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제도 개편안을 처음으로 꺼내놓기까지
작년 12월 중순부터 마음 한 켠에 부담이 하나 있었다.
‘승진제도 개편’.
작년 4월에 첫 입사한 지금 회사.
규모는 크지 않지만 대기업 계열사였기에, 그래도 나름 체계가 있는 편이다.
그런데 인사 쪽은 생각보다 짜임새 있지 않았다.
특히 승진제도는 직위별 최소 근무연한만 있을 뿐, 그 외에는 거의 정해진 게 없는 상태.
2025년 연말 승진 작업을 하면서 논란이 된 부분이 꽤 있었고,
그 결과 대표님이 직접 지시하셨다.
“2026년엔 우수 인력 키핑을 위한 승진제도 개편을 하자.”
그날 이후로,
‘승진제도’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연말 예산, 연초 결산. 이것저것 핑계를 대며 미뤄왔다.
솔직히 말하면, 바빠서이기도 했지만 부담스러웠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승진제도를 손대기 어려웠던 이유는 분명했다.
완벽한 정답이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도에 입사한 경력직은 어떻게 볼 것인지,
저성과자는 어떤 기준으로 누락시킬 것인지,
그들에게 재도전의 기회는 어디까지 열어줄 것인지,
승진 포인트를 만든다면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인사위원회의 권한은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기존에 회사에서 운영해 온 온도도 고려해야 했고,
논리적 결점은 없어야 했으며,
반론이 나왔을 때의 대응 논리까지 갖춰야 했다.
그래서 쉽게 시작이 안 됐다.
그러다 생각을 바꿨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들 수는 없으니,빠르게 초안을 만들어서 상급자들과 논의하며 고쳐나가자.”
다행히 AI의 도움도 있지 않은가.
내가 회사 분위기에 맞춰 가설을 세우고 구조를 잡으면,
AI는 논리적 허점이 있는지를 점검해 줄 수 있었다.
다만 유의해야 하는 한 가지는
이걸 전부 AI에게 맡기면 안 된다는 것.
판단과 책임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인간의 주관이 반드시 개입해야 한다.
AI는 질문이 뭐가 됐든, 있어 보이게 헛소리를 할 수 있으므로...
3~4일간 고민한 끝에 나름의 초안을 만들었고,
팀장에게 보고했다.
얼마나 후련하던지.
사회 초년생 시절엔 생각조차 못 했던 일이다.
한 조직의 승진제도를
내가 직접 고민하고, 구조를 짜고, 제안한다는 게.
뿌듯하기도 했고,
연차가 쌓이니 이런 순간도 오는구나 싶어
조금은 신기하기도 했다.
이 제도가 그대로 반영될지,
어떻게 수정되어 갈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확실한 건 미뤄두던 숙제를 하나 쳐냈다는 느낌이다.
지금의 이 기분을 남기고 싶어, 이 글을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