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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의 걷기 일기 0141]

선물

by 걷고

날짜와 거리: 20201217 - 20201219 29km

누적거리: 2,784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아침 온도가 영하 10도, 걷기 모임 참석 시간이 오전 8시 30분. 선뜻 나서기가 망설여지지만, 약속은 이럴 때 그 힘을 발휘한다. 일찍 기상해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한 후에 서둘러 나섰다. 함께 걸을 사람들은 이미 약속 장소에 나와있었다. 걷기가 생활화된 사람들에게 날씨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오히려 날씨의 변화가 활기를 불어넣어준다. 오늘은 최근에 개통된 북악산 곡장을 가는 날이다. 인왕산을 거쳐 한양 순성길 일부를 걸은 후에 팔각정으로 진입해서 북악산 길로 들어섰다. 인왕산 초소 책방이 눈에 들어온다. 잠시 책방에서 쉬면서 분위기를 감상했다. 좋은 경관에 편안하고 독특한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다. 4번 출입문으로 입장해서 곡장 전망대를 지나 청운대 안내소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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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동무 중 한 분이 참석자 모든 분들에게 마스크를 선물했다. 추운 날 온기를 전해주는 선물임과 동시에 건강을 염려해주는 마음의 선물이다. 함께 걷지도 않으면서, 단지 선물을 전달하기 위해 추운 날씨에 나와서 선물을 나눠주었다. 요즘처럼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추운 날씨에 전혀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으니 약간 얼떨떨하기도 하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다른 분에게 또 하나의 큰 선물을 받았다. 얼마 전 내 사진을 전달받아 나만의 달력을 만들어 오늘 전해주었다.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개인 맞춤형 달력이다. 선물해 주신 분은 나 외에도 여러 명에게 달력을 만들어 선물해 주었다. 사진을 각 개인들에게 받아 어플을 이용해서 편집하여 보내주면 인쇄소에서 만들어 주는 시스템인 것 같다. 그만큼 많은 손길이 가는 번거로운 작업을 기꺼이 해주는 마음이 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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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이런저런 선물을 많이 받았다. 마스크와 달력 외에도 김 서림 방지 클리너, 핫 팩, 핸드크림, 손 세정제 겸 핸드크림 등. 선물을 받으며 한 해 잘 살았다는 아전인수격인 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조금 후에 그 해석에 대한 반성을 했다. 과연 이런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내년 한 해는 금년보다 좀 더 잘 살고, 남에게 베푸는 삶을 살라는 격려의 선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뭔가 바쁘게 한 해를 보내긴 했지만, 남에게 봉사를 하거나 도움을 주는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니다. 그냥 주어진 일을 하기에 급급하게 살아온 한 해였다.


몇 년 전 업무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땀을 흘려가며 한 여름을 보낸 적이 있었다. 그때 지인이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쪽 케이크를 카톡으로 선물했다. 그런 선물을 처음으로 받아 본 나는 고맙다는 생각보다는 신기하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선물을 이런 방식으로 하는 것도 있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땀도 많이 흘렸고 조금 지친 상태에 해당 커피숍에 들어가 쿠폰을 보여주며 음식을 주문했다. 혼자 커피숍에 들어가 차분히 앉아서 커피와 단 케이크를 먹는 재미를 처음 느꼈던 것이다. 음식을 먹으며 쿠폰을 보내 준 사람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크게 다가왔다. 내가 어떤 상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시기적절한 선물을 보내 준 것이다. 그 마음과 선물이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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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힘을 내기 위해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끔은 노력하는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할 때 지치게 되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소진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이 지닌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고 나면 무기력에 빠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 경우 주변의 심리적 지지를 포함한 여러 도움이 활력을 불어넣어주기도 한다. 한 잔의 커피와 쪽 케이크가 그날 내게 큰 힘이 되었고, 그 선물은 지치고 힘들 때 세상은 나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나를 염려하고 아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되었다.


오늘 내가 받은 선물을 보며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선물은 단순한 물건을 보내주는 것이 아니다. 선물은 선물하는 사람의 마음을 전달해준다. 그 마음을 받으며 우리는 살아갈 용기를 낼 수 있다.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 누군가를 위해 시간, 에너지, 경비를 기꺼이 사용하는 분들의 마음을 통해서 우리는 용기를 얻을 수 있고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그런 이후에 그 좋은 에너지를 주변에 나누어줌으로써 세상이 활기차게 변화될 수 있다. 선물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선물의 힘은 매우 크다. 올해가 가기 전에 나도 누군가에게 작은 선물을 보내며 마음을 전해야겠다. 선물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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