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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의 걷기 일기 0142

글 쓰기는 일상생활이다

by 걷고

날짜와 거리: 20201221 9km

누적거리: 2,793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오늘 브런치 출간 프로젝트 결과가 나왔다. 예상대로 내가 출품한 글은 선정되지 않았다. 선정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막상 결과가 나오니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다. 나름 열심히 썼는데, 열심히 하는 것과 잘하는 것과의 차이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요 며칠간 출간 제안서 작업을 하고 있다. 선정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서 출판사에 직접 제안서를 제출해서 출간하려고 꾸준히 준비해 오고 있었다. 오늘 오전에 제안서 작업을 마쳤다. 연말까지 20여 곳의 출판사에 제안서를 제출해서 출간할 의향이 있는지 확인해 보려고 한다.


걷기 관련 책을 발간했던 출판사들을 정리해서 그중 이름이 익숙한 출판사에 먼저 제안할 생각이다. 오늘 두 곳에 제안서를 제출했다. 금주까지 모두 제출한 후에 연말까지 기다려 볼 생각이다. 한 곳에서는 연락이 왔는데, 비용의 일정 부분을 내가 지불하는 조건이다. 이번 출간은 전적으로 출판사에서 출간해 줄 수 있는 곳을 찾아보려고 한다. 연말까지 기다려 보려고 한다.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 출판사 사정도 좋지 않다고 하고, 종이 책을 읽는 사람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책을 발간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출판사를 다양한 방법으로 알아보고 시도를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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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 이후에 걸으러 나갔다. 불광천에 내려가자 새들이 활기차게 날갯짓하며 수다를 떨고 있다.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나무에 앉았다가 다시 활개를 펼치고 날고 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부럽게 느껴졌다. 요즘 우리는 코로나로 인해 서로 만날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새들이 자유롭게 만나서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며 코로나 이전의 상황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요즘은 사람들이 앞에서 누군가가 걸어오면 고개를 돌리거나 일부러 멀리 돌아서 걷기도 한다. 서로에게 감염의 위험을 느끼며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피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따라 새들의 노랫소리가 더욱 정겹게 들린다.


불광천에서 월드컵 공원을 지나 난지 유아 체험 숲을 통해서 난지천 공원을 걸었다. 사람들이 간혹 보이긴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확실히 많이 줄어들었다. 문화 비축기지에서 매봉산에 올라서 월드컵경기장과 시내를 한번 둘러봤다. 겉은 모두 예전과 같지만, 정작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많이 변해가고 있다. 서로 염려하는 마음에 거리두기를 하는 것은 좋지만 자칫 이런 습관으로 코로나 이후에도 사람들 간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문화 비축기지 데크길을 걸으며 오늘 일을 다시 떠올렸다. 여전히 속상하지만 욕심이 컸던 것이다. 전문적으로 하루 종일 글을 쓰며 글로 생계를 유지하는 무명작가들도 많을 것이다. 그들에 비하면 나의 글 쓰는 노력과 시간, 에너지는 감히 비교조차 할 수도 없다. 노력은 적게 하면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도둑놈 심보를 부린 것이다. 쓸데없는 욕심을 낸 것이다. 결과와 상관없이 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글을 쓸 것이다. 죽을 때까지 ‘걷고의 걷기 일기’는 계속 쓸 생각이다. 별 달리 할 일도 없고, 걷고 글 쓰는 것이 좋고, 건강도 지키고, 치매를 예방할 수 있으니 그냥 하는 것이다. 그냥 일상생활이 되어 매일 하는 것이다. 잠자고, 화장실 가고, 밥 먹듯이 그냥 쓰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글 쓰는 이유다.


늘 과정을 즐기고 결과에 연연해하지 말자고 남에게도 얘기하고 자신에게 다짐을 하지만, 정작 상황이 닥치면 그런 다짐은 어느새 물거품이 된다. 그래도 하루 안에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으니 그다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앞으로 연말까지는 별 다른 약속 없이 집에서 머물면서 출간 기획서 제출하고, 걷고, 글 쓰고, 명상하며 한 해 마무리를 차분하게 할 것이다.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편안한 휴식을 취하며 편안한 하루하루를 보내려 한다. 그냥 글을 쓰듯,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 편안하게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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