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훌리 Sep 22. 2020

나는 90kg입니다.

어쩌다 나는 초고도비만이 되었나.

2018년 늦은 여름 즈음. 불도 켜지 않은 주방에서 걸신들린 사람처럼 곤약 젤리를 해치웠다. 내가 산 곤약 젤리는 10개들이 6박스. 난 그걸 한 자리에서 해치웠다. 곤약 젤리니까 괜찮겠지 하는 안도감도 있었지만 막상 칼로리를 계산하니 늦은 밤 한 자리에서 먹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운 양이었다. 난 구토를 시도했지만 아무리 토악질을 해봐도 내 위로 들어간 곤약 젤리는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것은 내가 기억하는 첫 폭식의 잔상이다.

 


살은 정말 쉽게 쪘다. 3주도 안 되는 시간 동안 7킬로가 쪘고 그 후로 내 몸무게는 1년 만에 40킬로가 증가한다. 난 체중에 대한 엄청난 강박을 가진 사람이었다. 당시 만나고 있던 남자 친구는 내 강박을 더 심해지게 만들었다. 첫 만남을 가진 날 '조금만 더 빼자'라는 말을 던지고 그 이후로도 자신은 마른 여자가 좋다는 취향을 아주 솔직하게 드러냈다. 그와 이별을 하고 그가 새로운 여자를 만났을 때도 나는 내 부족함은 온전히 살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때 만난 남자 친구는 체중에 대한 강박에 기름을 부었을 뿐 나는 원래 체중이 콤플렉스인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 통통하게 자란 나에게 할머니는 놀림조로 '몽쉘통통'이라고 불렀고 옆에 있던 마른 사촌에게는 미스코리아 출전을 권유했다. 살이 문제였다. 처음 다이어트를 시작한 건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남자아이들의 돼지라는 놀림이 싫어 처음으로 단식을 했다. 결과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후로도 나는 꾸준히 보건실에 불려 가 경도비만임을 설명 듣고 다이어트 일기를 써서 제출해야 했다. 살은 나에게 수치심을 알려주었다. 

체중에 대한 강박이 왜 폭식으로 이어졌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먹는 순간에 늘 생각했다. '살아. 어디 한 번 쪄봐라. 네가 얼마나 찔 수 있는지 보자.' 그 결과는 바로 지금 내 모습을 만들었다. 앞자리가 9로 바뀌었을 때 나는 처음으로 위협을 느꼈다. 80kg 까지는 예상했던 체중인데 90kg는 100kg이 목전에 있다는 두려움이 꽤 커졌다. 그리고 의도와 다르게 유지어터가 되었다.

이제는 진짜 다이어트를 하려고 한다. 예쁜 옷을 입고 싶은 것도 이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성인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것 때문이다. 내가 제일 걸리기 싫은 병이 당뇨와 고혈압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건강한 식습관으로 건강한 다이어트를 하려 한다. 이 다이어트가 성공으로 끝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희망사항이다. 이 글을 끝낼 때쯤 나는 어떤 모습일까? 기대되고 설레는 시작을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