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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Oct 02. 2016

핵심믿음

인지행동치료에서는 소크라테스의 반문법을 활용한다. 고대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진리를 찾기 위해 사람들에게 항상 ‘왜’ 그런 생각을 하느냐?고 물었다. 인지행동치료에서도 역기능적 사고 기록지 적을 때 ‘왜’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내가 하는 생각이 그렇게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우리는 변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내가 고속도로 한 복판에 있는 상상을 하면 죽을 것 같다고 말을 하자 그 사람이 내게 "난 이해를 못하겠다. 그게 뭐가 무섭냐? 난오히려 재미있을 것 같은데?" 라고 말하였다.


그 당시에는 내가 역기능적 사고 기록지를 적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가진 생각들에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던 때였다. 스스로를 분석해보니 나는 무의식적으로 폐쇄된 공간에 있는 것이 당연히 내게 위험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단순히 어떤 공간에 갇힌 것만으로는 위험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사실을 깨닫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가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단순히 어릴 적에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마루타 영상(가스실에 갇힌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죽는 장면)을 보고 겁을 먹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심리학자 왓슨은 한 어린 아이에게 흰 쥐를 보여주면서 요란한 징소리를 내어 아이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이 과정을 단지 7,8회 반복하는 것으로 아이는 흰쥐 공포증 환자가 되었다.


내 경험이나 위의 실험에서의 갇힌 공간이나 흰쥐 자체가 위험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이 어릴 적에, 혹은 자라면서 잘못된 논리적 상관관계로 인해 잘못된 믿음이 형성되어서 그렇게 두려움이 생긴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이 한번도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근본적인 믿음을 심리학에서는 '핵심믿음'이라고 한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잘못된 핵심믿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아는 한 여성은 연애를 할 때 남자들에게 의심이 많고 질투를 많이 하였다. 그런 습관 때문에 본인도 힘들어 하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과거에 사귀던 두 남자가 있었는데, 그녀가 그들에게 신경을 쓰고 있지 않을 때 그들이 그녀를 떠났다고 한다. 그 사건이 그녀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


그 이후로 그녀는 남자를 사귈 때는 계속해서 문자를 보내고 귀찮게 한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남자들도 그 행동을 좋아할 것이라고 믿었다. 내가 봤을 땐 이것도 보편적인 믿음은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연애 경험 몇 번만으로 잘못된 믿음(남자들은 원래 자기들을 신경써주는 것을 좋아한다.) 쉽게 형성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자기 자신의 트라우마와 관련된 몇 가지의 팩트만으로 쉽게 잘못된 믿음을 형성하고 그것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그 잘못된 믿음이 오래 지속되면 핵심믿음이 되는 것이다.



'이런 핵심믿음이 잘못된 생각이구나! 남들은 전혀 나와 같이 생각하지 않는구나!'를 깨닫는 것은 무척 힘든들이다. 잘못된 핵심믿음을 처음 깨달았을 때는 머리를 한대 맞은 것과 같은 큰 혼란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내 생각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단 사실을 깨닫게 되면, 내 마음으로 말고 그냥 내 머리로라도, 그때부터는 인생에서 새로운 도전 과제가 생기게 된다.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당연한 믿음들에 의심을 항상 가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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