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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고 May 05. 2021

[걷고의 걷기 일기 0214]

은평구 소식 주민 기자

날짜와 거리: 20210504 

코스: n/a

평균 속도: n/a

누적거리: 3,842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요즘 일상은 매우 단조롭고 단순하다. 명상, 걷기, 글쓰기와 독서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명상을 한 시간 정도 한다. 수식관을 하여 마음이 모아진 후에 위빠사나를 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이 방식으로 하게 되었다. 또한 일상 속에서도 명상 수행을 꾸준히 하고 있다. 사람들과 만나거나, 홀로 걷거나 또는 어떤 경계를 맞이할 때마다 명상이 삶 속에 무르익게 만들어 나가고 있다. 특히나 가장 가까운 아내와 대화 속에서도 명상 수행을 꾸준히 하고 있다. 예전에 비해 욱하는 감정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사람들이나 상황을 맞이할 때도 그들을 탓하거나 불만을 표하지 않고 그 당시 느끼는 마음과 감정, 신체 감각에 집중하며 상황에 끌려 다니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런 간단없는 연습을 통해서 조금씩 마음의 때를 닦아 나가고 있다.

 

최근에 읽었던 책 ‘라캉은 정신분석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타오카 이치타케 지음)에서 정신분석의 결과는 ‘자기 특이성의 발견’이라고 했다. 처음 접한 라캉의 정신 분석인지라 잘못 이해했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이해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불교와 정신분석은 결국 같은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무의식이 우리를 통제하고 있다고 하는데, 무의식을 불교의 유식에서는 심층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정신분석은 자유 연상을 통해서 무의식을 해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고, 불교는 명상을 통해서 드러난 심층 의식을 비판단적으로 바라보면서 사라지게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특이성의 발견’은 불교의 ‘견성’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본성을 보는 것이 견성이다. 자신의 고유성과 특이성을 발견하는 것이 바로 자신의 본성을 본다는 것과 일맥상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의 어떤 기억이나 경험에 의해 가려지거나 왜곡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바로 ‘특이성의 발견’과 ‘견성’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부터 ‘글 쓰기’와 ‘걷기’가 생활화되었다. 주 3회 이상 걷고 글을 쓰고 있다. 걸으면 글감이 떠오르거나 얽혀있던 생각들이 정리가 된다. 정리된 것을 글로 옮기면 더욱 정돈이 되고, 나아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내용들이 떠올라 자기 성찰과 발전을 이루게 된다. 니체는 대단한 걷기 마니아였다고 한다. 하루에 7, 8 시간을 걷고, 걸으며 떠오른 생각을 글로 정리해서 한 권의 책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걷기’와 ‘글 쓰기’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시간이 많은 요즘 책을 많이 읽고 있다. 집에서 5분 거리에 도서관이 있어서 언제든 필요한 책을 찾아서 읽을 수가 있다. 읽고 싶은 책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가끔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덕분에 생각하지도 못했던 좋은 책을 만나기도 한다. 독서는 생각거리를 만들어 주고, 생각거리는 걸으며 정리가 되고, 정리된 생각은 글감이 되어 생각의 깊이를 더하게 만들어주며 자아성장과 자아실현에 도움이 된다. 일상이 된 걷기, 명상, 독서, 글쓰기가 삶의 축을 이루며 불안 속에서도 삶을 풍요롭게 살아가고 있다. 

얼마 전 ‘은평구 소식 주민기자 모집 안내’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글을 한편 써서 사진과 함께 보내면 심사를 통해서 기자를 선발한다고 했다. 며칠 전 주민참여기자에 선발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앞으로 2년간 활동하며 매월 글 한편과 글과 관련된 사진을 세 컷 찍어서 보내야 한다. 선발된 12명의 주민 기자가 글을 써서 보내면 그중 몇 편은 ‘은평구 소식지’에 게재된다고 한다. 어느 세계든 경쟁을 피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머뭇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경쟁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주어진 주제를 갖고 글 쓰기 연습을 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써서 보내기로 했다. 주제는 ‘환경’이고, 500자에서 1,000자 이내로 글을 써야 한다. 주어진 주제와 한정된 분량의 글을 쓰는 연습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소식지에 실린다는 것을 생각하니 글의 신뢰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은평구에 조성된 은평 둘레길과 환경에 대한 글을 써보려 한다. 환경과 건강 모두 지킬 수 있는 구체적이고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볼 생각이다. 플로깅(Plogging)이 떠올랐다. “이삭 줍기를 의미하는 스웨덴어인 플로카 업(Plocka Upp)과 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운동이라고 한다. 스웨덴에서 최초로 시작했는데, 거리에 널브러진 쓰레기를 최대한 많이 주우면서 목적지까지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는 게 핵심이라고 한다.” (네이버 블로그, 그린 카드) 글을 쓰기 위해 은평 둘레길 중 일부 코스를 걸으며 주변 환경을 꼼꼼히 살펴볼 생각이다. 단순히 걷기 위해 길을 걷는 것이 아니고 글을 쓰기 위한 특별한 목적을 갖고 걸을 생각을 하니 걷는 재미는 경감되겠지만, 다른 시각으로 길을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사소한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큰 일을 할 수 없다고 한다. 비록 짧은 글이지만 정성을 다해 글을 써보려고 한다. 칼럼 쓰는 연습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요즘 연습하고 있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오지 못했던 것이 많이 후회가 된다. 그 결과물이 지금의 ‘나’이다. 지금의 ‘나’가 미래의 ‘나’가 된다. 미래에 대한 어떤 기대감을 갖고 할 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지금-여기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고 싶은 것이다. ‘주민 참여 기자’라는 새로운 도전이 가슴을 뛰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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