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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Oct 02. 2016

역기능적 인지도식

우리는 왜 항상 나쁜 쪽으로만 생각할까? 우리가 너무 나쁜 뉴스들만 봐서 그런 건 아닐까? 내가 아는 한 여성은 서울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에 우리나라가 무서워서 진심으로 이민가려고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착한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 뉴스는 왜 나쁜 1%의 케이스를 확대해서 보여줘서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것일까?


나는 공황이 심한 사람들은 뉴스를 안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포털사이트도 인터넷 첫 화면으로 설정하면 안 좋다. 거기에 뉴스가 많이 뜨기 때문이다. 요즘 뉴스를 보면 매일 유래 없는 테러와 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물론 그것들이 사실에 근거한 것이겠지만 어떤 형상의 심각성을 지나치게 강요하는 느낌도 분명히 있다.


9.11 테러가 일어났을 때도 뉴스에서 왜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을 자세히 알려주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지구가 멸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친절히 알려주기 위함인가? 뉴스는 부정적 사실을 더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해서 보는 이로 하여금 불안을 더 증가시키도록 한다.


‘역기능적 인지도식’이란 말이 있다. 노이로제 환자가 자신에게 일어난 일 중 10가지 사실 중 9가지가 긍정적이어도 굳이 한 가지 부정적인 사실에 더 집착하다는 내용이었다. 이건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인 것 같다.


예전에 어떤 옷 대리점에 우연히 갔다가 청자켓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싸이즈 95, 100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했는데 95는 좀 타이트 한 거 같고 100은 좀 헐렁한 것 같아서 고민이 많이 되었다.



결국 100을 사고 집으로 가는 길에 진짜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옷이 너무 크면 어쩌지? 좀 비싸게 주고 샀는데.. 집에 있는 옷이랑 안 어울리면 안 될 텐데..’ 하는 생각들로 진짜 괴로웠다.


근데 갑자기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 분명히 아까 옷을 사러 가기 전까지는 기분이 좋았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기분이 안 좋아졌지? 난 원하는 것을 분명히 얻었는데 말이다. 정말 긍정적인 생각 1%도 없이 고민만 하다가 시간 다 보내고 있는 거 같았다. 어떻게 보면 좋은 쪽으로도 생각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가령 옷이 너무 잘 맞아서 완전 어울릴 수도 있지 않을까? 게다가 옷이 안 맞아서 다시 바꾸는 건 어렵지도 않고, 집에 있는 옷이랑 잘 맞든 안 맞든 내게 새 옷이 생긴 것 자체가 좋은 일 아닌가?


나는 어릴 때부터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심했다. 그땐 콤플렉스를 느꼈던 부위도 참 다양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그저 앳되고 심각할 건 하나도 없었지만, 그 당시 왜소한 몸, 여드름이 자주 났던 피부, 작은 키, 반곱슬 머리에서부터 목이나 발목, 손 등의 점까지 너무 사소해서 언급하기도 웃긴 것들이 많았다.


또 어찌나 그것들에 집착을 했는지, 아침에 발견한 여드름 하나 때문에 하루 종일 신경이 쓰였던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 그 여드름이 없어지고도 그 다음 날이 되면 또 다른 콤플렉스로 고민하였다.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도, 아마 난 낭떠러지 위에서도 여드름을 쥐어짜면 울상을 짓고 있었을 것이다. 이것은 나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항상 남들보다 불리한 점들만 의식하여 그것을 더 증폭시키고 심각한 수준으로 격상시키면서 살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조금 틔어 나온 삶의 불리한 점을 억지로 끄집어 내고 아예 없는 단점을 기어이 만들어서라도 고민을 계속 하고 싶은 모양이다.


한 가지가 해결되어도 계속 이어지는 콤플렉스처럼 우리들에게 불리한 것들은 항상 산재해 있는 것 같다. 또한 자신에게 감사하고 유리한 것들도 손을 뻗으면 항상 있을 것이다. 어떤 것을 집을 지는 우리의 선택이 아니겠는가?


나는 이런 ‘역기능적인지도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삶에서 긍정적인 것을 찾아서 ‘적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사선생님도 말씀하셨다. ‘기록만이 살길’이라고. 나는 요즘도 사람들을 만나면 수첩 선물을 자주 한다. 뭐라도 적으라고 주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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