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일을 찾아가는 것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나보내다

by 휘리

지금 나는 동물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나는 내 일을 사랑한다. 매일 출근하면 동물을 보고, 또 그 동물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는 일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내가 키웠던 반려동물은 점차 아픈 곳이 늘어갔다. 처음엔 눈이 안 보였고, 심장병이 생겼다. 그리고 뇌종양으로 시한부 3개월 판정받았다. 하루에 6번 시간에 맞춰 약을 먹이게 되었다. 배설물이 묻은 몸을 씻기고 주변을 소독하고 밥을 먹지 않으면 억지로라도 밥을 먹이고 집 안의 모든 벽에 쿠션을 덧대고, 혹시라도 숨이 멈추진 않을까? 눈으로는 늘 숨 쉬는 걸 확인했다. 그 모든 과정이 나에게 감사함을 알게 해줬다. 그 모든 과정이 행복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건, 나의 영혼을 채워주는 느낌이었다. 반려동물 덕분에 동물병원에서 일하는 걸 꿈꾸게 되었다. 동물을 사랑했고, 동물에게, 특히 아픈 동물에게 평생 도움을 주며 살고 싶었다. 그리고 꿈을 이뤘다. 꿈을 이룬 날에는 날아갈 듯 기뻤다. 하지만 압박감이 심한 환경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걸 점차 알게 되었고, 지금의 내 한계 또한 분명히 느끼고 있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서의 반복되는 고단함은 나를 우울하게 했다. 모든 연락이 점점 늦어지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적어지고 모든 걸 회피하고 포기하고만 싶어졌다. ‘내가 심각할 정도로 느린가? 내가 이상한가?’라며 나를 의심하게 하고 고민하게 했다.


더욱 나은 내가 되고 싶다. 지금의 나는 또 다른 꿈을 가지게 되었다.


어렸던 나는 꽤 가난했고, 하고 싶은 건 많았다. 그래서 한두 시간 거리쯤은 쉽게 걸어 다녔다. 그렇게 아낀 버스비로 헌책방을 찾아가 읽고 싶은 책과 만화책을 샀다. 도서관과 마트는 내 놀이터였고, 돈이 없으니 무료 공연을 찾아서 보러 다녔고 중고 시장에 가서 옷을 샀다. (10년 넘게 입은 옷을 이때 500원 주고 샀다) 가끔은 전단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리고 받은 돈으로 강아지 장난감을 왕창 샀다. 그리고 농구공과 배구공을 샀다. 만화책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되고 싶어서 연습했다. 고교야구 선수권 대회도 보러 갔고, 전시회도 찾아다녔다. 밖에 나가 야외 드로잉을 했다. 당시에는 늘 불안해했고 뭐라도 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조급함 때문에 했던 것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럼에도 하고 싶었던 것들을 했던 것 같다. 지금의 내가 좋아하는 것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책, 음악, 그림, 운동, 중고장터, 동물.


책과 함께 살고 싶다. 책을 읽고 책을 만들고 좋아하는 책들로 가득한 공간에서 지내고 싶다.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며 동물과 가까이에서 살고 싶다. 조금 더 편안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싶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운 공간을 만들어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보내는 건 또 다른 방식으로 나의 영혼을 채워줄 것 같다. 이 생각이 강해진 건 제주도의 독립 서점에서 짧게 일해볼 기회가 생겨 쉬는 날 일을 해보고 나서였다. 일을 하며 다양한 손님을 만났는데,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고 오늘 산 책으로 한국어를 더 공부하고 싶다는 손님, 자신의 생일 기념으로 한국으로 가족 여행을 왔다며 한국어로 글을 써달라고 했던 손님, 샘플만 남은 책을 구매하셔서 레드향을 드렸더니 정말 기뻐하셨던 손님 같은 분들을 만나며 큰 즐거움과 행복을 느꼈다. 또, 제주도에 있는 다양한 가게에 갔는데 스스로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운 공간에 갈 때마다 큰 감명을 받았다. 나 또한 이렇게 살아가고 싶었다.


미련 가득했던 나의 첫 번째 꿈에 이젠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끌어안고 분투하느라 힘썼던 나의 꿈을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나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내 인생이 어디로 흘러갈지, 그 끝에 뭐가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이 여정이 기대된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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