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기전에 깨달아야할 것들
방글라데시 면접 중에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1. 수많은 역경을 만나는 것이고,
2. 어머니가 그 역경으로부터 나를 얼마나 지켜주었는지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방글라데시에서 선발 면접위원으로 가서 400여명과 1:1 면접을 봤다. 직무와 기술적인 부분이야 전문분야니 따로 말을 하지 않으려 한다.
평소 길거리에서 보던 그들과 전혀 다른 모습, 새하얀 와이셔츠와 새구두. 그들을 걱정하고 있을 400명의 어머니들이 떠올랐다. 꼭 어머니가 아니라 스스로 준비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무언가 정돈되지 않은 그들의 머리스타일을 보며 난 혼자 소설을 써보는 것이다.
다음날 아들(제조업 분야라 99%는 남성이다)이 면접을 보러 간다고 하니, 걱정되는 어머니는 흰 와이셔츠를 깨끗이 빨아서 다려놓고 새 구두를 사러 가자고 했을 것이다. 아들은 본인 시험이면서도 그걸 귀찮아할 것이다. 한 달 월급이 한국돈으로 15만원쯤 하니, 저렴한 구두라도 새로 사는 것은 큰 부담일 것이다. 어머니는 일을 나가며 아들에게 잘 챙길것을 신신당부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 아들들은 머리를 단정히 해야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막상 시험장에 도착하니 덜덜 떨리고 머릿속으로는 암기한 자기소개와 예상 질문을 달달 외운다.
그리고 순서가 되어 면접장에 들어갔을때, 내가 질문을 하기 전, 새하얀 셔츠와 새구두가 눈에 먼저 들어온다. 티셔츠와 청바지, 맨발로 오는 사람도 있으니 복장만으로 더 준비가 된 사람으로 보인다. 면접 평가 요소에는 엄연히 "태도" 항목도 있다.
AI 면접이 전면도입되기 전까진, 내 무의식이 그것을 모두 무시하지는 못할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면접관이라고 떡하니 앉아있지만, 회사에 처음으로 면접을 보러가던 날이 생각났다. 내가 어떤 말을 했는지, 어떤 태도로 말했는지만 기억했고 나름 잘해서 합격했다고 믿었다. 어머니가 며칠전부터 어떤 양복을 입힐지 고민하고, 그전날 흰 셔츠를 깨끗이 준비해놓고, 아버지 넥타이와 벨트 중에 가장 젊어보이고 좋은 것을 고르고, 그날 날씨가 어떤지 혹시 비라도 오는지 전전긍긍 하시던건 내마음에 없었다. 그때는 없었다.
면접을 마치고 어머니도 친구들도 똑같은 것을 물었다. 면접 어땠냐, 무엇을 물어보았냐. 같은 인사치레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그랬다.
합격 소식을 듣고, 직장에서 소리지르며 좋아하셨다는 어머니가 너무 오버한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복권 당첨된 줄 알았다고 했다.
면접관으로 해외출장을 가려 잠시 본가에 들러 인사를 드리는데 어머니는 내가 회사에 처음 면접보러 갈 때와 똑같으셨다. 속옷은 넣었니, 옷은 어떤걸 가져가니, 이 셔츠는 좀 구겨졌는데 얼른 다려줄게, 물 아무거나 마시지 말아라, 모기 조심해라. 하며 모기기피제를 내 가방에 쓱 넣으셨다.
전화 안해도 돼- 하셨는데, 도착해서 매일 전화를 드리니 참 좋아하신다. 내가 무어라고 전화만 드려도 좋아하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