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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Aug 10. 2017

심리학과에 가다

프로이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말, 학교 앞 도서관에서 20권으로 된 '프로이트 전집'을 우연히 보게 되면서부터였다. 그 당시 나에게는 그 책이 엄청 어렵게 느껴졌다. 왠지 이 책에 인간의 비밀 같은 것이 들어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이 책들에서 내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있을 거라 확신했기에 문장이 어려워도 그냥 참고 읽었다. 그렇게 책들의 메시지만 타고 내려오다 보니 대강을 잡을 수 있었다.     


심리학의 원래 정의는 ‘인간의 행동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을 말한다. 그럼 과학적이라는 말은 무엇일까? 과학의 사전적 의미는 '보편적인 진리나 법칙의 발견을 목적으로 한 체계적인 지식'이다. 한마디로 보편성을 지향하는 것을 과학이라고 해도 무난하다는 거다.     


프로이트는 그만의 독특한 ‘자유연상기법’을 활용하여 환자들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눈에 보이는 경과를 기록했다. 이렇게 과학적인 방식으로 인간행동을 연구하는 것, 이것이 바로 심리학이고 나는 그 학문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지금에 와서 보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은 비과학적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프로이트의 책을 읽어보면 그가 과학적 보편성을 지향하려는 의지가 보였다.     


과학자들은 철학자들처럼 현란한 말빨로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건강이 나쁜 사람들에게 무미건조한 몸짓으로 그들 몸 속의 종양이나 암세포가 작게 퍼진 사진 한 장을 달랑 보여준다. 굳이 자신의 말에 운율을 담으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그것으로 그 사람에게 가장 확실한 삶의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사람들은 세계적인 석학의 말보다는 자기 동네 의사의 말을 듣고 항암치료를 받고 운동을 할 것이며 식습관도 바로 바꿀 것이다.     


철학자들은 자신들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한번쯤은 의심해야 한다는 윤리적 명제를 사람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 보통의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그것을 충분히 인지는 하지만 정작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들만은 예외일 거라고 생각한다. 원래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니깐. 하지만 경찰들이 부모들에게 그들 자식들이 학교 앞 문방구에서 물건을 훔치는 모습이 담긴 CCTV영상을 보여준다면 아무리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라도 자식의 ‘절도’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의 실질적인 행동이나 신념의 변화를 일으키는 데는 객관적인 ‘과학’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나는 프로이트가 사람의 어떤 마음을 리비도라고 부르는 에너지로 보았다는 것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마치 물리학의 f=ma 이런 공식처럼 세계 어디에나 통용되는 그런 에너지의 같은 것 말이다. 물론 인간의 마음을 그렇게 수학처럼 질량이 딱 떨어지게 설명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과학적인 관점으로 보았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미 현실과는 동떨어진, 논리적 말다툼에 불과한 철학에 실망을 했었기에 나는 심리학에 더 크게 관심이 갔다. 심리학은 많은 사람들이 다룰 수 있고, 접근성도 좋으며 또 실생활에 응용하기도 쉬울 것 같았다. 

    

프로이트는 나에게 인간의 행동에 대한 기본적인 프레임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었으며, 그를 통하여 더 많은 심리학자들의 이론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심리학과에 가서 나의 공황에 대해서 공부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기게 하였다. 나는 결국 1년 재수 끝에 내가 원하는 대학의 심리학과에 겨우 입학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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