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날짜와 거리: 20201201 9km
누적거리: 2,621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오래전에 인연이 있었던 스님과 최근에 연락이 닿았다. 경북 봉화 축서사라는 절이 있는데, 약 10여 년 전에 꾸준히 다니며 공부를 했던 사찰이다. 무여 큰스님이 있어서 공부 지도를 받을 수 있었지만, 공부 지도를 받기에도 기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오히려 큰스님께 누가 되는 것 같아 한 동안 친견하지도 못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 심신이 매우 지친 상태였고,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그 절을 찾아가서 쉬고 왔던 절이다. 그때 만났던 계법 스님과 여러 얘기를 나누기도 했고, 도심에서 만나 영어로 불교 공부를 같이 하기도 했었다. 스님이 축서사를 떠났고, 나 역시 어느 순간부터 축서사를 가지 못했다. 최근에는 사찰에 머물렀던 기억이 별로 없다. 마음이 많이 편해져서 공부를 멀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연히 SNS를 통해서 계법 스님께서 연락을 주셨다.
반갑게 인사를 했고, 언제 한번 사찰에 다녀가라는 말씀을 하셨다. 금년 내에 한번 들려 보고도 싶지만 여건이 허락할지는 잘 모르겠다. 어제 쓴 글 ‘아바타’를 SNS로 보내드렸는데, 반갑게 인사하며 약 한 달 전에 진행하셨던 ‘의상대사 순례길 걷기 명상’에 대한 안내문을 보내주셨다. 너무 반가웠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반가웠다. 길을 걸으며 걷기 명상을 하고, 단순한 신체 운동이 아닌 심신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는 것이 너무 좋았다. 최근에 루트가 개설되어 처음 진행했는데, 32명이나 참석해서 함께 걸었다고 한다. 사찰에서 단순한 템플 스테이 외에도 이런 사찰 옛길을 따라 걷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아주 의미 있는 일이고 일반인의 관심을 끌기에도 아주 좋은 프로그램이다.
스님께 내가 갖고 있던 생각을 말씀드렸다. 내년부터 약 2년간 사찰 옛 길을 월 1회 방문하여 2년 후에 ‘사찰 옛 길을 걷다’(가제)라는 책을 발간할 계획이 있다고 했다. 또한 그 이후에는 템플 스테이를 포함한 심신치유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이 프로그램은 사찰에서 1박 2일, 또는 2박 3일 머물며, 걷기, 명상, 집단 상담을 진행하는 심신 치유 프로그램이다. ‘걷고의 걷기 학교’를 통해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바로 이 프로그램이다. 내년부터 시작하는 ‘걷고의 걷기 학교’는 우선 직장인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격주 단위로 두세 시간 정도 걸으며 걷기 명상, 침묵 걷기, 종소리 명상을 접목하는 걷기 프로그램으로 시작을 할 것이다. 참석 인원이 어느 정도 모이면, 월 1회 ‘서울 둘레길’ 걷기를 하며 회원 간의 유대를 쌓으며 회원 수를 꾸준히 늘려 나갈 생각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회원이 모이면 심신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할 생각을 갖고 있다. 격주 단위로 걷기, 서울 둘레길 걷기, 심신 치유 프로그램이 ‘걷고의 걷기 학교’의 주된 활동이 될 것이다. 일단 이런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다양한 대상과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계법 스님께서 최근에 조성된 길을 신자들과 함께 걸으며 걷기 명상을 진행한다는 소식은 내게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계법 스님을 시작으로 다른 사찰의 스님들과도 인연을 맺으며 사찰 옛 길을 걷는 걷기 명상 프로그램과 심신 치유 프로그램을 확산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스님께서는 언제든 내려와서 이 길을 같이 걷자고 흔쾌히 말씀하셨다. 억지로 시간을 내어서라도 금년 안에 한번 다녀 갈 생각이다. 옛날 만났던 인연이 이런 일로 다시 연결되고 있다. 어쩌면 이런 인연은 이미 예견된 인연일 수도 있다. 그 스님은 영어를 잘하시고 좋아하시는 스님으로 외국인 포교에도 관심이 많은 분이다. 나 역시 걷기 프로그램을 외국인에게도 제공하여 한국의 좋은 길을 안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언젠가는 ‘걷고의 걷기 학교’가 내외국인을 아우르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할 날이 올 것이다. 내가 갖고 있는 ‘국제 포교사’ 자격증도 이런 면에 도움이 될 것이고, 간단한 영어 회화가 가능한 점, 명상을 꾸준히 수행했던 것, 상담심리사로 황동하고 있는 점 등이 외국인들에게 길 안내와 심신치유 안내자로 활동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길은 통한다. 마음을 갖고 있으며 길이 열리고 도움을 주거나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저절로 모이게 된다. 다만 사리사욕을 위한 마음만 아니면 된다. 예전에 다 허물 어가는 사찰을 일으켜 세우는 불사를 진행하셨던 스님이 떠오른다. 그 스님은 “불사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고, 부처님이 하시는 것이다. 나는 그냥 마음만 내고 있으면 불사는 저절로 이루어진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사찰이 바로 부안의 월명암으로 선원까지 제대로 갖춘 규모 있는 사찰로 변모되었다. 한 스님의 발원과 사심을 버린 노력의 결과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그 스님은 포클레인을 헬기로 분해해서 암자로 옮긴 뒤에 운전법을 배워 혼자 땅을 허물고 다지고 하면서 사찰 불사를 직접 몸으로 진행한 분이다. 가끔 월명암에 갈 때 캔맥주를 사 갔던 이유는 스님의 한 여름에 작업하시는 모습을 보며 목을 축이기에 좋을 것 같아서였다. 그 스님은 한치의 망설음도 없이 시원하게 마시며 고맙다는 표현을 하고는 바로 작업을 했다. 늘 작업복을 입고 하루 종일 사찰 복원을 위해 정진하시는 그 스님도 보고 싶다. 심신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할 장소 중 하나가 바로 이 월명암이다. 월명암에서 내소사로 가는 약 4시간 정도의 길이 아주 아름답다. 언젠가 월명암 스님도 만날 날이 올 것이다. 인연은 이렇게 저절로 연결된다. 그리고 시절 인연이 지나면 저절로 연결 고리가 떨어져 나간다. 맺고 헤어짐에 마음을 둘 필요가 없다.
스님과 연락을 한 후에 다시 한번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또한 지금 하고 있는 걷기 안내자, 걷기 관련 서적 발간 준비, 상담사 역할, 명상 수행 등이 모두 한 길을 가리키고 있다. 바로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사람들의 어려운 점을 조금이나마 도우며 함께 살아가는 길을 가리키고 있다. 방향을 잘 잡았다. 다만 꾸준히 할 뿐이다. 스님과의 인연, 만난 모든 사람들과의 인연, 할 일과의 인연에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