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진료 1
계절이 바뀌는 데 괜찮냐고 하셨죠. 사실 요즘 불안정한 마음 상태를 느끼고 있습니다. 단지 이게 계절 때문이든 호르몬 때문이든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마음의 문제는 내 의지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두려워질 때가 있습니다. 내가 느끼는 무기력함, 폭식, 과수면 이런 것들이 처음의 증상과 너무 유사해서 혹시 내가 다시 안 좋아지는 것은 아닐까 두렵습니다.
두려움은 직시하면 그 뿐
두려움은 직시하면 그뿐이라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두려움을 마주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 내가 두려운 것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나는 지금 어떤 모습인지를 알기 위해서 말입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일은 없습니다. 또 내가 나를 힘들게 하는 일을 못 알아채고 병이 깊어질까 봐 열심히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런데 정말 없습니다. 요즘 고민인 것들은 예전에도 늘 고민하던 것들이었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인데 정말 시원함과 차감 그 사이에 있는 가을바람이 저를 불안하게 하는 걸까요.
제가 너무 잔뜩 움츠리고 있는 걸까요
그렇다면 조금 힘을 빼고 살아보겠습니다. 우울이 다시 무서운 얼굴을 드러낼까 봐 잔뜩 긴장하고 있는데, 계절을 타는 중이라면 이것도 내 인생의 한 페이지라 생각하고 받아들이겠습니다. 이제 조금 숨을 쉬기 편해졌습니다. 이 계절과 함께 떠나간 이들의 얼굴이 떠올라도 이제 그 기억을 지우기 위해 죽음을 선택하지는 않을 겁니다. 저는 건강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요? 선생님의 온화한 미소가 저를 편안하게 합니다. 저를 향해 더 웃어주세요. 다행이라고 더 많이 말해주세요. 저 그 말을 들으면 행복해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