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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의 걷기 일기 0153]

멋진 신년회

by 걷고

날짜와 거리: 20210102 9km

코스: 불광천

누적거리: 2,892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새해 초에 기분 좋은 신년회를 맞이했습니다. 걸어서 10여분 거리에 살고 있는 아내와 이종 사촌인 처남 부부는 어쩌면 서로 평생 안 보고 살 수도 있는 관계입니다. 하지만 아내와 어릴 적부터 잘 지내온 사촌 처남이 우리 집 근처로 이사 오면서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가끔은 우리 집에 와서 같이 음식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처남 부부가 우리를 초대했습니다. 집 안에 들어가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멋진 테이블에 가득 놓인 맛있는 음식이었습니다. 화려한 접시, 다양한 음식, 와인과 샴페인, 그리고 작은 촛불이 우리를 반겼습니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과 잘 꾸며진 식탁과 분위기를 보니 너무 기분이 좋아졌고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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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사람들 만나기가 어려운 세상입니다. 우리 딸 부부와 손녀도 집에 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혹시나 코로나라는 놈이 우리 집안에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매년 연말에는 애들이 우리 집에 와서 술 한잔 마시며 일 년을 같이 마무리하곤 했는데, 금년에는 못해서 한편으론 아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족들 건강이 우선이기에 어쩔 수 없이 보지 않고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내일 손녀를 픽업하러 가니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는 있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처남 부부가 우리를 초대했으니 얼마나 고마웠겠습니까?


아내와 나는 처남 부부가 우리 집 근처에 살고 있어서 고맙다고 얘기를 하곤 했습니다. 이웃사촌이라고 합니다. 가족들끼리도 멀리 떨어져 있으면 만나기 어렵고 자연스럽게 거리가 멀어지기도 합니다. 전화 연락을 자주 하는 것도 아니고, 가끔 안부를 묻는 통화를 해도 별로 할 얘기가 없습니다. 공유할 수 있는 얘깃거리가 점점 더 없어집니다. 하지만 근처에 살고 있는 처남 부부와는 자연스럽게 자주 만나게 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더욱 가까워졌습니다. 아내는 처남댁과 함께 대형 유통매장에 가서 쇼핑을 하기도 합니다. 처남은 제게 출간 제안서 양식을 만들어서 보내주기도 합니다. 덕분에 우리가 도움을 받습니다.


얼마 전 한국관광공사 TV 촬영을 할 때에도 처남댁이 운전을 해줘서 아내와 나는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촬영했던 영상이 업로드되어 보내주었고, 처남 부부는 마치 자신들 일처럼 기뻐하고 좋아했습니다. 우리들의 기쁨이 그들의 기쁨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고마운 일입니다. 가끔은 그들이 고민을 털어놓을 때 우리 부부는 잘 들어주려고 노력하기도 합니다. 그들의 고통이 우리들의 고통으로 다가온다는 것 역시 고마운 일입니다. 서로의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고 같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한 상 가득 차린 음식을 눈으로 보고, 향을 맡으며, 맛을 보면서 저절로 과식을 했습니다. 샴페인으로 시작한 술은 화이트 와인으로 이어졌고, 마지막에는 막걸리로 입가심을 하기도 했습니다. 음식보다 더욱 배를 부르게 만든 것은 바로 처남 부부의 정성과 고마운 마음입니다. 멀다면 멀 수도 있는 관계지만, 근처에 살면서 자주 왕래하다 보니 어느덧 가까운 가족이 되었습니다. 모두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하며 지내기에 가능한 일이라 믿습니다. 비록 우리 부부가 손위지만, 단 한순간도 처남 부부가 우리보다 손아래라고 하여 꼰대 짓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인연을 유지하기 위해서 좀 더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잘 유지해야겠습니다.


낮에 찾아가서 저녁에 나왔습니다. 이미 어둠이 서서히 몰려오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집으로 갔고, 저는 불광천을 걸었습니다. 이미 깜깜해진 불광천을 걸으며 술도 조금 깨고 스스로 만든 걷기 숙제를 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씻고 나니 저녁 8시가 되었고, 졸음이 몰려와 일찍 잠들었습니다. 아마 10시간 정도 잔 것 같습니다. 술을 제법 마셨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먹은 좋은 음식 덕분에 몸과 마음이 상쾌합니다. 어제의 아름다운 신년회 기억으로 금년을 즐겁게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남 부부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처남 부부, 부디 금년에도 건강하고 좋은 일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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