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일기란 무엇일까요? 말 그대로 감정을 글로 기록하며 나를 돌아보는 루틴이에요. 상황-생각-감정(숫자) 순으로 매일 감정을 기록하고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 성찰하죠. 그 과정에서 나의 대처방식(coping)을 돌아보는 ‘셀프케어’ 방식입니다.
살다 보면 기쁜 일만 있지는 않습니다. 화가 났다가, 슬펐다가, 불안했다가, 무기력하기도 해요. 그런데 기분이 나쁠 때 ‘나는 왜 기분이 나쁠까?’ 생각하기 어려워요. 부정적인 감정을 외면하는 게 가장 빠르고 쉽거든요. 그래서 가까운 친구, 애인, 동료, 가족에게 일거수일투족 하소연을 하거나, 폭식을 하고, 술로 잊어보려 한다거나, 자극적인 예능으로 생각을 돌리고, 남 탓을 하기도 하고, 운명을 맹신하는 등 고통에서 몸부림치기 쉬워요. 나의 진짜 감정은 마음 깊은 곳에 밀어 넣고 겉으로만 해결하려 하죠. 하지만 ‘외면하는’ 방식으로는 진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요. 오히려 평생 반복될 거예요. 나에게 유독 상처가 되는 말, 기분이 나쁜 상황, 지치는 순간, 내가 싫어하는 사람의 유형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거든요.
그래서 ‘감정일기’가 필요해요. 감정일기는 단순히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지도를 쭉 펼쳐놓고 스스로 점검하는, 즉 '마음챙김'의 행위거든요. ‘나는 왜 이런 방식으로 말했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선택이었나?’ ‘남이 원하는 행동이었나, 내가 원하는 행동이었나?’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면서요.
이렇게 스스로에게 질문하다 보면 내가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패턴이 보여요.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면, 과거에 미해결 된 감정과 상처가 현재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도 알 수 있어요. 그러면 스트레스 대처방식을 조금씩 바꿔보는 연습을 할 수 있겠죠. 화를 꾹 참기보다 상대에게 표현을 해본다거나, 음주가 아닌 글쓰기로 생각을 정리하거나, 무엇이 나를 위한 선택인지 고민하는 등 부정적 감정을 조금 더 다양한 방식으로 다룰 수 있게 돼요.
요약하면 감정일기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내가 유독 기분이 좋은 or 나쁜 포인트를 알 수 있다.
2. 타인에게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힘이 생긴다.
3. 감정의 본질을 알아차릴 수 있다.
4. 나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아존중감이 높아진다.
5. 인간관계 대화법을 연습할 수 있다.
6. 1~2개뿐이던 스트레스를 해소법을 다양하게 늘릴 수 있다.
7. 자기 자신과 대화하며 친해질 수 있다.
8. 과거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할 수 있다.
9. 셀프케어이기 때문에 비용이 들지 않는다.
10. 복잡한 생각을 차분하게 글로써 정리할 수 있다.
이것만 봐도 감정일기를 써야 하는 이유가 정말 많죠. 감정일기는 혼자서 쓰는 것도 좋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활용할 수도 있어요. 만약 정신과 또는 상담센터를 이용하고 있다면, 증상의 변화도 함께 기록하면서 전문가에게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감정일기 중 일부를 인용해 소중한 사람에게 감정을 표현할 수도 있고요. 파트너와 감정일기를 교환해 서로를 이해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도 있어요. 방식을 조금만 달리하면 독창적이고 즐겁게 소통할 수 있지요.
저는 감정표현이 여러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글쓰기치유 커뮤니티 '껍질클럽(@the.peel.club)'을 열어 온라인 감정일기 클럽을 진행하고 있어요. 온라인 감정일기 커뮤니티에 참여한다면 다른 사람은 무슨 고민을 하며 사는지, 나는 어떤 감정을 경험했는지 익명으로 나눌 수 있거든요. 단순 인증을 넘어 감정의 본질을 돌아보는 질문과 조언을 댓글로 남겨 드리고 있습니다. 만약 감정일기를 혼자 시작하기 막막하다면 껍질클럽의 <감정일기 클럽>에 참여해 보세요. 쓰다 보면 나의 내면을 감싸는 단단한 껍질이 생길 거예요.
* <감정일기 클럽> 모집 공지는 인스타그램에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그럼, 감정을 알아차리는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