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수업이 준 교훈
날짜와 거리: 20220518- 20220520 31km
코스: 한강공원 외
평균 속도: 4km/h
누적거리: 6,834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지난주부터 8주간 진행되는 ‘에세이 수업’을 듣는다. 첫 수업을 들으며 수필 문학이 무엇인지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쓴 글에 대해 선생님과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의 평가를 들었다. 몇 가지 조언을 들었다. 수필보다는 수업 후기 같다는 평이 그 하나이다. 글의 내용은 첫 수업을 들은 내용을 정리한 글이었다. ‘후기’라는 말이 정확하게 맞는 말이다. 걷고 느낀 후기를 글로 쓰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또 하나는 같거나 비슷한 문장을 반복해서 쓰는 습관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가끔 스스로 느꼈던 점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띈 것이다.
글쓰기에 대한 고민으로 혼란스럽다. 어떻게 ‘걷고의 걷기 일기’를 써야 할까라는 고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누군가가 지금까지 내 글에 대해 평가를 하거나 코멘트를 준 적이 없었다. 이번 수업을 듣게 된 이유도 글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사람들이 많이 읽고 좋아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고 분석하는 것을 추천했다. 브런치 수상작들에 대한 글도 읽어보고 ‘일기’ 형식의 글도 읽어보고, 책도 찾아보라고 조언해 주었다. 집에 돌아와 브런치 내에서 ‘일기’라는 검색어로 검색을 해보니 다양한 ‘일기’가 나온다. 그림일기. 독서 일기, 사진 일기, 창업 일기, 영화 일기, 감정 일기, 성장 일기 등 다양한 일기문이 나온다. 그동안 이 글들을 한 번도 눈여겨보거나 읽어보지 못했다. 걷고 쓰는 데 집중했지, 다른 사람들의 관심사나 글 쓰는 방식과 소재, 또 글을 풀어나가는 구성에 대해 관심을 갖은 적이 없었다. 작가로서 기본이 부족하다.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서 ‘걷기 일기’를 검색해 보니 ‘걷기 일기 365’라는 책이 나온다. 유일한 ‘걷기 일기’ 책이다. 한 권 구입해서 지금 읽고 있다. 2022년 4월 초에 나온 책이니 최신작이다.
브런치 작가의 글을 읽다가 좋은 글을 발견했다. ‘일기를 에세이처럼 쓰는 방법’이라는 글이다. 그는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점을 단순 명료하게 정리했다. 일기는 자신의 얘기를 배출하는 것이고, 에세이는 자신의 얘기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 깨달음을 주는 글이라고 정리했다. 이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저녁에 차분히 ‘걷기 일기 365’를 읽었다. 글이 쉽고 일상을 편안하게 써내려 간다. 글 속에 과거도 녹아있고, 자신의 심정도 묘사하며 따뜻한 마음과 공감을 느끼게 한다. 편안하지만 단순하고 좋은 글이다.
내가 쓴 글을 몇 편 읽어본다. 가끔 무겁고 어떤 것을 알려주고 싶어 하고, 가르치려 하기도 한다. 글을 좀 더 품위 있게 보이려고 유식한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가끔은 지식 자랑을 늘어놓은 것 같은 글도 있다. ‘걷기 일기 365’와 ‘걷고의 걷기 일기’의 차이점은 분명하다. 가볍고 편안함과 무겁고 머리 아픔의 차이, 쉬운 단어와 현학적인 단어의 선택, 편안한 일상과 성찰과 반성 위주의 글, 가벼운 단어가 지닌 내공과 무거운 단어가 지닌 경박함, 솔직한 표현과 자랑하고 싶어 하는 표현 등의 차이다.
글 쓰는 데 힘이 들어가 있다. 모든 일은 ‘힘 빼기’부터 시작되고 ‘더 빼는 것’으로 끝난다. 편안한 삶은 욕심을 ‘더 부리는’것이 아니고 ‘버리는’ 것이다. 여러 가지 고민과 생각 끝에 오히려 매우 편안하고 단순하게 결론을 내렸다. 그냥 나의 글 쓰는 방식으로 글을 쓰는 것이다. 비록 책으로 발간되지도 못했고, 누군가가 알아주는 작가도 아니지만 이런 사실이 나의 삶을 좌우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으로 살아가면 된다. 욕심을 내려놓고 나의 그릇만큼 살아가면 된다. 그릇은 작은 사람이 큰 그릇에 받을 양을 욕심내면 그릇이 깨져 버린다. 고맙게도 브런치에 실린 나의 글 조회 수가 12만 정도 된다. 네이버 밴드 구독자 수는 1,450명 정도이다. 나의 글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충분하다. 굳이 작가가 되기 위해 글 쓰는 방식을 바꿀 필요는 없다. 찾아 나서서 발품 팔며 나의 글을 팔고 싶지도 않다. 그냥 나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다.
수필과 나의 글 쓰는 방식은 차이가 크다. 수필은 ‘수필문학’이다. 나의 글은 ‘일기’이다. 걷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사람들을 만나며 느낀 점을 글로 정리한 것이다. 어쩌면 일기와 수필의 중간 정도에 있는 글이다. 하지만 문학적인 면은 없다. 자기반성과 성찰을 하는 딱딱하고 건조한 글이다. 단 한 가지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인 나의 글이 지닌 ‘진솔성’이다. 그 글을 쓸 때 누군가를 의식하거나 독자를 의식하며 쓰지 않는다. 그냥 느낌, 생각, 감정에 충실하고 솔직하게 쓴다. 또한 나의 글이 나의 삶과 불일치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글을 쓸 때의 나의 마음과 이후의 마음 간의 차이나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 쓰는 데 두 가지 정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중언하고 부언하는 습관을 줄이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유식한 척 글을 쓰지 않는 것이다. 일상적인 단어로 편안하게 글을 쓰는 것이다. 중학생 정도가 읽어도 이해될 수 있는 쉬운 표현으로 글을 쓰는 것이다. 어제 휴대전화 노트에 정리해 놓은 글쓰기 지침이 있다. “일상의 편안한 글, 지식 자랑 안 하기, 일상을 말하듯 편안하게, 힘 빼고 쓰기, 떠오른 생각을 군더더기 없이 쓰기, 가볍게 쓰기”이다.
글을 쓰기 위해 해야만 하는 작업도 있다. 독서와 필사이다. 브런치에 참고할 만한 글이 많이 있다. 보물창고를 늘 손에 지니고 다니면서 보물을 잊고 살아왔다. 다른 하나는 필사이다. 좋은 글을 쓰는 작업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손 글씨가 점점 엉망이 되어가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손 글씨도 조금 다듬을 겸해서 좋은 글 필사 작업을 꾸준히 해 나갈 생각이다. ‘아름다운 우리 수필’이라는 책 상, 하권이 집에 있어서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시간 나는 대로 꾸준히 필사를 해 볼 생각이다.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TV 프로그램을 시청하거나, 길을 걸으며 글을 쓸 생각을 하며 보고 읽고 걸었다. 하고 있는 행동에 집중하지 못하고 글쓰기를 위한 일을 하고 있었다는 깨달음이다. 마치 인스타그램 마니아들이 좋은 곳에 여행 가서 멋진 풍경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고, 사진을 찍기 위해서 이동하는 것처럼. 큰 수확이다.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며, 즐긴 후의 느낌과 성찰을 글로 쓰면 된다. 그리고 그 글이 독자들에게 감동과 위로와 깨달음을 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그동안 꾸준히 글을 쓴 노력과 시간 덕분에 이번 수업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초심으로 돌아갈 좋은 기회가 된 ‘에세이 수업’이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