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함
지금 유튜브를 통해서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고 있다. 나는 음악을 모른다. 아니 음악뿐만 아니라, 연극, 영화, 그림, 기타 예술 분야에는 완전히 문외한이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모른다고 얘기하는 것이 창피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별 상관이 없다. 듣고 본 경험이 없기에 그런 것을 어찌할 것인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표현하는 것이 훨씬 속이 편하다. 그러면 사람들이 알려주거나 가르쳐주려고 한다. 물론 그런 작은 도움을 통해서 예술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만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면 그것이 발단이 되어 조금씩 이해를 하게 될 것이다.
지금 내가 듣고 있는 음악은 쇼팽의 피아노 음악이다. 마음의 휴식과 집중에 좋다는 설명이 나와 있다. 나는 이미 충분히 쉬고 있고 굳이 집중할 일이 없으니, 그런 면에서 이 음악은 내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냥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고 있고, 내 눈 앞에는 북한산이 펼쳐져 있으니 그냥 좋다. 일종의 음악에 대한 허영심도 채워지고 눈과 귀가 호강할 수 있는 음악을 들으며 이런 내용을 글로 쓰고 있는 이 자체가 좋다. 비록 음악을 모르긴 하지만 대부분 음악은 어딘가에서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는 음악이다. 듣기는 들었지만 그것이 무슨 음악인지는 모른다. 아는 것이 중요한가? 아니면 느끼는 것이 중요한가? 잘 모르겠다. 지금 나의 수준에서는 이런 음악을 들으며 나의 음악에 대한 허영심을 어느 정도 채울 수 있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고 음악을 듣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음악을 문화적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듣는다면 음악을 사랑하는 분들에게는 실례가 될 수도 있기에 그분들의 이해를 구할 따름이다. 이렇게 시작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음악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언젠가는 허영심을 벗어버리고 진실 되게 즐길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오지 않아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굳이 다른 사람들을 따라 하는 것은 하고 싶지 않고 내 모습대로 살고 싶다. 음악에 대한 허영심이 지금의 나의 모습이라면 그냥 그 모습도 인정하고 나의 모습대로 살고 싶다. 한때는 타인 시선을 의식하느라 두꺼운 책을 들고 다니기도 했고 어려운 영문 주간지를 들고 다니기도 했다. 참으로 어리석었던 모습이다. 이제는 가식적인 모습들을 모두 던져버리고 싶다. 다만 내가 아는 분야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 앞에서도 당당하게 얘기하고 나의 소신을 지켜나가는 사람이 되길 바랄 뿐이다.
과연 내가 아는 분야가 있을까? 무엇일까? 그나마 내가 조금 안다고 말할 수 있는 분야가 불교, 상담 그리고 걷기이다. 과연 제대로 알고 있을까? 불교, 수좌들에 비해 수행이 부족하고 불교학자들에 비하면 이론적으로도 한참 부족하니 불교를 공부했고 안다고 말할 수 없다. 상담, 역시 나이만 들었지 상담 분야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걷는 것, 산티아고 다녀왔고 걷기 동호회 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정작 길도 잘 모르고 많이 걸은 분들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결국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근데 가끔은 아는 체를 하며 산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씀이 있다. 모르면 조용히 입 다물고, 다른 사람들의 말씀을 잘 듣고 배우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많이 알기에 겸손한 것이 아니고 모르기에 저절로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겸손함과 솔직함이라도 지니고 살아야 한다. 그것도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