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조심
날짜와 거리: 20210105 5km
코스: 집 – 상담 센터 – 집
누적거리: 2,909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새해 첫 일정을 시작했다. 서울 심리지원 서남센터에서 상담 다섯 사례를 진행했다. 원래 여섯 사례였는데, 한 분이 나타나지 않았다. 하루에 상담을 네 사례 이상 진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부담스럽다. 하지만 마음이 조금 여유로워졌고 안정이 되었는지, 그다지 힘들지 않게 상담을 진행했다. 세 개의 상담실과 열 명 정도의 상담사로 신청하는 내담자를 상담하기 위해서 상담실 배정, 내담자와 상담사의 시간 일치, 요일의 조정 등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센터에서 화요일 하루 종일 상담을 진행하게끔 일정을 잡은 것도 나름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소 부담을 느끼긴 했지만 어제 하루 상담을 진행해 보니 몸 상태를 잘 관리하면 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침에 상담센터에 가기 위해 두 시간 전에 집에서 출발했다. 한 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지만 가끔 버스 환승 연결 시간이 맞지 않아 많이 기다렸거나, 정체로 인해 당황했던 적이 있어서 일찍 출발하는 편이다. 목동에서 내려 환승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21분 후에 도착한다는 정보가 올라왔다. 추운 아침에 기다려서 환승을 할까 아니면 택시를 타고 이동을 할까 잠시 고민했다. 다른 교통편 연결이 쉽지 않다. 고민 끝에 시간이 충분하니 21분간 열심히 걷기로 했다. 정류장 주변을 조금 빠른 속도로 걸었다. 시원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정류장 주변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돌고 돌았다. 몸이 깨어나는 것 같고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생각보다 21분이 그다지 긴 시간이 아니었다. 버스를 타고 센터에 도착하니 9시 20분경, 상담 시작 전 40여분의 시간이 남았다. 여유롭게 상담 준비를 하며 내담자를 맞이할 수 있었다.
늦은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센터 근처 기사 식당에 들어가 주문을 했다. 그런데 나보다 늦게 온 분들에게 먼저 식사를 서빙하는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어보고 싶지만 참았고, 그다지 바쁘지도 않기에 그냥 TV 뉴스를 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여유도 나쁘지 않았다. 금액 대비 가성비가 좋았다. 양이 많았고, 음식 맛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늦은 점심을 먹고 여유롭게 나와 주변을 조금 걸은 후 센터에서 상담을 진행했다.
오후 5시에 상담 팀장과 면담이 있었다. 계약서 작성도 하고 그간 근무하면서 느꼈던 점을 얘기하는 자리였다. 3년 정도 같은 센터에서 근무했기에,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불편했던 상황을 몇 가지 말씀드렸다. 그 얘기가 의도와는 다르게 전임자들을 비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면담 마친 후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꼭 그런 불편했던 얘기를 하는 것이 잘한 것인가?라는 회의가 들기도 했다. 언젠가부터 말이 많아졌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었던 터라 더욱 신경이 쓰였다.
상담 마치고 귀갓길에 다시금 생각을 해 보았다. 불편함을 감수해도 생활에 불편함이 없다면 감수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나이가 있는 만큼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받아들이는 연습도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고, 말을 조금 줄여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차분히 생각해보니 불편함의 이면에는 이기심이 도사리고 있다. 나의 편함과 이익이 방해받고 있어서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기심이 만들어 낸 불편함이지, 결코 상황이 만들어 낸 불편함이 아니다. 불편함은 개선할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마음공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적어도 60대 중반에 든 사람으로서는 불편함을 개선하려는 노력보다는 감수하며 자신의 이기심을 깨달을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불가에서는 악구(惡口), 양설(兩舌), 망어(妄語), 기어(綺語), 교언(巧言)을 경계하라고 한다. 악구는 험담, 양설은 이간질하는 말, 망어는 거짓말, 기어는 교묘하게 꾸며 내는 말, 교언은 아첨하는 말이다. 이런 말은 남을 비난하고 자신을 자랑하며 자신의 이익을 채우려는 말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는 꼴이 된다. 법정 스님은 ‘남을 비난하고, 자신을 자랑하거나, 남의 도움을 요청하는 말이 아닌 것’을 침묵이라고 했다. 우리가 하는 말은 대부분 이 세 가지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새해 초에 말조심하고 말을 줄이라는 좋은 가르침을 받았다.
상담 마친 후 퇴근하는 길에 환승 버스를 17분 기다렸다. 이번에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아침처럼 정류소 주변을 걸었다. 하루 종일 상담실에서 상담하며 몸과 마음이 조금 지쳐있었는데 걸으니 심신이 회복되고 머리가 상쾌해졌다. 버스 환승 시간, 점심 식사 서빙 순서, 상담 팀장과의 면담 등을 통해서 불편함을 마음공부의 계기로 전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기다리는 시간을 이용해 걷고, 센터 이동 시 걷고, 점심 식사 후 가볍게 걸어도 하루에 5km 정도는 걸을 수 있다. 일상 속 걷는 습관이 건강을 지켜준다.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