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금융문맹의 재테크 도전기

by 걷고

만 65세가 되었다. '어르신 교통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고 있다. 흔히 얘기하는 지공(지하철 공짜) 거사가 되었다. 공식적으로 노인이 된 것이다. 국민 연금을 받았을 때는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연금이 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근데 교통 카드를 발급받고 첫날 사용하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당연히 받아도 되는 정부의 복지제도 혜택을 받은 것임에도 마음 한 구석에서 불편한 마음이 올라온다. 공식적인 노인이 된 느낌 때문인가? 노인이 되는 것은 개인의 의지와는 상관없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저절로 노인이 된다. 노인이 된다기보다는 노화현상이 발생한다는 표현이 더욱 정확할 것이다. 같은 말인가? 어느 누구도 늙음을 피해 갈 수는 없다. 그럼에도 공식적인 노인이 된 느낌이 썩 좋지만은 않다.


60대 후반이 되면 대부분 사회적으로 또 가정적으로 해야 할 기본적인 역할을 마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을 은퇴자, 퇴직자, 또는 노인이라 부른다. 더 이상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되고, 할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다. 물론 일부는 나이와는 전혀 상관없이 매우 활동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경우든 이들은 모두 각자 주어진 역할을 최소한 30년 이상 충실하게 해온 사람들이다. 그리고 60년 이상의 세월을 살아낸 사람들이다.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세월을 살아간다는 것이 또는 살아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그럼에도 편안하게 쉴 형편이 되지 않아 힘든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도 많다. 약간 주눅이 들기도 하고 기를 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왜 그럴까? 할 일이 없고 경제적 독립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은퇴를 하신 분들 중 대부분은 다시 일자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든 없든 모두 일을 찾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해온 일과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삶이 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할 일이 필요하고 또 수입이 필요해서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만 하더라도 퇴직 후 더 이상 일을 하지 않아도 평생 살아가는 데 아무런 문제도 없었고, 당연히 그렇게 살아오셨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많이 변했다. 퇴직 후에도 일이 반드시 필요해서 일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들도 하루 종일 집안에만 있을 수도 없고, 매일 산에 가거나 친구들을 만나 놀 수도 없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힘든 사람들도 있다. 어떤 경우든 가장 필요한 것은 ‘할 일’이다. 나이 들어 은퇴를 한 후에는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매우 큰 과제이다. 할 일을 찾고 어딘가에서 시간을 죽이든 살리든 하루를 살아야 한다. 65세를 공식적인 노인이 된 나이라고 생각한다면, 삶을 마무리하기 전까지 최소한 20년 이상 더 살아야 한다. 그 긴 시간을 무엇을 하며 어떻게 지내느냐는 모든 공식적인 노인들에게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외동딸은 출가했고 아내와 나는 별 일 없이 잘 지내고 있다. 가장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기본적인 역할을 나름 충실하게 수행하며 살아왔다. 서울에 작은 집 한 채 있고, 소액의 현금을 갖고 있고, 빚은 단 한 푼도 없고, 국민연금을 받고 있으니, 일상생활하는데 큰 불편은 없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거나 사람들을 만나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라면 멈칫거리게 된다. 어느 정도 경제적 자립을 하기는 했지만, 완전한 독립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정적으로 또 개인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어느 정도 마친 사람들이 경제적 속박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면 그 삶은 매우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유럽 증권계의 대부라고 불리는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그의 책에서 ‘재정적 독립’을 강조하고 있다. "그가 생각하기에 재정적인 독립은 건강 다음으로 중요한 최고의 선이며 가장 귀한 것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독립'의 의미는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말할 수 있고,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하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하기 싫다'라고 말할 수 있고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서문 중)


증권 전문가가 TV에 나와 ‘금융 문맹’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하루빨리 금융 문맹에서 탈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의 얘기를 들으니 나 자신이 바로 전형적인 금융문맹이다. 문맹의 사전적 의미는 ‘배우지 못하여 글을 읽거나 쓸 줄을 모름 또는 그런 사람’이다. 금융 문맹은 일반 문맹보다 더 한심한 사람이다. 글을 읽고 쓸 줄도 아는데 금융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는 사람이다. 우리나라 말로 된 기사나 자료를 읽어도 그 내용이 무엇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글을 아는 문맹이 바로 ‘금융 문맹’이다. 요즘은 정보시대이다. 정보가 곧 힘이 되는 시대이다. 정보를 읽어내고 정보 속에서 길을 찾아내는 것이 요즘 세대를 살아가는 지혜이자 힘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누구든지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누릴 기회조차 박탈당한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한다면 박탈당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재테크 역시 마찬가지다. 알고 있는 만큼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금융 문맹에서 벗어나면 경제적 독립을 지금보다 좀 더 나은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


수입은 없고, 고정 비용은 매일 지출되고 있다. 물론 적은 돈으로 아껴 쓰면 살아갈 수는 있겠지만, 대신하고 싶은 것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 문맹’이라는 단어가 주는 충격은 컸고 동시에 답답했던 문맹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도 갖게 되었다. '금융 문맹' 탈출이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좋은 방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유튜브나 신문, 미디어 등을 통해서 경제 관련 자료를 읽고 보기 시작했다. 물론 무슨 말인지 모르는 단어나 의미도 많았지만, 모르는 것은 모르는 대로 두고 이해되는 것만 읽어나갔다. 증권사에 근무하는 한 지인을 통해 재테크에 관한 기본적인 강의를 들으며 주식 투자에 입문하게 되었다. 강의를 듣고 재테크 관련된 책을 몇 권 읽고, 신문의 경제란도 관심 갖고 읽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신문을 읽을 때 경제란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사람이었다. 경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 자체가 큰 변화이다.


주식 투자를 시작한 지 1년 반 정도 시간이 흘렀다. 주식과 채권, 가상 자산 등 소액 투자를 하며 조금씩 재테크에 발을 들여놓았다. 아직도 주린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지만, 최소한 나름대로의 투자 원칙은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의 내용은 60대 중반인 금융문맹이 좌충우돌하며 재테크 방법을 배우고 경험했던 내용들을 정리한 것이다. 스스로 경험한 내용들을 기록하고 남겨서 재테크에 관한 관점과 전략의 변화를 확인하고 싶었다. 또 투자를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는 나 같은 금융 초보자, 특히 은퇴하신 금융 문맹들이 재테크에 관심을 갖고 용기 내어 도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정리했다. 이 책은 재테크를 위한 투자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금융 문맹들에게 나 같은 금융 완전 초보도 하고 있는 재테크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부디 용기 내어 시작하길 바란다. 시간도 잘 가고, 새로운 공부를 하는 재미도 있고, 게다가 약간의 수입까지 올릴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것이다. 놀이하듯 즐기며 시간도 보내고 노후를 즐겁고 활기차게 보낼 수 있다.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전 세계가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다. 주식시장에도 악재가 겹치고 있다. 많은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에서 은행이나 채권으로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다. 하지만, 나름대로 정한 투자 원칙에 따라 투자를 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주식 시장에 머물러 있다. 주변 사람들의 추천이나 소문, 미디어나 sns 등에서 수많은 종목 추천과 투자 관련 얘기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 말에 현혹되기보다 스스로 공부해서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재테크에 관심을 갖고 필요한 정보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공부하며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만들어 꾸준히 투자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그리고 나이와 상관없이 경제적 자유와 독립을 이룬 후 자신이 원하는 멋진 삶을 펼쳐 나가길 기원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