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이 주는 작은 위로
인지행동치료 집단프로그램에서 만난 사람과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A양 : 그러고 보니 내가 공황장애를 겪으면서 한 가지 도움이 된 것이 있어.
참새 : 매일 매일이 공포인데 좋은 게 뭐가 있겠어요?
A양 : 내가 공황장애를 앓기 전에는 지독한 우울증이 있었거든. 근데 공황장애가 찾아온 뒤로는 우울증이 깨끗이 없어졌어. 신기하지?
참새 : 그게 왜 그럴까요?
A양 : 우울증을 신경 쓸 힘이 남아 있지 않아서 인 것 같아. 당장 죽을 지도 모르는 공포와 싸워야 하는데 우울한 마음 따위에 신경 쓸 겨를이 있겠어?
공황을 오래 겪어본 사람은 안다. 공황이 약해지면 우울증이 찾아오고, 공황이 심해질 때는 확실히 우울증이 사라진다. 원래 우울증이 공황보다 강렬하지는 않지만 지속적이고 서서히 내 정신을 오염시키는, 어떤 면에서 보면 공황보다 더 무서운 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