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 (화요 걷기)

화요 걷기

by 걷고

매주 화요일마다 걷기 동호회에서 길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녁 7시 30분에 모여서 두 시간 정도 함께 걷습니다. 길 안내자가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고, 그날의 코스를 정하고, 공지를 한 후에, 참석자분들을 모시고 말 그대로 길을 안내하며 같이 걷는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매주 길 안내를 하는 것이 ‘봉사’나 ‘희생’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제게는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안내자 역할을 매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진행을 하는 것 자체가 제 삶의 균형을 잡아줍니다. 또한 그날은 반드시 걷게 되어 있어서 제 건강에도 도움이 됩니다. 결국 참석자 분들을 위한 길 안내자 역할이 그분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제게도 도움이 됩니다. 아마 이런 일을 두고 ‘자리이타(自利利)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저를 위한 일이 남을 위한 일이 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이 되는 것이 ’ 자리이타‘의 의미인 것 같습니다. 나의 이익을 위해 남의 것을 빼앗거나 험담을 하는 것이 아니고, 남을 위하는 것이 나를 위하는 것이 되는 것입니다.

화요일이 너무 빨리 돌아옵니다. 엊그제 걸었던 것 같은데, 벌써 일주일이 지나 화요일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빨리 가는 것이 그다지 나쁘지만은 않습니다만, 그래도 너무 빨리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가끔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하게 되면서 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거나 낭비하는 삶을 보내면 마음이 무겁기도 합니다. 어쩌면 앞으로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다는 사실이 제게 하루하루 좀 더 충실하게 살라는 보이지 않는 압박을 해 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다지 싫지 않은 압박입니다.

겨울 기운은 어느덧 사라졌습니다. 동장군은 물러가고 봄처녀가 손을 흔들며 우리에게 반가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한강변의 바람도 겨울바람과는 사뭇 다른 시원한 바람입니다. 살을 에는 듯한 겨울의 날카로운 칼바람은 사라지고, 기분 좋고 경쾌한 바람이 걷기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우리 열 명은 모두 즐겁고 경쾌한 발걸음을 하였습니다. 이번 길은 합정역에서 만나 한강변을 따라 걸은 후에 불광천을 따라 응암역까지 가는 코스입니다. 날씨 탓도 있겠지만, 길동무들과 즐거운 대화가 있기에 흥겹게 걸을 수 있었습니다. 어제 걸었던 길과 길동무들과 나눴던 얘기와 추억은 내년 이맘때쯤 되살아나며 미래에 과거의 길을 걸을 수도 있습니다.

서울 함상공원을 보며 어떤 분은 그 함정과 같은 배를 타고 군 생활을 했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였으며, 저 역시 그분의 얘기를 들으며 제 군대 생활을 떠올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과거로의 타임머신은 뒤풀이 장소에서도 이어졌습니다. 평균 연령이 가장 높은 뒤풀이 자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나이 든 남성 네 명이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도 되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중동에서 공사 현장을 누볐던 얘기, 단수여권을 받고 해외 출장길에 올랐던 얘기, 과거 입시제도에 대한 얘기, 과거에는 ‘개천에서 용이 난다’라는 말이 가능했는데, 요즘은 불가능하다는 얘기 등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을 타고 생맥주를 한잔 마셨습니다. 둘째 잔부터는 현재 우리들의 삶인 ‘낀 세대’의 설움(?)에 관한 얘기를 나눴습니다. 부모님 모시고, 자식들 책임지고 살아가는 가장의 모습. 하지만, 우리 자식들에게 봉양받는 것은 이미 포기해 버린 우리의 모습들. 또한 요즘 젊은 세대의 어려움을 느끼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기도 하였습니다. 마지막 셋째 잔에는 생활 현장에서 물러 난 후에 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야 하는 상황과 가족들과 함께 살기 위해 건강을 챙기며 살자는 얘기 등. 우리는 어제 모여 현재 시점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었습니다.

어제 걸었던 길은, 걷기 전에는 미래의 길이었는데, 걷고 나니 벌써 과거의 길이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걷는 그 시간’에 우리의 온몸으로 걸었던 그 현재 순간 밖에는 없습니다. 현재가 과거가 되기도 하고 미래가 되기도 합니다. 결국 어쩌면 과거, 현재, 미래는 동일 연결선 상에 있는 하나인 것 같습니다. 끊으려 안간힘을 써도 끊을 수 없는 아주 질긴 끈으로 연결된 어떤 것. 그래서 과거가 없는 현재는 없고, 현재가 없는 미래 역시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미래는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자연적으로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오늘 이 순간에 걸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걷기는 단순히 육체적인 건강만을 위한 운동이 아닌 심신의 평안과 내면의 성찰을 위한 가장 좋은 방편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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