‘긍정적인 감정 키우기’를 안내하고 있다.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즐거운 활동을 찾아서 실천하라고 강조한다. 긍정적인 감정이 많이 쌓일수록 행복 기준점은 올라간다. 재미있는 활동도 중요하지만, 성취감과 긍지를 느낄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 행복감을 더 충족시켜 줄 수 있다고 한다. 선택을 한 후에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삶 자체는 고통이다. 하지만 고통 속에서 괴로움을 덜 느끼거나 느끼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그 방법이 바로 마음 챙김과 수용을 통한 생각, 감정, 행동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동시에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을 꾸준히 하면서 삶의 질을 높이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책은 우리들에게 같은 환경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차분히 읽고 꾸준히 노력하여 이번 코로나 사태를 자신의 변화와 발전, 행복한 삶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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