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정규직 여직원들은 다 예쁘다. 단 한 명도 못생긴 사람을 못 봤다. 이런 거 보면 세상이 좀 불공평한 거 같다. 뭐 그래도 직장에서 예쁜 여자를 매일 볼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나는 아침 6:50 ~ 7:50 분까지 조선소 기술관(정직들 사무실이 있는 곳) 앞에서 비 정규직들이 주차를 못 하도록 단속하는 일을 했다.
사람들은 부지런히 출근을 한다. 몇 백 명의 사람들이 이 건물로 출근을 하지만 오래 일하다 보면 특징적인 사람들은 다 기억하게 된다. 특히 몇 안 되는 여직원들 얼굴은 전부 다 파악했다. 그녀들은 하나같이 날씬하고 예쁘고 화사하고 어리기까지 하다. 청순한 스타일에서 섹시한 스타일까지 다 있다. 기분 좋은 향수 향을 날리는 그녀들의 출근을 한 명씩 관찰하는 것은 내겐 이벤트였다. 걸어오는 모습이 자신감 넘치는 모델 같다. 콧대 높은 이들이 레드카펫을 밝으며 도도하게 워킹한다. ‘아침마다 저렇게 꾸미고 오려면 새벽 몇 시에 일어날까? 남자친구는 있을까?’ 별 생각을 다한다. 내 1m 앞을 스치지만 절대 닿을 수 없다. 출근시간 그녀들의 불꽃같은 퍼포먼스가 끝나고 좁은 초소로 걸어가는 경비의 발걸음이 초라해졌다.
경비는 아침에 출근해서 그 다음날 아침까지 24시간 일을 한다. 나는 내 차로 출퇴근했는데 다른 경비들과 같은 방향이 있어서 좋은 마음으로 몇 명을 집에까지 태워주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옷 갈아입고 퇴근 시간이 길어지면 나도 집에 늦게 가야 했다. 그것도 모자라 자주 아침을 먹고 가자고 하였다. 난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었는데 내가 먼저 집에 가 버리면 그 경비들은 버스 타고 집에 가야 했다. 그 사람들은 또 그게 싫은 거다. 난 어쩔 수 없이 밥을 먹고 집에 간 적이 많았다. 어느새 내가 그들을 태워주는 것이 당연시되었다. 그들은 내게 기름값 한 번을 보태준 적도 없었다.
나는 집에 가면 엄마가 아침 차려주기 때문에 굳이 밥 먹으러 안 가도 되었다. 처음엔 맛있는 거 사준다고 하니깐 몇 번 따라갔는데 나중엔 눈치 보여서 내가 계산도 했다. 그들과의 대화도 한결같이 허무했다.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아침부터 술을 퍼붓는 그들은 집에 가도 가족 한 명도 없었다. 근무 아닐 때도 내게 전화를 해서 나오라고 하였다. 나도 그 사람들 안타까운 상황을 이해는 했지만 내 삶의 일부를 그들에게 내어주기는 싫었다. 무슨 이유에서건 그들과 얽히고설키는 것이 내겐 스트레스였다. 그들은 정말 민폐 형 인간이었다. (착한 경비들도 많이 있지만 나는 가장 악질적인 경비들을 만났다.)
난 점점 냉소적으로 변해갔다. 표정도 일그러졌으며 태도도 비협조적이었다. 나는 경비들에게 내가 그들과 다름을 어필했다. ‘나는 4년제 대학을 졸업했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이다. 공무원 시험도 아깝게 떨어졌다. 여차하면 여기를 그만둘 것이다. 난 당신들과 다르다고!’ 그렇게 해서 내 희미해져 가는 정체성을 붙잡으려 애썼다. 대학 때부터 친했던 후배가 먼저 공무원 시험에 합격을 했다. 난 그녀에게 집착하듯 더 자주 연락했다. 일주일에 2~3번은 만난 것 같다. 같이 밥도 먹고 영화도 보았다. 20대의 어린 여자 공무원과 같이 다니면 내 신분이 감춰지는 것 같았다. 조선소에서 받은 상처를 그녀에게 치료받으며 삶을 버텨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