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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Oct 02. 2016

굳이 공황과 싸우려 하지 마라

머리 흔들기, 숨 멈추기, 제자리 돌기, 빨대로 호흡하기 등은 그냥 고통스럽기만 하고 실제로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지 의심스러웠다. 커피나 술을 억지로 마시는 노력이 공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까? 나는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지만 공황이 완전히 나은 지금 커피나 술을 예전보다 잘 마실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억지로 비행기를 타거나 사람이 복잡한 장소에 가는 등의 행동으로 광장공포를 극복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내가 어떤 장소를 두려워하는 것도 하나의 증상일 뿐이고, 그 증상은 내가 가진 어떤 문제가 해결되면 저절로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증상과 직접적으로 싸우려고 하면 우리만 더 초췌해진다고 생각한다.


원래 우리의 모든 감정은 심각할 땐 심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쉽게 사라진다.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한때는 죽도록 좋아했던 사람도 몇 년 뒤 보면 자기가 그녀를 왜 그렇게 사랑했는지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다.


사랑은 상황에 맞게 조작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의식적으로 아빠와 애착이 있는 여성은 소개팅에서 만난 나쁜 성향의 남자에게 사랑을 느낀다. 혹은 부모와 갈등이 깊으면 반동형성으로 부모와 정 반대 성향의 이성에게 끌리기도 한다. 우리가 실연을 당하면 그 상처를 치료해준 사람에게 빠르게 끌린다.


이런 사랑이 진짜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런 사랑은 부모와의 갈등이 소멸하거나, 내가 안정적인 직업을 갖거나, 자기 마음의 생채기가 끝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그때는 심각했더라도 말이다. 사랑에 심각하게 빠진 상태에서 그 사랑을 억지로 밀어낼 필요가 없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거나 상황이 바뀌면 저절로 그 감정은 사라질 테니 말이다.


공포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공황이 심각했을 때는 참 사소한 것들에게도 감정기복이 심했다. 가령 날씨가 안 좋으면 내 기분도 우울하고 불안했다. 일주일간의 일기예보를 아침마다 강박적으로 보던 때도 있었다. 불안이 쉽게 생성되고 내 삶에 빠르게 전이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너무 둔감할 정도로 날씨를 안 보고 산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좋다.


이렇게 내 상황이 바뀌니깐 그 심각했던 감정들도 쉽게 사라졌다. 원래 ‘손을 자주 씻어야한다’는 강박이 있는 사람도 자기 내적 갈등이 해결되는 한 순간에 그 증상이 말끔히 사라지기도 한다. 그 당시의 그 우울, 두려움이 정말 미칠 듯이 우리를 괴롭혔더라도,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기억상실증 환자처럼 모든 감정, 증상을 쉽게 잊어버린다.



우리는 나쁜 감정 혹은 그 당시의 생각들에 너무 절망할 필요가 없다. 그 당시의 감정이나 생각으로는 그것이 무한대로 심각할 수 있지만, 내 상황이 조금만 긍정적으로 바뀌면, 내 일에 만족하고 자립적인 힘이 생기면 두려움이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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