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숫자는 너무 차갑고, 나는 너무 뜨거웠습니다.
혹시 한 통의 편지나 고지서가 당신의 숨을 멈추게 만들었던 적 있으신가요? 저는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우편함을 열었는데, 그 안에 두툼한 등기 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어요. 무심코 뜯어봤는데, “8,700만 원”이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순간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아버지는 2003년에 주민등록이 말소되었는데, 노숙인 쉼터에서 살다가 주민등록을 복구한 순간 금융 채권 업체에서 보낸 우편이었어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생긴 빚이 저에게 상속되어 넘어온 거였죠.
아무런 준비도, 아무런 예상도 없이 그 빚은 조용히, 그러나 무섭게 제 삶에 파고들었습니다. 하루아침에 저는 채무자가 되었습니다.
밤마다 가슴이 조여왔습니다. 숨이 쉬어지지 않을 만큼 답답할 때도 있었어요. ‘이걸 어떻게 갚지? 도망가야 하나? 나, 진짜 끝난 걸까?’
솔직히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이건 내 잘못이 아니잖아. 그렇다고 외면할 수도 없잖아.”
그래서 저는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서울시 금융복지상담센터를 찾아가 상담을 받고, 파산과 면책 절차를 밟기 시작했어요. 수십 장의 서류를 하나씩 준비하고, 아버지의 통장 내역과 필요한 서류들을 제출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서울시의 도움은 정말 고마웠어요. 아버지가 기초수급자였기 때문에 변호사 비용과 절차를 무료로 지원받을 수 있었거든요. 그런 지원 덕분에 부담과 걱정을 덜 수 있었어요.
그때 저는 이런 생각을 했어요. “나라는 국민이 어려울 때 최소한의 도움과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줘야 한다.” 우리나라와 서울시 정책에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아버지의 빚 앞에선 누구든 작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숫자는 차갑고 냉정하지만, 우리는 감정적이고 따뜻한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그 힘든 싸움 속에서 조금씩 스스로를 믿기 시작했어요. ‘그래, 이 정도면 정말 잘 버텼다. 그러니까 여기까지 온 거겠지.’
결국 몇 개월의 긴 과정을 거쳐 부채 면책 결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날 법원에서 받은 서류를 손에 쥐고, 조용한 카페 구석에 앉아 혼자 펑펑 울었습니다. 눈물은 기쁨보다도 ‘살았다’는 안도감이었어요.
혹시 당신도 경제적인 문제로, 빚이라는 단어 하나로 잠 못 이루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건 당신의 가치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돈은 수치일 뿐입니다. 당신의 마음, 당신의 성실함, 당신이 매일 살아내는 그 무게는 그 어떤 숫자로도 매길 수 없어요.
지금 당신이 견디고 있는 고통은 언젠가 누군가에게 ‘버틸 수 있는 용기’로 전해질 거예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그러니 오늘 하루도 잘 견뎌낸 당신께 이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정말 잘하고 계세요. 그리고 반드시 이겨낼 수 있어요.”
부채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포기해버리면, 진짜로 모든 게 끝나버릴 수도 있어요. 그러니 절대 스스로를 포기하지 마세요.
당신은 숫자보다 훨씬 더 소중한 사람입니다.
삶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TIP 5가지
문제를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마주하세요. 문제와 마주할 때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어요.
혼자 짊어지지 마세요. 금융 복지 상담센터 등 주변의 공적 지원기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세요.
서류나 절차 앞에서 두려워하지 마세요. 천천히, 하나씩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면 됩니다.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표현하세요. 때로는 울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새로운 힘이 생깁니다.
당신의 가치는 빚이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정의되지 않습니다. 언제나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