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회사, 조용히 나를 바꿨다

고요한 조직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by 인생이란

처음엔 불만이었다.

회사는 이상할 만큼 조용했고, 팀장은 휴직으로 없었다.

누군가가 “이렇게 해보라”는 말 한마디 없이, 시간만 주어졌다.


출근 첫날부터 스스로 일을 찾아야 했고,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지도 감이 없었다.

인사담당자로 뽑혔지만, 조직에 뿌리내릴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3개월을 버텼다.

매일 아침 여의도 9호선 급행을 타며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힘든 출근길을 견디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건 뭘까?’

어느 순간은 진심으로, 그냥 그만둘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나자 ‘이상함’이 ‘자유’로 바뀌었다.


업무를 빠르게 마치고 남는 시간엔,

회사 제도를 더 좋게 만들 아이디어를 떠올리거나

그냥 조용히 앉아 내 커리어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직속상사는 부문장이라 사소한 일엔 개입하지 않는다.

그만큼 나는,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방식으로 일하게 됐다.

자율성은 나에게 ‘생각할 시간’을 줬고,

그건 생각보다 괜찮은 선물이 되었다.


회사 인사제도를 어디까지 고도화할 것인지,

어느 지점에서 멈추고 나를 위한 학습과 성장에 시간을 쓸 것인지—

이런 고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더 멀리 보게 됐다.


HR 경력이 어느덧 10년에 가까워졌다.

이 길을 더 깊게 파야 할지, 아니면

요즘 부쩍 관심이 커진 AI나 스타트업 쪽으로 걸음을 넓혀야 할지.

내 기반을 바탕으로, 어느 쪽이든 단단하게 나아가 보자는 것이 지금의 결론이다.


그 사이, 크고 작은 성과들도 생겼다.

링크드인에 올린 글 하나가 6만 회 넘게 읽히기도 했고,

그걸 계기로 내 이야기에 공감해 주는 분들도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겐 별일 아닐지 몰라도, 나에게는 충분히 ‘불쏘시개’가 되었다.


조용한 회사에서, 나는 조용히 단단해지고 있다.

누군가 알려준 방향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만들어가는 길이 있다는 걸, 이곳에서 알게 됐다.




지금 비슷한 길 위에 계시다면,

이 글이 작은 쉼표나 힌트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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