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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Mar 24. 2016

통제를 벗어나

제러미 리프킨의 ‘공감의 시대’를 읽다가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다.



‘선사시대의 채집, 수렵 문화와 심지어 농경사회에서도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그다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죽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요즘 사람들처럼 죽음을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중략) 고대인들은 시간을 주기적인 것으로 인색했다. 시간의 경과는 계절이 바뀌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마다 다시 같은 방식으로 모든 일이 전개되는 계절처럼, 자신의 삶도 같은 방식으로 돌고 돈다고 생각했다.’ – 공감의 시대 中



어떻게 그때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을까? 그것만으로 그들이 부러웠다. 그리고 삶 자체도 많은 두려움 없이 단순했을 것 같다. 난 생각 끝에 나름의 답을 찾았다. 그 당시 사람들은 자연적인 것을 매우 크게 인식하고 자신을 자연의 한 부분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자신의 생존과 관련된 사냥, 채집, 농사 전에 항상 신에게 제사를 지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을 섬기고 미신을 믿었다. 분명한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저 거대한 자연과 경이로운 운명에 따르는 겸손하고 순응적인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러다 인류는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자연 현상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아도 생존 할 수 있게 되었다. 자의식도 성장했다. 생명도 더 연장할 수 있게 되었다.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신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합리적이 되었다. 신이나 운명 따위는 없다고, 내 인생은 내가 개척하는 거라고 믿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다 좋은데 그런 합리적인 배경 속에서 사람들의 정서적인 문제가 심해졌다.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는데도 사람들의 불안, 두려움은 점점 더 심해져 갔다. 수명은 100살 넘게까지 연장되었지만 평생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산다. 죽음뿐만 아니라 삶의 사소한 부분에서도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왜 그런 것일까? 나는 그 이유가 사람들의 통제력이 늘어감에 따라 재산이나 생명 등에 대한 욕심이 커지고, 그 모든 것에 다 신경을 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선사시대에는 자신과 가까운 가족의 생존 이외에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인간의 통제력이 늘어감에 따라 자신의 운명과 타인의 삶에도 구체적인 통제를 행사하려고 한다. 심지어 자식의 수학 미분 방식이나 직장 동료의 애인, 애완 동물의 친구까지도 다 통제하려고 한다. 그러니 모든 일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선사시대에는 죽음과 사냥을 비롯하여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일이 많았다. 최소한 심리적으로는 매우 평화로운 삶을 살았다. 어차피 내가 신경 쓴다고 해결될 일이 하나도 없으니깐 외부적인 것에 관심을 다 끊었다. 모든 골치 아픈 일들은 나를 뛰어넘는 존재가 알아서 한다. 나를 이런 류의 무책임은 참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제부터라도 사람들이 자연과 우주에 겸허한 마음을 가지고 신을 진실로 믿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그렇게 잘난 척을 하면서 지금까지 살았지만 삶의 심오한 부분은 하나도 극복하지 못했고, 심해나 우주의 공간은 1퍼센트도 인지하지 못했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가족의 불행도 무력하게 지켜보아야만 했다. 우리는 누구의 삶도 구원하지 못했다. 우리는 결국 자연을 벗어날 수 없으며 아무것도 감히 예측할 수 없다.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이 있는데, 우리는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자기의 행동 말고는 아무것도 통제한 적도 없었다. 놀라웠던 과학 때문에 그저 모든 것을 다 통제할 수 있다는 일종의 착시현상에 속에 산 것이다. 이제는 그런 과학도 시들해져 간다. 나는 우리가 우리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다시 선사시대의 마인드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1퍼센트라도 자신의 운명이나 주위의 모든 것들을 통제하려는 습관을 버린다면 무한한 평화로움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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