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기내식

아내에게 바치는 글

by 디아스포라

소고기 감자요리
아몬드 고구마 샐러드
모닝빵과 가염버터
레드와인
디저트 아이스크림

하늘위의 레스토랑이 된 기내식이다. 사람들은 평소보다 더 많이 먹는다. 굳이 맥주를 먹지 않는 사람도 옆자리 사람을 보고 주문한다. 대한항공은 국산맥주와 버드와이저 중에 고를 수 있다. 안주로는 아이비 과자도 한봉 준다. 라면도 끓여달라고 주문해 먹을 수 있지만 푸짐한 기내식에 배가 부른 지 오늘은 라면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소고기 요리가 지상에서의 그것보다 맛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묘한 기내식만의 식감이 있다. 내 아내는 그것을 참 좋아한다. 버터와 빵도 늘 선호하는 식단이다.
출장으로 인해 혼자 기내식을 먹는데 온통 아내 생각뿐이다. 고구마와 감자 같은 구황작물 요리를 좋아하는데 둘 다 나오다니. 같이 있었으면 아마 난 닭고기나 생선을 주문해 서로 조금씩 나누어 먹었을 것이다. 아내는 여러가지 음식을 다양하게 맛보는 것을 좋아하니까.

음식은 늘 그대로 있는데 먹는 사람이 계속 변한다. 어릴 땐 많은 양과 고기 함유량이 가장 중요했고, 뷔페는 최고의 식당이었다. 커가면서 맛을 찾았고, 지금은 함께 식사하는 사람을 중시한다. 역시 아내와 함께 먹는 식사를 따라올 수 있는 것이 없다. 3천 원짜리 떡볶이 1인분을 나눠먹던 시절부터, 3만 원짜리 디너를 먹는 지금이 다를 바가 없이 즐겁고, 당연히 30만 원짜리 코스를 먹어도 최고일 것이다. 하지만 아내는 아직도 그런 비싼 음식이 꼭 맛있는 건 아니라며 떡볶이 러버임을 강조한다. 그러니까, 기내식을 먹으며 이토록 아내 생각이 나는 건 보고싶어서이기도 하지만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고싶은 마음인 것이다.

기내식을 먹는 동안, 아내가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할까 생각뿐이다. 아마 바스락거릴때부터 "기내식 주나봐"라고 말하며 기웃거릴 것이다. 그리고 먼저 받는 사람-미리 신청하는 서비스가 있는 모양이다-을 보며 "왜 우린 안주지?"라고 말하며 입맛을 다실 것이다. 기내식을 받으면 별 말없이, 그러나 행복하게 먹을 것이고, 다 먹고 나서는 "아, 또 먹고 싶다"라고 말할 것이다. 내가 더 달라고 할까 제안하면 그건 또 배불러서 아니라고 할 것이고. 처음엔 배부른데 왜 또먹고 싶다고 하나 궁금했지만 이제는 마음과 몸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아무래도 이 먹먹한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국제선을 한번 더 타야겠다. 아마 아내는 기내식을 줄까 안줄까 궁금해하다가, 앞에서부터 주는것에 매우 아쉬워하다가, 행복하게 먹고나서 만족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 것이다. 늘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행동이 예상되면 지루하지 않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변함없는 그 행동이야말로 변함없는 사랑을 만드는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