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 일기 0380]

가족 여행

by 걷고

날짜와 거리: 20220521- 20220522 12km

코스: 한강공원 외

평균 속도: 4km/h

누적거리: 6,846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사위 회사 휴양 시설이 평창에 있어서 이틀간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장모님, 우리 부부, 딸 부부, 두 손주들과 함께 사대 가족 일곱 명이 다녀왔다. 오랜만에 하는 가족여행이다. 장모님께서 기동을 하실 수 있을 때 모시고 다니고 싶은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런 기회가 있을 때라도 모시고 나갈 수 있어서 다행이다. 딸 부부는 우리 부부를 모시고 싶어 하는 마음에 함께 가자고 했을 것이다. 자기들만의 효도 방식이다. 장모님과 우리 부부는 놀러 간다는 생각보다는 손주들 돌보기 위해 간다는 마음이 더 크다. 그 시간만이라도 딸 부부는 아이들로부터 잠시라도 벗어나 조금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덕분에 우리는 손주들과 좋은 추억을 쌓는다. 우리 생각을 해 주는 딸 부부에게 고맙다. 서로의 불편을 감수하고 함께 여행하며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고 이해하며 살아간다. 가족이란 이런 것이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이 있다. 부모나 손윗사람이 자식들이나 아랫사람에게 사랑을 베풀 수는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거의 없다는 얘기다. 이번 여행에서도 장모님은 우리 부부를 챙기고, 우리는 자식 부부를 챙기고, 딸 부부는 자기 자식들을 챙긴다. 우리는 미안해하면서 장모님 사랑을 받고, 딸 부부 역시 같은 마음으로 우리 사랑을 받는다. 다만 아직 어린 손주들은 아무 생각 없이 받을 것만 받고, 받기 위해 칭얼거린다. 그 칭얼거림이 어쩌면 우리들에게 돌려주는 걔들만의 사랑과 고마움의 표시일 수도 있다. 두 아이들 돌보는 젊은 현실 부부의 모습을 보며 안타깝고 안쓰럽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우리도 그런 시간을 보내왔고, 우리 부모님들도 그런 과정을 지내왔다. 그것이 세상살이다. 태어나서 사랑받고, 공부하고, 일하고, 결혼하고, 자식 낳아 키우고, 손주 돌보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 대부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대동소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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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만났던 사람들에게 충격적이 얘기를 들었다. 그분들 지인의 자식 얘기다. 부모 중 한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났고 그 이후 자식 부부는 떨어져 산다고 한다. 며느리(사위)는 자기 자식들만 데리고 나가서 분가해서 살고 있고, 외톨이가 된 어머님(아버님)을 외톨이 아들(딸)이 돌보고 있다는 얘기다. 돈도 없고 노환으로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모시고 싶지 않아서라고 한다. 부모 없는 자식이 없음에도 자식들은 부모 자식의 천륜을 저버리고 있다. 결혼을 앞둔 한 젊은 청년에게 부인될 사람이 시댁에 가지 않는 조건으로 결혼하겠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다. 결혼 한 어떤 부부는 각자의 부모는 각자가 알아서 챙긴다는 얘기도 들었다. 부모 자식의 관계가 남보다 못한 지경이 되어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


나 역시 부모님을 잘 모시는 사림이 아니었다. 아내가 오히려 우리 부모님을 잘 모시고 챙겼다. 성인이 된 이후 처음으로 아버지 돌아가시기 바로 전날 손을 잡고 옆에 앉아서 광명진언문을 108번 외운 것으로 미안함을 스스로 달래고 있다. 돌아가신 지 몇 년 뒤에 집단상담 수업에 참여했다. 우연히 부모님 관련 얘기로 상담이 흘러가며 각자 부모님과 관련된 얘기들을 나누게 되었다. 상담을 마친 후 귀갓길에서 갑자기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솟구쳐 오르며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때 처음으로 아버지의 고통과 외로움, 답답함, 무료함, 서러움 등이 떠올랐다. 수업 과제로 상담 시간에 느낀 점을 써내는 것이 있는데, A4 용지 한 장 분량의 글을 네 시간에 걸쳐 힘들게 썼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글을 쓰며 오랜만에 오열했고, 가슴이 시원해졌던 기억도 떠오른다. 그 시간이 아버지와 화해의 시간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사람들은 함께 있는 소중함을 함께 할 수 없을 때 느끼는 것 같다. 함께 살 때 서로를 아껴주고 사랑하지 못하고, 중요한 사람의 상실 이후에 후회를 하는 것 같다. 부모 자식 간의 관계, 부부와의 관계, 형제와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자신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 사람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감정들이다. 흔한 얘기로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은 단순한 트로트 노래 가사가 아니다. 삶의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며 토해 낸 말일 것이다. 그 말속에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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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사람들과 만날 기회와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점점 더 실감하고 있다. 2월에 생일인 선배의 생일잔치를 아직도 못하고 있다. 네 명이 모임을 갖고 있는데, 돌아가며 코로나에 걸려서 모임이 연기된 것이다. 코로나가 조금 안정이 되고 나니 한 선배가 대장암 수술을 받게 되었다. 40년 이상 만나온 선배의 대장암 소식도 충격이지만, 앞으로 만나지도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간 선배를 대했던 나의 태도를 후회하기도 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선배에게 그간 소홀하게 대했던 나의 태도를 반성하고 미안하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가족도 아니면서 가족 이상의 정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그분들은 삶 속에 매우 중요한 사람들이다.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없는 말이 되었다.


가족 여행 사진을 정리하고 가족 단톡방에 사진을 올리며 추억을 되새김해 본다. 환갑 때 찍었던 가족 단체 사진이 냉장고에 붙어있다. 가끔 냉장고 문을 열다가 그 사진을 본다. 그때 얼굴이 지금보다 젊다고 생각하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이번에 찍은 사진을 수년 후에 보면서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늙음과 질병은 피할 수 없다. 후회는 과거를 바탕으로 발생한다. 지금이 가장 젊을 때이고, 가장 건강할 때이고, 후회를 느끼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지금 만나는 사람, 맞이하는 모든 상황, 보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최상의 상태에서 맞이할 수 있는 소중한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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