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3막 (상담가 덕목)

상담가 덕목

by 걷고

최근에 한국 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자격증 수여식에서 대표 수여자의 한 명으로 선택되는 영광도 누렸다. 경로우대라는 유교적 관점에서 주어진 혜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기분은 좋았다. 그간 노력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좋았고, 형식을 갖춘 자격증 수여식에 참석해서 다른 상담사 분들의 얼굴에 나타난 비장한 각오와 상담에 대한 열의를 느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가끔은 형식이 내용보다 중요할 때도 있다. 바로 이런 수여식 같은 행사이다.


수여식 이전의 학술대회 마지막 과정에서 참석자들이 패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패널 분들은 외국의 유명한 상담사 겸 교수님들이었고, 참석자들은 상담심리사이거나 상담심리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예비 상담사들이었다. 질문 내용은 여러 가지였지만, 그중 기억에 남는 질문들은, ‘다문화 가족들을 상담하는데 언어의 장벽으로 인한 것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언제 자신이 상담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었는지 알 수 있는가, 그리고 상담사의 덕목은 어떤 것이 있는가?’였다. 패널들은 언어의 장벽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너무 통역에 의존하지 말고 비언어적인 표현을 잘 판단하고, 문화에 대한 이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고, 상담자의 덕목으로는 자신을 잘 알고 솔직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 질문과 답변을 들으며 나 자신 스스로 많이 부끄러웠다. 이제 막 초보 상담가가 된 내가 상담을 통해 돈벌이를 하겠다는 마음이 앞서서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안정된 곳에서 안정된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던 생각들로 인해서. 물론 그간 가장으로서 가정을 경제적으로 윤택하게 만들지 못한 미안함이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고, 빨리 상담을 통해 수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우선이었지만, 그 이면에 상담가로서 나 자신을 돌아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현실과 이상의 간격은 늘 있어왔지만, 그래도 많이 근접했다고 생각을 했는데, 여전히 그 간격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수여식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상담가의 덕목을 스스로 생각해 보았다. 많은 학자들이 상담가가 갖춰야 할 자질에 대해 이론을 정립하기도 했지만, 이제 초보 상담가로서 내가 지켜야 할 덕목을 스스로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리해 본다.


첫 번째 덕목은 진실성이다. 나 자신과 내담자에게 모두 진실되어야 한다. 나를 포장하거나 내담자에게 거짓을 얘기하면 안 된다. 내 능력을 늘 잘 살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잘 구분해 내야 하고, 그 사실을 내담자에게 솔직하게 얘기를 해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전문가가 되는 과정에 필요한 노력과 공부를 계속하게 될 것이다. 상담 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나 자신을 늘 깨어있는 마음으로 매 순간 나 자신을 살펴보아야 한다.


두 번째 덕목은 돕고자 하는 마음이다. 초보 상담사의 입장에서는 내담자에게 최선을 다하려는 열의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노력보다는 자신의 경험에 의존하고 일종의 매너리즘에 빠질 가능성이 있고, 또는 상담가의 업에 대한 회의감이 들 수도 있다. 그래서 늘 초심의 마음을 잘 유지하고, 흐트러지면 다시 초보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내담자를 진심을 돕고자 하는 마음은 어떤 전문적인 경험과 기술보다 중요하고, 그 마음 자체가 이미 상담의 모든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세 번째 덕목은 좀 더 나은 상담가가 되려는 노력이다. 상담도 분야가 많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상담은 그중 일부분에 불과할 것이다. 물론 전문가가 되면서 서서히 그 경계를 부술 수도 있겠지만. 직장인, 청소년, 유아, 아동, 부부, 가족 상담 등 분야도 많고, 또 세부적으로는 우울, 불안, PTSD, 등 여러 요소가 있고, 사이코 드라마, 집단 상담, 각종 심리검사 실시 및 해석 등 배워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또한 전문 SUPERVISOR에게 상담 및 슈퍼비전도 받아야 하고, 나의 교육 분석도 받아야 한다. 할 일은 많고, 읽어야 할 책도 많고, 여러 분야에 관심도 많이 있다. 천천히 하나하나씩, 꾸준히 해 나가자. 매일 노력만 하면 된다.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지는 않고, 다만 내가 매일 열심히 노력하고 꾸준히 공부를 하였느냐가 중요하다. 이런 과정이 상담가의 길이고 삶일 것이다. 지금 생각한 덕목이 시간이 지나며 변할 수도 있다. 그것은 그때 가서 할 일이다. (201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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