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하는 루틴이 있다. 8시에 아침 식사를 한 후에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고 나면 오전 9시가 된다. 노트북을 열고 글을 쓴다. 전날 걸으며 느꼈던 상념이나 길에 대한 느낌, 신문이나 TV를 보며, 일상 속에서 느낀 점을 글로 정리한다. 정리된 글을 SNS 에 올리고 나면 11시나 11시 30분 정도가 된다. 그 이후 약 한 시간 정도 책을 읽거나 상담 관련 전공 서적 공부를 한다. 1시경 점심 식사를 한 후에 두 세 시간 정도 걷는다. 집에 돌아와서 씻고 나면 어느덧 저녁 시간이 된다. 저녁 식사 후 TV를 보며 아내와 수다를 떨거나 편안한 휴식을 취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매일 하루가 이렇게 단순하게 지나간다. 이런 단순한 삶이 편안하다.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걷기와 글쓰기가 일상이 되었다.
다니엘 페나크의 ‘몸의 일기’라는 책을 읽은 후 평생 한 가지 주제로 글을 쓰고 싶었다. 고민 끝에 ‘몸의 일기’를 흉내 내어 제목을 ‘걷고의 걷기 일기’로 정했다. 걸은 누적거리와 코스를 기록한 ‘걷고의 걷기 일기’를 2019년 11월 20일부터 쓰기 시작했다. 2021년 3월초까지 걸은 거리가 3,300km 정도 된다. 걸으며 찍은 사진 중 한 두 장도 일기에 함께 올린다. 지금까지 쓴 일기가 약 180편 정도 된다. 이 책은 그간 쓰고 SNS 에 올렸던 일기 중 일부를 추려서 정리한 글이다. 비록 늦게 만났지만 걷기와 글쓰기라는 좋은 친구를 만난 것은 은퇴 후 별로 할 일이 없는 내게는 큰 행운이다. 루틴이 되어버린 이 친구들은 평생 내 곁에서 나를 지켜주며 나와 함께 살아갈 것이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해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맞춰 동호회 모임도 길 안내자 포함해서 네 명까지 참석할 수 있다. 모두 마스크를 쓰고 걷는다. 참석하지 못하는 회원들은 각자 걸은 거리와 코스를 카페에 올리면서 온라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어떤 날씨나 상황에서도 걷는 사람들은 걷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함께 걷거나 아니면 홀로 걸으며 심신의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하며 활기차게 살아가고 있다. 매주 수요일은 저녁 걷기 길 안내자로 활동하고, 월 2회 주말에 회원들에게 서울 둘레길을 안내하며 함께 걷는다.
혼자 걸을 때에는 대부분 집 주변을 걷는다. 다행스럽게 집 주변에 걷기 좋은 공원이 많이 있다. 월드컵 공원, 난지천 공원, 하늘 공원, 노을 공원, 문화비축기지가 있어서 매일 코스를 바꿔가며 걷는다. 같은 길도 순서를 바꾸거나 거꾸로 걸으면 다른 길이 된다. 두 시간에서 네 시간 정도의 코스를 몇 개 만들어서 그날 컨디션과 날씨에 따라 선택해서 걷는다. 또한 집 바로 뒤에 봉산이 있다. 집에서 1분만 걸으면 봉산에 진입할 수 있다. 봉산에서 앵봉산을 거쳐 구파발엮까지 연결된 코스는 서울 둘레길의 일부 구간이기도 하다. 최근에 은평구에서 봉산 옛길을 정리해서 걷기애 편안한 길을 조성해 놓았다. 요즘은 조용히 걸을 수 있는 이 길을 자주 걷는다.
아침 식사 후 글 쓰는 시간도 걷기만큼 내게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다.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열면 글이 떠오르지도 않다가 저절로 손가락이 움직이며 글이 써진다. 전날 걸으며 느낀 점을 쓰기도 하지만, 어느 날은 별 생각 없이 걸어서 쓸 내용도 거의 없는 날도 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노트북을 열면 글이 써지고, 어느 날은 생각하지도 못한 내용이 저절로 써지며 원래 쓰려던 내용과는 다른 글이 써지기도 한다. 글이 나를 안내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매일 꾸준히 쓰는 힘이 나를 도와주고 있다. 이런 경험 덕분에 요즘은 쓸 내용이 없다고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습관대로 9시경 앉아서 노트북을 열기만 하면 글은 어떻게든 완성된다.
코로나의 장기화로 온 국민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다비드 르 브르통은 “정신적인 시련은 걷기라는 육체적 시련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라고 했다. 지금 각자 처한 상황으로 인해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 힘들게 버티며 살아가는 분들에게 걷기를 추천하고 싶다. 이 일기가 코로나와 개인적인 상황으로 인해 고통 속에서 힘들게 버티며 살아가는 분들에게 걸을 수 있는 용기와 계기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