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답변 하나가, 우리가 가르치지 못한 것을 드러냈다.
입사한 지 1년 된 직원에게
퇴직연금 자산운용사 선택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다.
돌아온 답은 사내 메신저였다.
“안녕하세요! **팀 ㅁㅁㅁ입니다!
퇴직연금 가입기관 미증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메일로 정중히 요청했고,
그는 사내 메신저로 답했다.
그리고 ‘미래에셋증권’을 ‘미증’이라 줄였다.
그 순간, 멈칫했다.
개인의 문제일까, 조직의 문제일까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메일로 온 요청을 메신저로 툭 답하는 건 공식적이지 않아 보였고,
기관명을 줄여 쓰는 것도 가벼워 보였다.
업무 커뮤니케이션에서 이런 작은 원칙들이 신뢰를 만든다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곧 생각이 달라졌다.
과연 이게 그 직원만의 문제일까?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이 채워주지 못한 공백일지도 모른다.
직장인은 알아야 한다?
아니다, 알려줘야 한다.
많은 기업이 신입사원에게
“그건 다 아는거지?”라는 전제를 깔아 둔다.
메일로 온 요청은 메일로 답하는 것,
공식 명칭은 줄이지 않는 것…
이런 것들이 ‘당연한 기본’으로 여겨지지만,
누가, 언제, 어떻게 알려줬을까?
대부분은 경험으로 깨닫거나,
운 좋으면 멘토에게 배우고,
운 나쁘면 눈치 속에서 스스로 터득한다.
우리 모두 그 시절, 그렇게 배우며 컸다.
그런 실수는, 언제든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다.
HR의 시선으로 본 온보딩의 빈틈
나는 그날, 작은 의문을 가졌다.
- 누가 그에게 “메일엔 메일로 회신하라”는 기준을 알려줬을까?
- ‘미증’이라는 표현이 내부 대화에선 가볍게 쓰여도, 대외 창구나 인사팀 답변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을까?
그건 단순히 한 직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조직이 미리 알려주지 못한 작은 원칙들,
그리고 그 실수를 반복하게 만드는 구조의 문제였다.
작은 가이드 만들기
그날 이후, 조용히 정리해 보기 시작했다.
메일 회신 방식, 공식 명칭 표기,
메일과 메신저를 구분해야 하는 상황들…
‘몰라서 실수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메모장에 적었다.
아직은 내 개인 노트에 머물러 있지만,
언젠가 이걸 정리해 팀 후배들에게 먼저 건네볼 수 있기를.
작은 실천이 쌓여 조직의 문화가 되니까.
단순한 매뉴얼이 아니라,
‘왜 그런 기준이 필요한지’ 배경까지 담긴 가이드로 남기고 싶다.
HR이라면, 누군가의 실수를 계기로
시스템을 조금씩 더 낫게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미증'이라는 한 줄 메신저 답변은
신입의 무심함보다 조직의 무관심을 더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누군가에게는 처음 겪는 일이었고, 조직은 그 처음을 너무 당연하게 여겼다.
여러분 조직에서는 이런 경우 어떻게 다루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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