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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Oct 02. 2016

역기능적 사고기록지가 중요한 이유

내가 보기에 우리 대부분은 불안, 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세균처럼 자신의 발끝까지 포진돼 있는데도 그저 방관만 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인지행동치료를 받으면서 우울, 불안,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에는 어떤 ‘생각’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의 정체는 조금만 노력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자고 일어났는데 뭔지는 모르지만 기분이 매우 다운 되었을 때 ‘왜 기분이 안 좋지?’ 잠시만 생각하면 그 이유는 분명히 나온다.


자세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오늘 3년 만에 치과에 가는 날인데 통증이 너무 심하면 어쩌지?’ 내지 ‘어제 밤에 내가 투자한 회사의 주식이 떨어졌던데.. 내 자산 다 날아가면 어떡하지?’ 이런 다소 과장된 걱정들이 숨어있다. ‘치과가면 어차피 마취하기 때문에 고통도 별로 없을 것이다. 그리고 주식 조금 떨어졌다고 내 자산이 한 번에 날아가진 않는다!’ 이렇게 우리는 그 자동적 사고들을 손쉽게 찾아내 고칠 수 있다. 그러면 한결 기분이 나아진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노력을 잘 하지 않는다. 그냥 우울하면 우울한 채로, 불안하면 불안한 채로 자신을 무책임하게 내팽개치는 것이다.

심리학자 ‘아론 벡’은 어린 시절 팔이 부러져 감염된 것이 패혈증으로 치명적 상태까지 진전된 경험이 있는데 이로 인해 불안 증세와 공포증을 지니게 되었고 자주 학교에 결석하게 되었다. 이런 일들이 벡 자신을 무능하고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신념을 갖게 만들었다. 게다가 1학년에서의 유급 경험으로 자신이 멍청하다는 생각이 더 확고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무기력하게 자신의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방관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어리석고 무능한 사람이라는 신념, 자신의 건강이 악화돼 곧 죽을 것이라는 신념에 지속적으로 ‘이에 일치하지 않은 증거’들을 내세워 강하게 반박하였다. 그 결과 그는 극심한 불안과 우울을 극복하고 밝은 정서로 또래보다 1년 먼저 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그는 이런 자신의 경험을 응용시켜 ‘인지치료’를 창시하였다.



이렇게 매일 자신의 부정적인 생각을 찾아내어 수정하다 보면 우리는 단순히 불안장애나 우울증의 치료뿐만 아니라 알 수 없는 행복감이 불쑥 자신에게 찾아 드는 것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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