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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Oct 02. 2016

힘들었던 공무원 시험 준비

학교에 복학하고 실컷 놀다가 졸업할 때가 다 되어서 공무원 공부를 조금씩 시작 하였다. 내가 공무원 시험 준비할 때도 공황이 가끔씩 왔다. 난 사실 그때 공부를 마음껏 하고 싶었다. 아무 생각 없이 공부만 해서 남들이 다 똑똑하다고 인정해주는 공무원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공부에만 몰입하는 다른 친구들이 진심 부러웠다. 그런데 나는 공부에 집중만 하려고 하면 공황이 어김없이 찾아오니 정말 미칠 노릇이었다. 나는 항상 공황이 올까봐 긴장을 하면서 공부를 했다. 내 의식은 ‘합격’에만 머물지 않고, 이 순간 내 마음이 평화로워야한다는 강박으로 깨어 있었다.



공황이 오면 정말 짜증나게도 1~2일 정도는 공부를 전혀 할 수가 없었다. 경쟁자들은 독서실에서 하루에 14시간씩 공부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공황때문에 내 마음에 안정을 우선 취해야 했다. 공원을 천천히 산책했으며, 남들은 잘 가지 않는 고요한 길에 머물며 평화로운 생각을 하려고 애썼다. 친구를 불러 가까운 바닷가를 가거나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 밥 먹기도 하였다. 그렇게 현재를 느끼고 나서야 그 다음날 공황 없이 공부를 할 수가 있었다.



 나는 공무원 시험 합격(1번)을 위해 억지로 하루에 시간을 정해서 산책을 하거나 명상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 공부도 할 수 있고, 갑자기 치고 오는 공황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공부를 많이 할 수가 없다.  



그래도 나는 내가 공무원을 1년 만에 합격할 줄 알았다. 난 공황이 오기 전에 공부도 잘했었고 웬만한 자격증 시험도 한번에 바로 붙었기에 이것도 그런 줄 알았다. 나는 저녁 8시가 되면 공부 마무리 하고 집에 가서 쉬었다. 사실 오랫동안 책상에 앉아 있을 인내력도 없었지만, 공부를 너무 많이 하면 공황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나는 당시에는 공부를 오래하면 공황이 오는 이유를 몰랐다.)


공무원 시험은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이전까지 봤던 시험과는 달랐다. 시험 범위도 걷잡을 수 없었고 난이도 자체도 높았다. 나는 이론 중심으로 공부했지만 그런 원론적인 것도 다 필요 없었다. 그냥 블랙홀 같이 변칙적인 문제들이 별처럼 쏟아지고 어떻게든 그것을 맞히는 자가 승리를 하는 것이었다. 이런 게임에서는 공부는 못해도 그냥 책상에 오래 앉아있었던 사람들이 빛을 보게 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어려운 공무원 시험 문제를 맞히는 사람을 동경하지만 사실은 답을 맞히는 사람도 그것을 알고 푸는 것이 아니다. 그 특유의 ‘촉’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수많은 기출문제를 서예처럼 멍 때리며 풀었던 사람만이 체득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촉’이 폭발할 때 우주의 신비에 가깝게 찍은 것이 다 들어맞는다. 공무원 시험은 그런 것이었다. 나는 그 이후로 계속 공무원 시험에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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