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여행을 준비하며
60세에 정년을 맞이한 한 남성이 있습니다. 퇴직으로 인한 불필요한 존재라는 실망감에 부인을 잃은 상실감이 더해져 자살을 생각하던 중, 조카가 며칠간 집으로 놀러 오겠다는 얘기를 듣고는 집 정리를 하며 마음을 추스른 후에 산티아고로 떠나게 됩니다. 콤포스텔라 대성당 앞에서 두 가지를 다짐합니다. 하나는 자신이 불필요한 존재가 아니고, 경험이 많은 존재 가치가 충분한 사람으로 사회에 기여를 하겠다는 약속입니다. 이런 약속이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에게 2,000km 이상을 멘토와 함께 걸으면 실형을 면제시켜주는 쇠이유라는 청소년 교정 프로그램으로 발전하였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실크로드 12,000km를 걷겠다는 다짐을 하곤 4년에 걸쳐 도보여행을 마무리한 후에 ‘나는 걷는다’ (총 3권)라는 책을 출간합니다. 그 책은 전 세계에 번역되어 걷기 열풍을 불러일으켰고, 지금도 도보여행자에게는 필독서로 되어 있기도 합니다. 2013년과 2014년도 두 번에 나눠 75세의 연세임에도 불구하고 실크로드의 걷지 못한 구간을 연인과 함께 2,900km를 걷고, ‘나는 걷는다, 끝’이라는 책을 출간하였습니다. 그분은 다름 아닌 지금 79세인 베르나르 올리비에 씨입니다.
지난 약 30년의 세월을 직장생활과 개인 사업을 운영하며 지내다가, 어느 순간 회사를 정리하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어떤 삶이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삶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한 남성이 있습니다. 사회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로 힘든 시간을 보낸 던 중에 ‘나는 걷는다’라는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 걷기에 관심을 갖게 되어 열심히 길을 걸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우연한 기회에 상담을 접하게 된 후 상담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느끼고 50대 중반에 대학원에 입학하여 공부를 하였고, 드디어 상담심리사가 되었습니다. 상담 공부를 통해 자신의 문제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게 되면서, 주위 사람들의 고통이 들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그분들을 위한 자그마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삶의 의미와 보람을 찾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지는 않았지만, ‘어떤 방법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화두로 들고 있는 이 사람은 다름 아닌 올해 환갑을 맞이하는 바로 저, ‘걷고’ 이휘재입니다.
저 역시 베르나르 올리비에 씨처럼 걷기를 통해 자신을 찾고 미래를 계획하고 싶었습니다. 환갑을 기념하기 위해, 그간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계획하기 위해, 그리고 사회적으로 다양한 역할을 해왔던 자신의 페르소나를 벗어 버리고 그 안에 숨겨져 지내왔던 자신을 되찾기 위해 산티아고 여행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제게 참으로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것입니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는데, 아내는 걱정을 하면서도 옷가지와 필요 물품을 챙겨 주었고, 딸아이는 모든 항공편, TGV 및 호텔 예약, 환전, 간단한 선물 등 여행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도와주었습니다. 제 계획을 알게 된 선배님들과 친구들은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경비를 지원해 주시며 축하해 주시기도 하셨고, 후배들은 여행 관련 서적을 사서 보내 주기도 하였습니다. 참 고마운 분들입니다. 그분들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제가 지난 60년이라는 세월을 그래도 잘 살았다는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최근에 ‘나는 걷는다’ 책을 다시 한번 읽었고, 얼마 전에는 그 작가의 자서전 같은 ‘떠나든, 머물든’이라는 책을 읽었으며 지금은 ‘나는 걷는다 끝’을 읽고 있습니다. 그 책들의 내용이 너무나 마음에 와 닿았고, 제게 많은 영감을 주었기에 그분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 책들을 번역 및 발간한 출판사에 정중한 메일을 보내서 작가 분의 이메일 주소를 물어보았고, 친절하게도 그 출판사에서 다음 날 제게 이메일 주소를 알려 주셨습니다. 용기를 얻어서 바로 베르나르 올리비에 씨에게 메일을 발송하였습니다. 왜 만나고 싶어 하고,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지에 대한 장문의 메일을 발송하였습니다, 간절함과 진실성이 느껴지셨는지, 파리 외곽에 살고 계시지만 파리에 위치한 쇠이유 사무실까지 오셔서 기꺼이 만나시겠다는 이메일과 함께 쇠이유 주소와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 주셨습니다. 저는 너무 기뻐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습니다.
산티아고 여정을 모두 마친 후에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파리에서 그분을 만나 대화를 나누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생각에 마음이 많이 설렙니다. 아직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어떤 만남이 될지, 만난 후 어떤 생각이 들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산티아고 여정과 그 분과의 만남은 제 삶에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또한 이번 여행을 전환점으로 하여 제 삶의 방향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티베트 말로 ‘사람’은 ‘걷는 자’라고 한다는 말을 듣고, 이번 여정은 삶의 과정에서 잃어버린 저 자신을 찾고, 사람이 되어가는 문턱을 넘는 중요한 기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이번 여행을 간절히 기다리는 이유입니다.
(이 글은 산티아고 여행 가기 전 쓴 글입니다. 저는 2017. 4. 25부터 2017. 6. 10 까지 산티아고 순례를 완주하였고, 그 이후에 프랑스에서 베르나르 올리비에 씨는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그 이후에 산티아고 순례기,‘새로운 나로 태어나는 길, 산티아고’라는 책을 출간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