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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Jun 13. 2017

내가 글을 쓰는 이유

1. 치료     


사람들은 상처를 받았을 때 글을 쓰는 것 같다. 너무 힘들 때 말이다. 내가 블로그에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도 공무원 시험 떨어졌을 때였다. 그때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했다. 소외감과 외로움이 가장 나를 힘들게 하였다. 이런 내 심정을 솔직하게 블로그에 적었는데 사람들이 위로의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단 하나의 댓글만 있어도 글을 지속적으로 쓰기에는 충분하다.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책 ‘불안’에서 인간은 사랑을 받지 못할 때 불안하다고 하였다. 내가 그랬다. 그때 사람들은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친한 사람들조차도 나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물론 사랑했던 연인이 떠나간 것이 가장 큰 데미지였다. 내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상한 사람이라는 시선이 느껴져 힘들었다. 그때 부모님이 안 계셨다면 내가 살아있었을까? 의심이 든다.     


단 하나의 댓글이라도 내 블로그에 남겨진 것은 내가 사랑(관심)받고 있다는 증거였다.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심지어 사랑까지도 받을 수 있는(어딘가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의미하였다. 내가 내 글을 쓸 때에는 내가 이상하지 않다는 방어도, 내가 잘났다는 어필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글에서 잘난척을 하면 실제로 자존감이 올라간다. 그것만으로 충분히 마음의 치료가 되었다.     


요즈음은 그때보다 자존감도 높아지고 별 일 없이 산다. 그래도 가끔 화가 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그때는 어김없이 글을 쓴다. 분명 밖에서는 강한 사람들에게 당하고 화를 참았지만, 내 글에서 까지 그렇게 참을 필요가 없다. 글에서 남들을 비난할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내 글에서도 사람들 욕을 했다. 그게 뭐가 잘못인가? 방어기제 중 ‘전치’와도 비슷하다. 나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속 시원한 뭔가가 있다. 어쨌든 내가 쓴 글을 누군가는 읽어주고 내 편을 들어준다.           



2. 성장     


사람들에게 관심 받는 글도 중요하지만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한 글도 있다. 나태해져 있을 때 의지를 다지기 위한 글이다. ‘설득의 심리학’에서도 자신의 다이어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주위 사람들에게 언제까지 몇 키로 빼겠다는 공약을 쓴 종이를 나눠주는 사람이 나온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도 비슷하다고 본다. 내가 앞으로는 이렇게 살겠다고 사람들에게 다짐을 하면 그것을 실행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리고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를 해야 한다. 우리는 놀랍게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같은 생각(번쩍이는 아이디어도 포함)도 반복한다. 나의 생각과 행동이 흩어지지 않고, 누적이 될 수 있게 하려면 글을 써서 기록으로 남겨둬야 한다. 그때 진정한 성장이 시작된다. 그래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메모를 하는 것이다.      

    

3. 돈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번 돈은 얼마나 될까? 우선 yes24 창작 파워블로그 선정되면서 매달 5만원씩 1년을 받았다. 그럼 60만원인가? 그리고 서평 이벤트 담청(한번에 3만원) 되어서 받은 돈도 4~5번 있다. 독후감만 잘 써서 블로그에 올려도 돈을 주는 세상이다. 게다가 내 블로그를 보고 한 기자님에게 연락 와서 지금은 지역신문사에서 에세이 쓰는 객원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 돈의 액수는 밝힐 수 없지만(기자님이 외부에 말하지 말라고 했음. 위화감 조성한다고.) 맥도날드 알바 안 해도 될 만큼 쏠쏠하다.     


블로그에 글을 꾸준히 쓰면 블로그 지수가 올라가는 것 같다. 똑같은 글을 적어도 내 블로그에 있는 글이 상위노출 된다. 어제도 내 블로그를 보고 누군가 (유료)심리상담을 의뢰해왔다. 블로그에서 내 사업을 홍보할 수 있다. 마케팅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일까? 요즘도 쪽지가 자주 날아오는데 내 블로그에서 게시판 하나 빌리는데 한 달에 30만원씩 준단다. 블로그 자체를 넘기면 200만원이란다. (물론 블로그를 팔 생각은 없다)     


돈을 버는 시작은 블로그에 자신이 남들보다 조금이라도(아주 조금이라도) 잘하는 무엇인가를 ‘쓰는’ 것이다. 돈이라는 것은 사람들에게 ‘이로운’ 무엇이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은 나에게만 이로운 것이지만, 이것을 글로 쓰는 순간 장기적이고 보편적인 콘텐츠가 되고, 수백 명이 그것을 참고하고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글 하나에 수백 명이 도움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돈’이다. 나 혼자 알고 있는 지식은 실체가 없고, 잊었다 기억났다를 반복하는 0원짜리 허상이다.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을 글로써 정리를 해야 돈이 된다.     

 

조각 글을 쓴 것이 쌓이면 책을 낼 수도 있다. 아! 출판된 책도 있다. 이건 동료들과 함께 썼다. 우리는 한 권이 팔릴 때마다 정가의 7퍼센트를 갖는다. 1권 13900*0.07 = 973원인가 ㅋㅋ 암튼 지금도 책은 잘 팔리고 있으며 계좌에 돈은 계속 쌓인다.                


책을 내니깐 연예인들과도 사진을 찍는다. (나 옆에 슈스케 최연정님, 밀집모자쓴 분이 위대한탄생 구현모님, 중간에 싱어송라이터 정예원님) 



내가 쓴 책이 몇 권 더 있다. 지금은 출판이 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0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강신주도 처음에 썼던 책 10권 넘게 출판을 못하고 있거나 거의 팔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가 유명해지자 예전에 썼던 책을 다시 개정판으로 옮겨 팔았다. 내가 쓴 책들도 언젠가 보험처럼 돈이 될 것을 믿는다.     


작년에 공황장애 블로그 포스팅을 모아 책을 써서 투고를 했는데, 서울에 있는 한 출판사에서 전화가 왔다. 내가 글을 잘 쓴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공황장애 소재의 책은 구매자가 한정되고, 이미 비슷한 책이 많이 있어 상업성이 없단다. (이런 말이라도 해주시는 출판사는 감사하다) 그래도 내 글솜씨가 아깝다고 자신들이 원하는 컨셉으로 글을 쓰면 책을 내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담달에 참새 책이 한권 더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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