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망가뜨린 구조에서 벗어나, 나다움을 찾아가기까지
“다시 나를 믿어도 될까?”
그때의 나는, 몰입의 방향 같은 걸 고민할 상태가 아니었다.
일단 그 상황에서 어떻게든 빠져나와야 했고 그나마 할 줄 아는 인사 업무로 돌아가는 것만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 선택이 맞을지 확신은 없었지만 무기력한 시간을 끝내기 위해선
다시 익숙한 자리를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믿게 되었다.
하지만 돌아간다고 해서 모든 게 회복되는 건 아니었다.
회복보다 먼저 찾아온 건
"다시 나를 믿어도 될까?" 하는 조심스러운 질문이었다.
그리고 그 질문은 곧 더 근본적인 물음으로 바뀌어갔다.
“나는 어떤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일까?”
돌이켜 보면
그 시기 내 안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자신감의 붕괴"였다.
이전까진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면 된다"라고 믿었다.
성과를 내고, 인정받고, 좋은 관계 안에서 일해왔으니까.
나는 그런 환경에 익숙했고, 그 안에 있을 때 가장 나답게 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사업부서로 옮긴 뒤,
그동안 익숙했던 방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열심히 하는데도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고
그만큼 했으면 보람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하루를 끝내고도 남는 건 허탈함과 불안함뿐이었다.
처음엔 단순히 환경이 낯설어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분명해졌다.
어떻게든 해내고는 있었지만, 확신은 점점 옅어지고 있었다.
"계속 이렇게 버티는 게 정말 맞는 걸까?"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자기 의심이 깊어질수록, 존재감은 흐려져갔다.
반면, 그 부서에서 오래 일해온 사람들은 달랐다.
일 안에서 나를 증명하고 싶어 했던 나와 달리,
그들은 일을 그저 '일'로 받아들였다.
업무가 끝나면 스위치를 끄듯,
가정이나 자기 삶에 집중하며 자신을 회복시켰다.
일에서 정체성을 찾으려 하기보단,
일을 삶의 한 부분으로만 두고 거리를 유지하는 방식이었다.
그 방식은 합리적이었고, 실제로 그들에게 잘 맞았다.
하지만 나에게 일은 단순한 생계 수단이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었다.
일은 나를 완성해 가는 것이고, 나를 성장시켜 주는 것이라 믿었다.
그렇기에 조직의 목적 속에서 내가 맡은 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해할 수 있고,
그 안에서 나의 역할과 기여가 분명할수록
나는 더 오래, 더 깊이 몰입할 수 있었다.
“내가 하는 일이 조직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그 안에서 나의 기여가 어떤 방향성을 갖는지”
그게 설명되는 구조 속에서 힘을 내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때의 환경은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구조는 닫혀 있었고, 설명은 없었고,
사람은 방치되어 있었다.
그 안에서 나는 점점 방향을 잃고
스스로를 갉아먹는 기분에 시달리게 되었다.
주말 아침, 출근해 회사 주차장에 도착했지만
도저히 사무실로 올라갈 수 없어 차 안에서 혼자 울었던 날도 있었다.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마음 한편에 그대로 남아있다.
생각이 날 때마다, 울컥하는 감정이 먼저 올라온다.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던 시간.
마치 내가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처럼, 방향 없이 흔들리는 사람처럼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든 시간이었다.
나는 조금씩 알게 됐다.
내게 필요한 건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스스로를 억누르지 않아도 괜찮은 구조였다는 것을.
내가 하는 일이 조직의 방향과 연결돼 있다는 감각,
내가 조직에 기여하고 있다는 실감.
그걸 느끼는 순간, 나는 다시 활력 넘치게 일할 수 있었다.
새로운 직장에서 몇 달을 보내고서야,
그 생각이 조금씩 분명해지기 시작했다.
거창한 결심으로 시작한 건 아니었다.
출근 전 1~2시간 정도, 또는 주말에
지나온 시간들을 일기가 아닌 브런치용 글로 정리해 보기 시작했다.
생각을 붙잡고, 감정을 구조화하고,
무너진 자존감 위에 다시 나를 세워보기 위한 시도들.
사업팀에서의 시간은
내가 일하는 방식과 조직이 돌아가는 방식 사이의 간극을
처음으로 실감한 시간이었다.
그 경험을 꺼내어 글로 마주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나는 다시 일의 방향성과 나다운 몰입 방식을 함께 찾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그 감정을 따라가다 보니
내가 몰랐던 나의 가능성들이 조금씩 열려가기 시작했다.
아직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지만,
다시 제대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조심스럽게.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 이 글이 닿기를 바랍니다.
응원의 마음은 좋아요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