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어울리며 울고 웃고 하는 것이 우리네 삶인 것 같습니다. 삶의 방식에는 ’ 옳고 그름’이 있을 수 없고 다만 ‘다름’만이 있습니다. 각자의 삶의 틀에 서로를 억지로 집어넣으려 하기 때문에 대인관계의 어려움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각자 삶 속에서 얻은 경험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형성되기도 하고 왜곡되기도 합니다. 그런 시각을 보며 자신과 다름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평가하고 비판하기도 하며, 그런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틀을 한층 더 견고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조르바는 험하게 인생을 살아온 사람입니다. 전쟁을 겪었고, 세상의 온갖 허드렛일도 하고, 많은 여성들과 관계를 맺으며 마치 세상에 윤리가 존재하지 않는 듯 막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입니다. 종교나 종교인에 대한 강한 비판과 저항감을 지니고 있으며, 그들의 위선을 벗겨내는 언행을 통해서 주변 사람들의 종교에 대한 맹종에 경종을 울리기도 합니다. 우리의 삶 속에 드러난 많은 위선을 부정하고 좀 더 자신과 세상에 진솔한 모습으로 다가가기 위한 몸부림을 치는 사람입니다. 조르바에게는 어떤 종교, 이론, 철학, 이념 등도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참다운 사람으로 살기 위해 자신을 던지는 ‘사람다운 사람’의 모습을 유지하고 찾기 위해 노력하는 참다운 수행자의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그의 자서전에서 조르바를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힌두교도들이 구루(사부)라고 부르고 수도승들이 아버지라고 부르는 삶의 길잡이를 한 사람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틀림없이 조르바를 택했을 것이다. 주린 영혼을 채우기 위해 오랜 세월 책으로부터 빨아들인 영양분의 질량과 겨우 몇 달 사이에 조르바로부터 느낀 자유의 질량을 돌이켜볼 때마다 책으로 보낸 세월이 억울해서 나는 격분과 마음의 쓰라림을 견디지 못한다.’ 저자는 실존 인물인 조르 바를 통해서 자신의 알을 깨고 나올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에 반해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책을 통해서 세상을 보고 글로 세상을 표현하는 사람입니다. 또한 세상이 만든 사회의 틀을 쉽게 깨지 못해 자신을 절제하고 억압하는 조르바와 완전히 상반된 사람입니다. 조르바가 세상을 몸을 통해서 배웠다면, 카잔차키스는 책과 사회의 규범, 종교를 통해서 세상을 배웠습니다. 그에게 조르바의 삶의 방식이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조르바를 통해서 자신의 시각을 넓히고 사고의 폭을 확장시킬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는 분입니다. 결국에는 자신의 틀을 벗어 버리고 조르바와 만나 둘이 하나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몸과 정신이 하나가 되고, 속세와 탈속이 하나가 되고, 종교와 무교가 하나가 되는 상대의 개념에서 통합의 개념을 갖게 되며 자신의 틀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조르바와의 만남을 통해서 자신을 둘러싼 알을 깨고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됩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이렇게 자신의 깨달음을 책 속에서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나는 알고 있었다. 인간이 성취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것은 지식도 미덕도 선도 승리도 아닌 보다 훌륭하고 보다 영웅적이며 보다 절망적인 것, 즉 세계에 대한 신성한 경외감임을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껍질을 벗어던지고 바라보는 세상 속에서 자신과 자신이 갖고 있는 사고와 판단이 얼마나 하잘 것 없는 존재임을 알게 되면서 자신을 낮추게 되며 동시에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삶을 통해서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불이(不二)의 사고’로, ‘대립 의사고’에서 ‘통합의 사고’로, ‘너와 나’의 개념에서 ‘우리’의 개념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배우게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을 갖고 세상과 사람들을 대하는 치열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신을 내려놓고, 다름을 인정하고 모든 존재의 존엄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삶 속에서 점점 더 각박해지고 이기적이 될수록 이런 노력이 더욱 필요한 순간입니다. 그 길만이 결국 우리 자신을 행복에 이르게 할 수 있습니다. 대립의 개념과 시비를 따지는 생각이 있는 한 우리는 결코 행복에 이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부딪치고 깨지면서 자신의 틀을 조금씩 허물어 낼 수 있습니다. 결국 자신을 세상 밖으로 던지고 과감히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존재에 대한, 사람, 상황, 모든 유정 무정을 포함하여, 존귀함을 느끼려고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서 다시 심한 갈증을 느끼기 시작하였습니다. 한 동안 묻혀 있던 욕망과 욕심이 다시금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갈증이 저를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갈지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저를 속박하고 있는 것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갈증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일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위선으로부터 벗어나는 언행을 통해서 스스로 속박한 세상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것입니다. 저 자신에게 철저하게 솔직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이 책은 제게 조금씩 자신에게 가깝게 다가가고 ‘참 나’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