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왔지만,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방향이 생기자, 삶이 선명해졌다

by 인생이란

처음엔 괜찮은 줄 알았다.

다시 잘할 수 있었으니까.



다른 회사의 HR로 복귀한 지 몇 달이 지났고,
익숙한 성격의 업무 덕에 다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새 회사에서 새로운 동료들도 생기기 시작했고
‘인사 그 자체 대리님’이라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와닿았던 건
예전처럼 막히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느낌,
다시 능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실감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전부일까?”
“이렇게 다시 살아가는 게 맞는 걸까?”


겉으론 회복해 가는 듯 보였지만,
내 안은 여전히 어딘가 정리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나는 다시 나다운 자리로 돌아온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익숙함이지, 확신은 아니었다.


생각해 보면 그 시기는 불안정한 회복기였다.
일상은 안정됐지만, 마음은 떠 있었다.
글로는 정리되지 않는 초조함.
아무리 써도, 마음 한편은 계속 어딘가 흔들리고 있었다.
주변 친구들이 무언가를 시도하고 실행하는 모습을 보기만 하면서
나는 생각만 하다가 두어 달을 흘려보냈다.


회복이란 말로 포장했지만, 사실은 멈춰 있던 시간.
나는 깨닫게 되었다.
생각만으론, 결국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했다.
출근 전 1시간, 혹은 주말 몇 시간을 쪼개어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무너졌던 감정을 문장으로 꺼내고,
마음속 혼란을 구조화했다.


처음엔 그저 일기 같았지만,
점점 내 생각과 관점을 보여주는 글쓰기가 되었다.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개념도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혀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GPT와의 대화, Notion, Google Apps Script 같은 도구들을 조금씩 익혀가기 시작했다.
HR 업무를 더 잘하기 위해서보다도
내가 일하는 방식 자체를 다시 정의해가고 싶었다.
그래서 GPT와 매일 대화하며 흐트러진 감정을 구조화해 보고,
Notion으로 글, 감정, 업무 아이디어는 물론,
일상 속 테니스 피드백까지 정리하며
내가 생각하고 일하는 방식을 조금씩 다듬어가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다시 일하고 있었지만, 이번엔 다르다.
이제 나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정한 방향 위에 서 있다.


이전의 나는 시스템 안에 들어가 적응하려 애썼다면,
지금의 나는 그 시스템을 이해하고, 바꾸고, 설계하려 하고 있다.
나는 더 이상 '운영자'가 아니라, '설계자'가 되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 변화의 흔적은
내가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말에서도 느껴졌다.


“그때 참 잘했었는데, 그냥 그 자리에서 한 우물만 팠으면
지금쯤 회사 꽉 잡고 있을 텐데 아쉽다.”

그 말은 분명, 내가 예전 자리에서 인정받고 있었다는 증거였다.


나도 가끔 마음이 흔들리곤 했다.

안정된 자리에서 계속 쌓아갔더라면 어땠을까.

하지만 도전하지 않았다면,

내 안의 갈망과 두려움은 지금도 나를 좀먹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 자리에 머무는 대신,

불확실한 길을 선택했다.

사업팀 시절은 정말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시간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버티고, 정리하고, 다시 세우는 과정을 거치며

이제는 그때보다 더 나다운 방식으로

나를 확장해가고 있다는 확신이 생기고 있다.


지금 나는 새 회사의 5개월 차 HR담당자이다.
조용하지만 천천히 자리 잡아가는 중이다.
그리고 예전의 나보다 훨씬 성숙해진 나로 살아가고 있다.




작게 쓰고, 조금씩 자동화하고, 하나씩 연결하면서
다시 내 삶을 설계하고 있다.


이건 단지 감정의 회복이 아니라,
역량의 재설계이자 방향의 명확화라고 생각한다.


지금 나는 여전히 HR을 하고 있지만,
데이터와 도구로 문제를 해석하고
스스로 방향을 설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몰입의 회복은, 방향을 찾는 일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나는,
GPT와의 대화를 통해 감정을 구조화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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