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례시간에 읽어주는 담임의 편지
긴 연휴 잘 보냈니? 꽤 긴 시간이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버렸다. 이제는 정말 가을인지 아침 공기가 꽤나 차더구나. 따뜻한 이불속에서 나오기 싫은 건 너희도 마찬가지겠지? 여름엔 더워서 긴 학교 언덕이 싫었고 이제는 추워서 싫겠다. 이렇게 또 한 번 계절이 변하니 지난 한 해를 돌아보게 된다.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우리의 생활 모습이 많이 달라졌어. 답답한 마스크는 이제 없으면 허전한 것이 되었고 온라인으로 너희와 선생님이 만나는 것도 익숙해졌어. 사람들 말이 이제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고 얘기해.
우리가 만나는 학교도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는 걸까?
사람들은 생각해. 온라인 수업 중에는 학생도 선생님도 학교에 가지 않아 좋을 거라고. 우리는 아닌데 말이야.
우리도 안 씻고 집에서 뒹굴뒹굴하는 걸 좋아하지만, 서로 만나 하루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눈을 마주 보며 수업하는 것이 얼마나 큰 즐거움이었는지 우리는 느끼고 있는데. 그렇지?
학교는 단순히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는 걸 사람들이 잊은 것 같아. 오래전에 너희와 함께 만들려고 준비해 둔 LED 등 만들기도 못하고 있고, 함께 읽으려고 사둔 책도 각자 읽고 있어. 지식 말고 너희의 마음을 기르는 활동을 준비하던 선생님은 아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너희도 마찬가지 일 것 같아. 고등학교의 찐한 추억을 만들어주는 수학여행도 못 가고 현장체험학습도 모두 취소됐으니.
아쉬움이 크지만 이 혼란 속에서 우리가 건강하게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 한 해를 보내자. 너희도 선생님도 아프지 않고 무사히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날이 얼마 되지 않을 테지만 서로의 소중함이 깊어지는 시간이라 생각하며 견디자. 오랜만에 만나 서로가 더 반갑고 얼마간 만나지 못해 애틋한 감정을 느끼면서 말이야. 코로나 시대에 너희에게 전해주고 싶은 선생님의 이야기였어.
얘들아 건강하자. 얘들아 너희는 선생님에게 소중하다.
오늘도 수고 많았어. 잘 가렴.
2020.10.05.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선생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