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의 나 (부모와 자식)

부모와 자식

by 걷고

딸아이가 커피머신을 구입했는데, 별 필요가 없어서 중고시장에 내놓았다는 것이 서운했다고 아내가 아침에 얘기를 했다. 아내 생각에는 자신에게 한 번쯤 필요하지 않느냐고 물어보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던 점이 서운했다고 한다. 아내는 딸아이에게 최선을 다해 정성을 쏟고 있는데, 그런 마음도 몰라주고 물어보지도 않은 것이 많이 서운했던 모양이다. 그러면서 아내는 자신이 그런 상황이었다면 당연히 친정어머니에게 여쭈어 봤을 것이라고 했다.

아내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도 많고 커피를 좋아하기에 그 기계를 구입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또한 주변에 그런 종류의 커피머신을 갖고 있는 분들을 보고 갖고 싶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집안 형편으로 그 기계를 구입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구입하지 못하고 마음만 갖고 있었는데, 딸아이가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중고시장에 내놓으면서 자신에게 얘기를 하지 않았던 점이 많이 서운했었던 것 같다.

아침에 얘기를 들으며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남편인 내가 몇 년 전부터 수입이 없어서 아내가 심리적으로 또 현실적으로 힘들어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많이 미안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열심히 노력하는 부분을 인정하고 격려해주며 용기를 심어주고 있다. 그런 아내의 마음을 생각하니 더욱더 미안하고 고맙다. 나 역시 늘 열심히 준비하고는 있지만, 직접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아 조금 지치기도 했고 막막하지만 다시 힘을 내어 갈 길을 향해 열심히 나아가고 있다. 그런 상황이 많이 답답하기도 하다. 하지만 나의 답답함과 힘듦보다는 그로 인해 힘들어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는 것이 더욱 힘이 든다.

또 다른 하나의 생각은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 관한 생각이다. 우리 딸아이는 건강하게 우리와 잘 분리가 되었고 사위와 함께 재미있게 살고 있다. 하지만 결혼 후 그들이 하는 태도를 보면 우리가 부모님들에게 대했던 태도와는 다른 점이 너무나 많다. 오죽하면 딸과 사위에게 ‘다른 인종’이라는 얘기를 했을 정도이다. 한 번은 사위에게 카톡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답변이 없어서 그 이유를 물어봤더니, ‘직접적인 내용이 아닌 링크된 내용에는 답변을 하지 않는다.’라고 얘기를 했다.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만을 주장하는 모습을 보니 무척 서운하고 괘씸하기도 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이기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밖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하지만 여전히 내게는 그런 태도와 답변은 서운함으로 남아있다.

아내와 나는 서로를 위로하며 자식 간의 관계에서 가능하면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가 화가 나면 아내가 위로를 해주고, 아내가 불편한 마음을 얘기하면 내가 달래주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이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표현하는 방식이 있다는 것이다. 그 방식이 비록 우리와 다르더라도. 그들은 어쩌면 오히려 우리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기 힘들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가끔 아내에게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열심히 살고 있으니 우리끼리 건강하고 즐겁게 살자. 아이들에게 짐이 되지 않는 것이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니, 이 점만 잘 기억하며 살자.’라고 얘기를 한다. 우리의 사고방식이 변하지 않는 한, 아이들과 관계가 좋아질 수가 없다. 그들이 우리에게 맞춰주길 바라는 것은 어쩌면 기성세대의 욕심일 수도 있다.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듯이, 그들도 우리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가 없을 것이다. 심지어는 부부 사이에도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부모로서 자식들을 잘 키워서 성혼을 시키면 부모의 역할은 끝난 것이다. 더 이상 우리 자식으로 대하는 것보다는 그들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을 지켜보고 그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기도를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우리의 방식에 맞춰 살기를 바라지 말고, 그들의 방식이 우리와 다르다고 불평하지 말고, 우리는 우리의 방식으로 잘 살고 그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잘 살면 되는 것이다. 그런 것이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이며 세상이 변화하는 과정인 것이다. 변화는 생명을 뜻하고, 희망을 뜻하며 좀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하는 것이다. 그들이 우리와 똑같이 살아간다면 변화와 발전과 개선은 없을 것이다.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인정하며, 그들에게 짐이 되지 않는 부모가 되길 바랄 뿐이다. 가족으로서 공유할 부분은 공유하고 다른 부분을 인정하면 되는 것이다. 굳이 모든 것을 공유하려는 것은 욕심이고 어리석음이며 퇴보를 의미한다.

각자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자식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의 삶에 괜한 시비를 붙이지 말고, 각자만 잘 살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 모두 행복하게 잘 사는 법이다. 세상의 모든 자식들이여, 그대들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니 그대들의 방식으로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랍니다. 그대들은 더 이상 우리의 자식들이 아닙니다. 지금 사회의 기둥이며, 가정을 이룬 성인이며, 독립된 삶을 누릴 자격을 지닌 자연인입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여, 자식들 걱정 내려놓으시고 그대들의 행복과 건강에만 신경 쓰기 바랍니다. 각자가 행복한 세상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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