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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Oct 06. 2016

감정의 한계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물론 좋은 것이다. 화가 났을 때 화를 내는 것이 뭐가 문제이겠는가? 내 피를 빨아 먹고 유유히 비행하는 모기를 봤을 때 분노에 차서 풀 스매싱으로 모기를 죽인다고 해서 뭐가 문제이겠는가? 하지만 세상에는 모기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아무에게나 우리 감정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나처럼 만만한 선배나 만만한 친구들이 세상엔 많이 없다.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데 못하면 우리는 그때부터 스트레스를 받는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프로이트의 리비도처럼 하나의 본능이다. 사회적 억압으로부터 리비도를 해소 못하면 히스테리 증상이 일어나듯이, 감정도 참으면 분명히 부작용이 나타날 것 같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나만큼이나 다른 사람들의 입장도 (별로 안 중요한 것 같은데) 중요하다고 치고 살아야한다. 복잡한 인간관계와 이해관계로 인해 우리는 화를 내는 그 순간부터 사회로부터 매장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나는 사람들이 하는 유머를 분석한 적이 있는데, 70퍼센트 정도가 타인, 사회, 혹은 자신에 대한 ‘공격성’의 표현이었다. 누군가에게 이런 공격성을 진지하게 드러낸다면 분명히 그 사람과 싸울 것이다. 하지만 유머를 통해 우스꽝스럽게 공격성을 표현함으로써 그 사람도 상처 안 받고 나를 비롯해 그 유머를 듣는 사람도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전혀 통제 못 할 정도로 이성을 잃어 본 적이 있는가? 그럴 때는 우리 마음이 진짜 괴롭다. 이성이 감정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을 때만 감정이라는 것도 좋게 느껴진다. 우리가 영화를 볼 때는 (영화라는 가상공간, 진지하지 않은 매체를 통해서는, 그런 면에서 유머와 비슷한 상황에서는) 여러 가지 스릴이나, 공포, 슬픔, 공격성 같은 감정들로 즐거움을 느끼지만 그 일이 우리 자신에게 심각하게 일어났을 때는 전혀 즐겁지 않다.


내가 만약 그 까칠한 후배와 결혼했다고 가정해보자. 연애 때는 티격태격 싸워도 재미가 있었지만 결혼 후에 진짜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도 그 친구가 매번 깽판만 친다면 견디지 못할 정도로 힘들 것이다. 부정적 감정은 그것자체로 즐거운 것이지만 어느 한계 이상을 넘어가면 안 좋다. 화나 공포와 감정은 어느 한계 이상을 넘어가면 우리 교감신경을 지속적으로 활성화시킨다. 그러면 우리의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이 가빠져서 그 느낌을 싫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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