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 일기 0134]

추위는 길동무다

by 걷고

날짜와 거리: 20201202 20km

누적거리: 2,641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요즘 매주 수요일은 오후 4시와 7시 30분에 걷기 동호회에서 낮 걷기와 저녁 걷기를 두 시간씩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고 인원수 제한이 있어서 걷고자 하는 분들의 갈증을 풀어드리기 위한 나름대로의 방법이다. 심지어 어떤 분은 낮 걷기에 이어 저녁 걷기까지 하는 분들도 있다. 하루에 4시간 이상 20km 정도 걷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길 안내를 하는 나 자신과 걷기를 꾸준히 하시는 분들에게 그다지 부담되지는 않는다. 며칠 전 친구 한 명이 내가 걷는 영상을 찍기 위해 동참한 적이 있는데, 잘 걷는 친구임에도 그날 걸었던 걷기 동호회 회원들을 보며 정말 잘 걷는다고 얘기를 하기도 했다.


몸은 움직인 만큼 우리에게 아주 솔직하게 보답을 한다. 반대로 움직이지 않은 만큼 우리에게 부정적인 보답을 하기도 한다. 나이 들어가면서 체력이 저하되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평상시보다 조금만 더 걸어도 피로를 느끼고, 평소보다 일정 한 두 가지를 더 해도 피로를 느낀다. 며칠 전부터 왼쪽 무릎이 조금 시큰거렸다. 삼일 정도 지나니 사라졌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천정 페인트 칠을 하면서 의자를 자주 옮기기가 귀찮아서 왼쪽 무릎에 힘을 조금 더 준 것이 그런 결과를 초래했던 것이다. 이제는 한쪽 어깨에 무엇을 거치면 바로 허리에서 아우성을 친다. 양쪽 어깨에 균등하게 무게를 분배하지 않으면 몸의 다른 부분이 소리를 치며 공평한 대우를 요구한다. 그때 잘 들으면 이상이 없겠지만, 그 요구를 무시하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게 만든다.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 몸이 불편하면 마음도 편하지 않고, 마음이 편하면 몸도 한결 가볍다. 늙어가는 것은 어쩌면 몸과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심신 건강의 균형 잡는 것을 배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젊었을 때에는 몸의 소리를 무시하며 살아왔고, 몸을 혹사시켰다. 그래도 몸은 우리의 뜻을 잘 따랐다. 몸은 겉으로는 잘 따르는 것 같지만, 실은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경고를 했는데, 우리가 못 들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몸이 불편하거나 아픈 것은 몸의 소리를 들으라는 2차 경고라고 말할 수 있다. 이때라도 몸의 얘기에 따라 행동하면 그나마 다행이고 큰 화를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올 해는 작년에 비해 추위를 많이 느끼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겨울이 오지도 않았는데 한기를 많이 느낀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옷을 많이 끼어 입을 수도 없다. 어젯밤에 걸으면서도 추위를 느꼈고 손이 시리기도 했다. 옷을 잘 챙겨 입고 나왔는데도 한기가 느껴졌다. 더군다나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안경은 김이 서려 앞이 잘 보이지 않아서 걷는데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조금 빠른 속도로 걸으면서 몸에 온기가 살아나고 땀이 조금씩 나면서 추위로 인한 불편함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가끔 안경을 벗고 걸으며 시야를 확보하기도 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저녁 걷기의 코스가 거의 평지여서 안경이 없어도 걷는데 크게 불편함은 없었다.


어젯밤에 걸으며 운동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추위가 무서워 집 안에만 있을수록 추위는 우리를 더욱 위축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옷을 잘 챙겨 입고 나와서 열심히 걸으면 추위는 오히려 반가운 운동 친구가 된다. 또한 걸으니 소화도 잘 되고 잠도 푹 잘 수가 있다. 올 겨울 추위가 얼마나 기승을 부릴지는 모르겠지만, 예년처럼 걸으며 추위를 건강 도우미로 삼을 생각이다. 다행스럽게 걷는 것이 습관이 되어 전혀 부담스럽지가 않다. 오히려 걷는 습관이 내게 걸으러 나가라고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 가끔은 왜 걷지 않느냐고 따지기도 한다. 아내의 잔소리 같은 습관의 잔소리에 못 이겨 결국 밖으로 나와 걷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내의 잔소리도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습관처럼 나를 위한 잔소리일 것이다.


어떤 얘기, 상황, 사람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 실제로 존재하는 독이나 약은 없다는 뜻이 된다. 자신의 내면의 태도가 주어진 상황을 독으로 만들기도 하고 약으로 만들기도 한다. 마치 추위가 좋은 길동무가 되기도 하고, 길에 나가는 것을 저지하는 나쁜 동무가 되듯이. 추위는 그냥 추위일 뿐이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양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 겨울은 춥다는 명제를 이해하면 추위는 당연한 것임을 받아들이게 되고, 그에 따라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추위를 대할 수 있을지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올 겨울도 걷기와 함께 놀아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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