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나는 초고도비만이 되었나.
2018년 늦은 여름 즈음. 불도 켜지 않은 주방에서 걸신들린 사람처럼 곤약 젤리를 해치웠다. 내가 산 곤약 젤리는 10개들이 6박스. 난 그걸 한 자리에서 해치웠다. 곤약 젤리니까 괜찮겠지 하는 안도감도 있었지만 막상 칼로리를 계산하니 늦은 밤 한 자리에서 먹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운 양이었다. 난 구토를 시도했지만 아무리 토악질을 해봐도 내 위로 들어간 곤약 젤리는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것은 내가 기억하는 첫 폭식의 잔상이다.
살은 정말 쉽게 쪘다. 3주도 안 되는 시간 동안 7킬로가 쪘고 그 후로 내 몸무게는 1년 만에 40킬로가 증가한다. 난 체중에 대한 엄청난 강박을 가진 사람이었다. 당시 만나고 있던 남자 친구는 내 강박을 더 심해지게 만들었다. 첫 만남을 가진 날 '조금만 더 빼자'라는 말을 던지고 그 이후로도 자신은 마른 여자가 좋다는 취향을 아주 솔직하게 드러냈다. 그와 이별을 하고 그가 새로운 여자를 만났을 때도 나는 내 부족함은 온전히 살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때 만난 남자 친구는 체중에 대한 강박에 기름을 부었을 뿐 나는 원래 체중이 콤플렉스인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 통통하게 자란 나에게 할머니는 놀림조로 '몽쉘통통'이라고 불렀고 옆에 있던 마른 사촌에게는 미스코리아 출전을 권유했다. 살이 문제였다. 처음 다이어트를 시작한 건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남자아이들의 돼지라는 놀림이 싫어 처음으로 단식을 했다. 결과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후로도 나는 꾸준히 보건실에 불려 가 경도비만임을 설명 듣고 다이어트 일기를 써서 제출해야 했다. 살은 나에게 수치심을 알려주었다.
체중에 대한 강박이 왜 폭식으로 이어졌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먹는 순간에 늘 생각했다. '살아. 어디 한 번 쪄봐라. 네가 얼마나 찔 수 있는지 보자.' 그 결과는 바로 지금 내 모습을 만들었다. 앞자리가 9로 바뀌었을 때 나는 처음으로 위협을 느꼈다. 80kg 까지는 예상했던 체중인데 90kg는 100kg이 목전에 있다는 두려움이 꽤 커졌다. 그리고 의도와 다르게 유지어터가 되었다.
이제는 진짜 다이어트를 하려고 한다. 예쁜 옷을 입고 싶은 것도 이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성인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것 때문이다. 내가 제일 걸리기 싫은 병이 당뇨와 고혈압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건강한 식습관으로 건강한 다이어트를 하려 한다. 이 다이어트가 성공으로 끝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희망사항이다. 이 글을 끝낼 때쯤 나는 어떤 모습일까? 기대되고 설레는 시작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