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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 Sep 28. 2020

버틸 수 있는 날들

9월 진료

저는 버틸 수 있는 날들을 보냈습니다.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기쁨과 슬픔을 느끼며 살았습니다. 지친 날도 있었고 행복한 날도 있었습니다. 죽고 싶은 날은 없었습니다. 죽음을 생각한 것은 너무 오래전 기억입니다. 그건 저에게 삶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당연히 학교생활에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전 보다 더 오래 교무실에 앉아 있을 수 있게 되었고, 더 많이 아이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제 삶이 정상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수업 준비는 즐거웠고 가끔씩 갖는 동료 교사와의 산책도 따뜻했습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두렵지 않았고, 마무리하면 홀가분했습니다. 


글을 쓰는 취미가 생겼습니다. 이곳저곳에 남기던 글들을 모아 쓸 수 있는 공간이 생겼습니다. 이것은 요즘 제 삶에서 가장 큰 즐거움이자 행복입니다. 제 일상을 글로 남기는 것도 즐겁고, 사람들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것도 좋고,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며 인생의 다른 부분을 배울 수 있는 것도 의미 있습니다. 퇴근 후 하루의 대부분을 글에 푹 빠져 살고 있습니다. 언제나처럼 몰입할 대상이 있다는 것은 제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작은 스트레스는 있었습니다. 계속 해왔던 대학원 진학 준비를 멈췄습니다. 글 쓰는 일에 마음을 빼앗긴 탓도 있고, 아직 깨어있는 시간 전부를 가득 채워 사용할 힘은 없는 것 같습니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 다시 준비할 생각은 있습니다. 마음의 준비가 되면 당분간은 영어 공부에 집중할 것입니다.  이번 주는 다이어트에 대해 많이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무기력하게 흘려보낸 시간 동안 불어버린 체중이 속상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저는 많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약을 조금 줄이는 기대를 하고 병원을 방문합니다. 아직은 때가 하니라고 판단하신다면 계속 지금의 복용량을 지키겠습니다. 언젠가 말하셨죠. 약을 통해 스트레스의 역치를 높이고 그 과정을 학습하라고. 저는 지금 그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제가 약을 끊게 되더라고 인생을 내 손으로 끝내겠다는 생각과 결심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쓰다 보니 9월의 제 삶이 꽤 재미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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